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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고민 없고 호기심 유발 ‘랜박’ ‘먹봉’ 인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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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의류·과자 등 내용물 설명없이 불특정 다수에 판매
주체적 의사결정력 줄어든 세대에 ‘우연성의 재미’ 제공
“급전이 필요해 ‘랜박’ 2개 팔아요. 여성캐주얼 스타일로 넣어드리고 이상한 초딩 옷 안 넣을게요. 폭풍 ‘덤’ 상품도 보장하고요.”

대학생 ㄱ씨(20)는 요즘 ‘랜박’(랜덤박스·사진)을 만들어 파는 재미에 빠졌다. 랜덤박스란 판매자가 사용하던 중고의류나 잡화를 자신의 취향대로 담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판매자들이 어떤 물건을 담는지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받을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ㄱ씨는 “언젠가 호기심에 다른 사람이 파는 랜박을 샀는데 생각보다 좋은 상품이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며 “그 이후에는 내가 랜박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20대가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랜박’을 비롯해 ‘먹봉’, ‘팬박’도 판매된다. 먹봉(먹거리봉지)이란 과자를 판매자 취향대로 담아 일종의 선물세트처럼 구성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팬박(팬 박스)은 연예인 관련 상품을 임의대로 섞은 상품이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1만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자기만의 상품을 구성해 판매할 수 있어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들도 랜덤박스를 취급할 정도다.

랜덤박스는 상품을 선택할 때 들이는 에너지를 줄이고, 우연이 주는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랜덤박스를 가끔 판매한다는 고등학생 ㄴ양(18)은 “한꺼번에 여러 옷을 살 때면 하나하나 고르느라 힘도 쏟고 돈도 많이 든다”며 “랜덤박스처럼 누군가 날 위해 적당히 코디를 맞춰 여러 벌을 보내주면 무척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랜덤박스는 ‘어떤 옷이 들어 있을까’, ‘혹시 사기는 아닐까’ 궁금하게 하는 특징이 매력”이라며 “어떤 이들은 너무 기대하고 받다 실망해 고소고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대 심리학과 박은아 교수는 15일 “과거처럼 최저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를 가정하면 랜덤박스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며 “요즘처럼 소비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은 소비 자체를 놀이로 생각하고 재미를 추구한다.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재미를 랜덤박스에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일일이 따져가면서 구매하는 것이 귀찮고, 자기의 주체적인 의사결정력을 믿는 경향이 줄어들었다”며 “남들의 선택을 따라갈 수 있고, 이를 통해 재미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앞으로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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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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