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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무엇이 다를까, 연극 '그을린 사랑'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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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44)의 연극 '그을린 사랑'이 국내 초연한다.

한국에서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캐나다 드니 빌뇌브(45) 감독의 동명영화로 먼저 알려졌다. 이 영화는 지난해 예술영화 최다관객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2003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이후 불어권에서만 100여개 이상의 프로덕션이 공연했다. 미국, 그리스, 독일, 오스트리아, 멕시코 등지에서도 선보였다.

사랑에 빠져 애인의 아이를 가진 14세 사춘기 소녀 '나왈'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녀는 전쟁으로 찢긴 땅에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훗날 나왈의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 역시 어머니의 과거를 찾기 위한 여정을 출발한다. 나왈의 삶을 통해 결국 자신들의 근원과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순서가 없다. 시공간을 껑충 뛰어넘거나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한 무대에서 겹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의 모티브와 맞닿았다.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다'는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의 가혹한 운명은 '그을린 사랑'의 이오카스테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하지만 나왈은 비극을 '사랑'의 이름으로 끌어안고 침묵을 깬다.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원히 묻어버리는 이오카스테와 달리 나왈은 남매가 화해를 위한 분노의 고리를 스스로 끊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신을 능가하는 인간의 의지와 저항을 보여준다.


냉철한 시선과 사실적 화법의 영화와 달리 연극은 풍부하고 강렬한 대사의 힘을 빌린다. 또 영화의 배경은 종교로 인한 전쟁이지만 연극은 중동 국가의 내전을 배경으로 설정, 보편성을 부여했다.

'하얀 앵두' '다윈의 거북이' 등을 통해 치밀함을 인정받은 김동현씨가 연출을 맡았다. 김씨는 "영화가 모든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반해 연극은 말의 힘으로 상황을 풀어준다는 점이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원래 희곡인 만큼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라 상상하고 구조를 만드는데 연극적인 놀이를 많이 사용했다"고 알렸다.

한 여인의 길고 긴 이야기를 시기별로 전하기 위해 이다아야, 배해선, 이연규 등 연극배우 3명이 나왈을 나눠 연기한다. 사랑스럽지만 연약하고 희망에 차 있는 어린 나왈은 이다아야, 정당한 분노로 타올라 용감하고 당당한 중년의 나왈은 배해선, 슬픔에 잠겨 말을 잃어버린 나왈은 이연규가 맡았다.


종군 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을 연기하는 남명렬을 비롯해 이윤재, 전박찬 등은 1인 다역을 한다. 시몽과 잔느는 김주완, 이진희가 맡았다.

번역자 최준호씨가 1차 번역을 한 극본을 한국어의 말맛을 잘 살려낸다는 평을 받는 극작가 배삼식씨가 다듬었다. 연극 '유랑극단 쇼팔로비치'의 슬라브 정서로 가득한 음악으로 주목 받은 싱어송라이터 정재일이 지난달 전역하자마자 이 연극에 합류했다. 멜로디와 리듬보다는 전자소리를 활용하며 극의 무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30인 오케스트라를 편성한다.

'그을린 사랑'의 불어 대본 원제는 '엥셍디(Incendies)'다. 화재, 붉은 광채, 감정의 고조나 폭발 등을 뜻한다. 6월5일부터 7월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2만~5만원. 1644-2003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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