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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의 배우 지안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함정’ 지안이 베드신을 처음으로 촬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영화 ‘함정’ 주인공 지안을 만났다. 영화 속 민낯에 가까운, 청초한 모습과 달리 이날 실제로 본 지안에게서는 사진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갖춰 미스 춘향 출신답게 늘씬한 몸매와 도도한 듯한 인상이 첫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세파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순수함만은 ‘함정’ 속 민희를 닮은 듯 했다.
‘함정’은 1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한 지안의 첫 주연작이다. 지난 2003년 미스 춘향 1위에 선발된 직후에는 섭외 요청이 많았지만 일본 활동을 1년 넘게 하면서 때를 놓쳤다. 이후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지만 배우 생활은 잘 풀리지 않았다.
지안은 “‘함정’ 전 공백기에 연기 생활을 그만 하려 마음먹고 언니가 하는 웨딩슈즈 사업을 도왔다. 사업도 생각보다 잘 되고 있었고 일에도 재미를 붙여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단 한번만 연기할 기회를 달라"고 울면서 기도하고 한달 뒤 지안은 자신이 졸업한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에게 오디션 정보를 들었다. 연기 생활에서 오랜 어둠의 터널을 뚫고 영화 ‘함정’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함정’ 속 화제가 된 베드신은 지안에게 처음이었다. 여자로서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노출 장면을 처음으로 보는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울 터. 지안은 “연기를 할 때는 그 역할에 빠지니까 내 모습이 어떤지 모르지 않나. 현장에서 모니터로 보면 모른다. 기술시사회 때 처음으로 편집본을 봤다. 멍하더라. 화면 속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안은 “집에 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친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고 너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예술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봐도 상관없었다. 작품성을 위한 노출이라면 또 제안이 들어와도 할 것이다. 단지 엄마가 보는 게 싫었다. 교회에서 새벽 기도 열심히 다니시는 엄마는 순수하시고 예술이라고 해도 놀라실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말하던 도중 울컥한 듯 지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또 지안은 “언니가 절대 수치심 느끼지 말라고.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며 내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너무 힘이 났다. 이후에 VIP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다시 한 번 봤다. 신기하게 그때와 감정이 다르더라. 앞선 시사회에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태프 한 분 한 분 노력하신 것, 내 연기를 보면서 손과 발이 오그라들었던 부분, 감독께서 내가 연기한 민희에게 애정이 많으셨다는 것도 다 보였다. 그때는 베드신을 봐도 아무렇지 않더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서 1위를 한 뒤 지안은 1년 반 동안 일본에서 잡지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안은 “당시 일본에서 연예인들이 야한 잡지를 찍는 것이 붐(boom)이었다. 톱스타도 마찬가지였다. 촬영 세팅을 다 해놨는데 준비해 놓은 옷을 보고 엄청 울었다. 나 때문에 촬영을 접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안은 “나이를 먹고 점점 뭔가 쌓이다 보니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연기이고 역할이 중요하면 꼭 해야지 싶더라.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가, 아마추어는 ‘이거 못 하겠어요’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인터뷰에서 베드신 이야기를 해도 아무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함정’에서 말 못하는 민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지안은 일상생활에서도 성대가 다쳐서 말을 못 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편의점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민희 역을 소화할 때 도움이 됐다고. 지안은 이러한 노력에 대해 “영화 주연을 하면서 폐 안 끼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느낌은 나쁘지 않다. 오는 10일이 ‘함정’의 개봉 날짜임에도 이미 지안은 8개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함정’ 속 민희처럼 말없고 신비로운 캐릭터가 대부분이지만 지안은 이러한 변화에 얼떨떨한 듯 했다. ‘함정’은 배우의 꿈을 접으려던 지안에게 또 다른 시작을 줬다. “정말 영화 잘 됐으면 좋겠다”며 간절한 표정을 보이는 지안에게서 설렘이 느껴졌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사진=정준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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