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지난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있었다. 이 행사는 단순히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을 기념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국이 되었음을 과시하는 ‘군사굴기(軍事堀起)’의 행사장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계는 수많은 중국 자국산 무기체계를 보면서 중국의 힘을 느꼈다. 이렇게 자국산 무기체계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중국의 방위산업이 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수한 방위산업을 바탕으로 기술적 우위를 점령한 종족은 그렇지 못한 종족을 정복하며 영토와 세력을 확장해왔다. 청동기에 머물렀던 수메르인들에 대하여 철기를 보유한 히타이트는 승리를 거뒀다. 이것은 국가의 투쟁의지의 승리이기도 하거니와 그 국가의 방위산업의 승리이다.
최근 ‘방산비리’가 언론에 앞다퉈 보도돼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용어 선택에서 오는 오류로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 방위산업(防衛産業)이란 ‘Defense Industry’ 즉, 국내 업체가 무기체계를 연구개발·생산해 군에 공급하는 산업이다.
지금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통영함 소나, 해상작전헬기 등은 해외에서 장비나 무기를 구매해 군에 공급하는 해외도입사업이고, 문제를 일으킨 일광공영 등은 에이전트나 무역대리점이지 국내 방산업체가 아니다.
물론 K-11 복합소총이나 K-2 전차 파워팩, 홍상어 등 국내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체계의 결함도 지적됐다. 그러나 이는 기술 부족에서 오는 성능 결함 때문이지 비리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 방위산업은 지난 40여년간 서구의 선진 무기체계를 모방하면서 걸음마 단계를 지났다. 겨우 독자 개발능력을 갖춘 지금은 선진국도 아직 성공하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 국가만 성공해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모방하던 시절과는 달리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시험평가를 거쳐 완성도를 높여야만 한다.
사실 지금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세계 각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홍상어 어뢰 10발을 쏴보고 성공률을 퍼센트로 판단한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의 수준이었다. 수십, 수백 발을 쏴봐야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올텐데, 경제성만을 강조하는 우리 실정에서 이게 가능할지 걱정이다.
우리 방위산업 수출은 2005년 2억6000만 달러에서 2014년 36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타의 산업군 중 이 정도로 성장한 산업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해외무기도입사업 비리가 방산비리로 포장돼 연일 계속해서 보도됨으로 말미암아 방산업체는 위축되고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기가 이만저만 떨어진 게 아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당신 회사는 괜찮냐고 물어올 때마다 자괴감마저 든다고 한다.
세계를 무대로 활짝 펼쳐나갈 우리 방위산업을 위축시키면 과연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분단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과연 방위산업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방위산업이 무너지면 국방도 무너진다.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당신이 꼭 알아야 할 7개의 뉴스 [타임7 뉴스레터]
ⓒ 중앙일보: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