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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2010년 6월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조별리그 2차전 도중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초상화 앞에서 박지성과 볼 다툼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0.6.17 |
디에고 마라도나(55)와 리오넬 메시(29). 누가 더 위대할까?
20세기 세계 축구는 ‘브라질이 낳은 천재’ 펠레와 ‘아르헨티나가 키운 신동’ 마라도나의 대결사로도 볼 수 있다. 1960년대를 휩쓴 펠레와 1980년대를 주름 잡은 마라도나는 두 선수가 동시대에 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누가 더 나은가’에 대한 끊임 없는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머리가 아팠는지 2000년 말 발표한 ‘20세기 최고의 축구 선수’로 둘을 공동 선정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 한 선수가 더 나타났다. 21세기를 상징하는 축구 선수, 메시가 그다. 메시의 출현은 어른들 구전으로, 혹은 인터넷을 타고 흐르는 동영상으로만 펠레와 마라도나를 접한 젊은 축구팬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조금씩 메시와 펠레, 메시와 마라도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시와 마라도나는 키가 작고,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으며 개인기가 훌륭하다는 점 때문에 곧잘 비교되곤 했다. 시공을 초월한 그들의 라이벌전, 승자는 누구일까. 둘의 비교는 어떤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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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표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2010년 6월10일 남아공 프레토리아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대표팀 연습 도중 직접 왼발 슛을 하고 있다. 프레토리아(남아공)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0.6.10. |
◇아르헨티나, 작은 키, U-20 월드컵 MVP…
26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난 둘은 축구인생에서 닮은 점이 꽤 많다. 라누스(마라도나)와 로사리오(메시) 등 아르헨티나 중형 도시에서 태어난 둘은 우선 신장이 170㎝를 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마라도나는 165㎝에 불과했으며, 메시도 키가 작아 호르몬 요법을 줄기차게 받은 끝에 169㎝까지 키웠다. 왼발잡이라는 점도 공통점. 상대 수비수 3~4명은 순식간에 제치는 플레이스타일도 마라도나와 메시는 비슷하다. 세계적인 유망주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격인 골든볼을 수상했다는 점도 똑같다. 마라도나는 1979년 일본 U-20 월드컵에서 19살 나이로 맹활약, 골든볼을 품에 안았다. 메시는 2005년 네덜란드 U-20 월드컵에서 18살 나이로, 자기보다 1~2살 많은 형들을 이끌며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골든볼은 물론 득점왕에 주는 골든슈까지 거머쥐었다. 둘 모두 U-20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축구에 자신들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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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마라도나(앞)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2010년 6월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의 대결에서 곤살로 이과인이 팀의 4번째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0.6.17 |
◇‘월드컵’ 마라도나 vs ‘챔피언스리그’ 메시
20대를 지나면서 둘의 인생 경로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마라도나는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을 빼 놓고 설명할 수 없는 스타다. 1982 스페인 월드컵부터 1994 미국 월드컵까지 4차례 출전한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우승과 함께 골든볼까지 손에 넣었다. 수비수 6명을 제치고 상대 골망을 흔든 잉글랜드와의 8강전 후반 10분 쐐기골은, 나중에 ‘신의 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반 6분 의문의 선제골까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지구촌 축구팬들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가 일방적으로 밀렸던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상대 선수 3명을 제치고 클라우디오 카니지아에 찔러준 기가 막힌 패스로 ‘삼바축구’를 무너뜨리고 조국의 준우승 기반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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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2010년 8월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르셀로나-K리그 올스타 친선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0.8.4. |
메시는 월드컵보다 어릴 때 건너간 현 소속팀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자신의 재능을 한껏 선보인 케이스다.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만 11시즌을 뛰고 있는 그는 479경기 408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엔 265경기에서 281골을 넣어 경기당 1.06골이란 경이적인 득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1부) 7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2008~2009시즌 트레블(3관왕)은 이탈리아 중형 클럽 나폴리를 세리에A(1부리그) 2회 우승,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1회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 혹은 트레블을 일궈낸 적이 없는 마라도나와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물론 메시의 클럽 무대 활약상은 그의 커리어에 치명적 단점을 지적받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와 달리 월드컵 트로피가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이 “이제는 챔피언스리그가 월드컵보다 더 뛰어난 대회”라고 강변하지만,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에 패한 뒤 우승컵 없이 골든볼 트로피만 받아든 메시의 모습은 마라도나보다 확실히 부족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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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6월2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986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한국 맞대결에 앞서 한국 주장 박창선과 사진을 찍고 있다. (스포츠서울DB) |
