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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조차도 놀랄 만큼 갑작스럽게 나타나 아스날의 주전을 꿰찬 코클랭은 앞날이 탄탄한 듯 보인다. 벵거 감독이 보다 수준 높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을 노린다며 아스날과 연결되던 슈나이덜랭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맨체스터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후 그 어떤 선수도 아스날과 적극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코클랭의 수비 지표는 매우 높다. 숫자로만 본다면 그를 톱 클래스라 평가하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이 옳다고 여겨 지기도 한다.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공중볼 경합의 67%를 이겨 내고 있으며, 경기당 네 번의 결정적인 수비 성공을 보여 주고 있다.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올 시즌 벌써 세 번의 키 패스를 만들어, 지난 시즌 다섯 번에 불과한 수치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스토크 시티 전에서는 결정적인 태클을 성공시키며 득점까지 이어지게 만들어, 경기 최고의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클랭에 대한 찬사는 조금 자제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스날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수치로 표현되는 코클랭의 수비 기여도에서 코클랭의 수비 실패 이후의 상황은 보여 지지 않는다. 거친 태클을 마다하지 않고 투쟁심에 넘치는 코클랭의 모습은 아스날이 공을 예쁘게만 찬다고 불평하는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클랭은 파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축구에서도 파울은 아주 전략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어느 지점에서 어느 순간에, 어느 정도의 파울을 할 것인지 빠르게 결정되어 팀에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코클랭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지속적인 오판을 범했다. 아스날은 늘 세트 피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어 왔고, 되도록 위협적인 프리킥을 내어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울이 불가피할 경우 조금이라도 더 일찍, 덜 위험한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코클랭은 이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또 굳이 경고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카드를 받으며 이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일도 많았다. 그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은 거의 퇴장 직전에 이르며 결국 벵거가 코클랭을 빼야 했던 크리스털 팰리스 전에서 잘 나타났다. 그러나 코클랭이 아스날 수비의 안정에 도움을 준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아르테타의 노쇠화가 뚜렷한 가운데, 주전 수비진이 경미한 부상으로 자리를 자주 비우는 아스날에게 코클랭은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아스날의 현재 상황에서 코클랭보다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한, 더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공격 때문이다. 전통적인 윙 플레이어의 시대가 지나가며 아스날 역시 산체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등 인사이드 포워드가 측면을 차지했고, 특히 지루를 포함한 중앙 공격수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측면 자원의 중앙 침투가 아주 중요해 졌다. 양 측면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몰리며 비워진 측면은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메워지는데, 이 때 딥 라잉 미드필더의 진가가 발휘된다. 센터백 두명 사이의 간격이 넓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딥라잉 미드필더는 그 중간에 위치해 원활한 빌드업을 만들고, 또 필요할 때 넓게 벌려선 동료들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배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코클랭에 대한 아쉬움은 여기서 드러난다. 강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전방에서부터 압박해 들어오는 팀에게 약점을 보이던 아스날에게 있어 기술을 갖춘 딥라잉 미드필더의 존재가 중요해졌다. 시야와 롱패스 정확성에서 부족한 코클랭이기에, 지난 시즌 후반부터 카솔라가 딥라잉 미드필더 역할을 겸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센터백에서 부터 진행되는 빌드업이 집중되는 카솔라에게 상대 팀의 압박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에서 카솔라는 코클랭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늘 전방에 위치하던 외질이 부상 전보다 훨씬 향상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후방 빌드업에도 적극 관여한다. 공과 압박이 일차적으로 집중되는 카솔라의 부담을 외질과 산체스가 분산시켜 주며 타개한 아스날은 지난 시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스날의 공격은 속도가 부족해졌다. 산체스는 상대의 골대와 멀어질 수록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선수이고, 카솔라가 후방의 빌드업을 마치고 전방에 다시 가담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너무 길다. 이는 이제 서른을 넘긴 카솔라에게 체력적으로도 너무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원에서 카솔라를 뺄 경우 웨스트햄과의 경기와 같은 악몽이 나타난다. 카솔라가 측면 공격수로 올라가 버린 뒤 남겨진 코클랭은 압박 전술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 버린다. 패스 길목을 한정시켜두고 함정을 파면 여지없이 걸려들며, 수 년 전 풀백으로 뛰며 보여준 발재간은 중원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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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클랭도 자신의 발전 방향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시즌과 달리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시도 하기 시작했고, 체력 부담을 덜어야 하는 카솔라를 후방에 남기고 자신이 박스 근처의 패스 플레이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카솔라로서는 상대의 역습을 빠르고 강하게 저지하기 어렵다. 의외로 태클 능력이 좋은 카솔라지만 이제 서른을 넘긴 작은 체구의 선수에게 더 이상 예전같은 활동량과 기술적인 태클을 기대하긴 어렵다.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코클랭인데, 막상 역습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그는 뒤쳐져 있게 된다.
상위권 팀들이 딥라잉 미드필더 역할을 해줄 선수를 애타게 찾는 이유가 분명 있다. 캐릭의 출전 여부에 따라 맨유의 경기력이 달라지고, 하비 마르티네즈가 부상당하자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이른 사비 알론소를 적잖은 돈을 지불하며 데려온 펩 과르디올라의 선택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코클랭은 기술적으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자신의 본래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에서 밀려나 풀백으로 잠깐 동료 부상의 공백을 메울 시절, 엉망으로 평가되던 수비력과는 달리 좋은 발재간을 바탕으로 한 공격력이 더 빛이 났던 코클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성장세에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이 벵거의 선택으로 보이고, 이를 확률 낮은 도박이라 비난할 수 만도 없다.
그러나 아스날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유망주들에게 허락한 시간 동안 무관의 설움을 견뎌야 했다. 벵거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어 보이지는 않으며, 공격의 마침표를 찍어 줄 선수를 찾는 작업은 실패했다. 중앙 공격수에 마땅한 매물이 없었다면, 더 좋은 공격 작업 능력을 가진 선수로 코클랭을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난 시즌 외질의 공백 기간 동안 팀을 이끈 산체스를 살려야만 공격의 위력이 살아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스날은 어떻게든 상대의 수비가 완전한 준비를 갖추기 전 산체스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안정적이면서도 빨라야 한다. 하지만 코클랭은 안정적일 때는 느리고, 빠를 때는 불안정하다. 아스날의 최전방을 맡은 선수가 더 높은 수준의 선수라면, 어쩌면 코클랭이 든든히 뒤를 받치는 아스날의 공격이 매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루는 느리고, 월콧은 약하다. 지금까지 아스날이 직접 기록한 득점 수를 생각하면, 코클랭은 대체되었어야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gettyimages)]
(SBS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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