◇“메시, 펠레-마라도나에 뒤지지 않는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월드컵 우승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의 손을 좀 더 들어줬다. 이제는 펠레-마라도나-메시로 이어지는 순위가 이젠 펠레-메시-마라도나, 혹은 메시-펠레-마라도나로 바뀔 만하다는 뜻이었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에서 수비수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고 마라도나를 상대한 조민국 청주대 감독은 “우위를 논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한 명을 고르라면 메시”라고 전했다. “페널티지역 안에선 간결하게 움직이는 메시가 훨씬 낫다. 메시 드리블은 페널티지역 내 좁은 곳에서도 상대를 파괴할 수 있다. 반면 골문과 떨어진 미드필드에서부터 전개하는 플레이는 화려하면서도 동작이나 스케일이 큰 마라도나가 우월하다”는 조 감독은 “결국 축구에서 골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메시를 좀 더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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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가 2009년 12월17일 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결승 바르셀로나-아틀란테(멕시코) 격돌에서 경기 후반 교체 투입되어 2분 만에 2-1 역전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아부다비(UAE) |최재원기자 shine@ 2009.12.17. |
모 포털 사이트에 마라도나 일대기를 기고했고, 현재는 메시가 뛰는 프리메라리가 중계를 하는 한준희 해설위원도 역시 메시를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마라도나를 지켜봤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선수가 바로 마라도나”라며 웃은 한 위원은 “그러나 선수 대 선수로 냉정하게 놓고 보면 메시가 이제 펠레나 마라도나를 넘어섰다고 본다. 역사적인 면과 축구 홍보대사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펠레나 마라도나가 낫겠지만,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거친 파울에 대해선 엄격해지는 시대의 변화, 스피드와 체격,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플레이 빈도를 보면 이제는 메시를 우위에 놓을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프로 선수 출신인 김태륭 해설위원도 “둘의 주무기인 드리블만 놓고 본다면, 폭발력이나 속도 변화 등에선 마라도나가 낫지만 상대 선수 움직임을 다 보면서 그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기술 등 전체적으론 메시를 꼽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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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마라도나(가운데)가 1995년 9월30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보카-한국대표팀 친선 경기를 마친 뒤 카를로스 메넴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 김영삼 당시 한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
◇“마라도나, 시대를 이끌고 사회를 반영한 선수”
하지만 메시 우위론에 강한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어느 팀을 가든 마라도나가 끼치는 영향력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메시가 단순히 ‘축구 잘 하는 선수’였다면, 마라도나는 ‘축구로 아르헨티나 및 남미 사회에 영향을 미친 선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멕시코 월드컵에서 풀백으로 마라도나와 싸웠던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은 “마라도나는 보잘 것 없는 팀 나폴리를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정상에 올려놓지 않았는가.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가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패하는 등 고전했으나 마라도나의 힘으로 결승까지 올랐다”며 “동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격수가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난 마라도나 쪽에 서겠다. 메시는 화려한 스쿼드로 구성된 바르셀로나에선 빛나고 있지만 그런 멤버가 없는 대표팀에선 영향력이 작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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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2010년 8월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르셀로나-K리그 올스타 맞대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10.8.4. |
스포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수 한신대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메시는 패러다임 내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지만, 마라도나는 패러다임을 이끌었던 선수다. 과학적인 시스템이 덜 확립됐을 때 보카와 바르셀로나, 나폴리 등을 돌아다니며 ‘선수 하나가 경기를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란 점을 마라도나가 보여줬다”며 “장례식장에서도 노래를 부른다는 아르헨티나·남미인 특유의 낙천성이 마라도나 플레이에 묻어있고, 그래서 거기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가까운 마라도나에 열광한다. 스페인에서 성장, A매치 하러 이따금 조국을 찾는 메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