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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월25일 김영삼정부의 출범은 대한민국 문민화의 서막을 여는 일대 사건이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전과는 다른 개혁이 추진됐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 공직자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했다.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첫 단계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정권은 개혁 의지를 보이기 위해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차량까지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정도였다. 이후 불법으로 부를 축적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처분이 잇따랐다.
문민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자금 문제로 구속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군사 반란 혐의로 수감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별들의 전성시대’는 작별을 고해야 했다. 하나회 출신 정치군인 척결을 앞세워 김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합동참모회의 의장, 육군참모총장 등을 내쳤다.
두달여 뒤인 그해 4월27일, 감사원은 이른바 율곡사업(栗谷事業)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감사 착수를 발표했다. 율곡사업은 1974년부터 시작한 군의 무기 및 장비 현대화 작업을 통칭하는 암호명이었다. 30여년간 군사정권 시절 성역으로 여겨졌던 군을 향한 사정의 칼을 빼든 것이다. 썩어빠진 군부 잔재 청산을 내걸었다.
군부 숙청의 신호탄은 군 수뇌부가 수년간의 전력분석과 검토를 통해 종합평가에서 1등을 차지한 미국 맥도널더글러스사의 F-18 전투기 대신 록히드마틴사의 F-16을 차기전투기 기종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군참모총장을 감금하고 강제전역시킨 데서 비롯됐다. 율곡비리 수사의 직격탄으로 그해 무려 76개의 별이 추풍낙엽처럼 나뒹굴었다. 여기에 장성 진급 관련 인사비리까지 터져 나와 해군참모총장 등이 옷을 벗고 공군 4개 전투비행단장 등 준장 5명이 한꺼번에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런 와중에 해군에서는 별 둘인 소장이 해군참모총장에 임명되는 파격 인사가 단행되기도 했다. 대장급 참모총장이 소장급으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은 해군은 그야말로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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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군의 모습은 그때와 흡사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출범한 방산비리합수단의 전방위 수사로 4개월 만에 재판에 넘긴 전·현직 장성만 모두 8명(해군 6명)에 별 숫자만 21개에 이른다. 해군 고위 장성은 3일 “현재 군의 모습은 1993년 때처럼 처참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2일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170여명의 해군 관계자들 앞에서 “전현직 해군 관계자들이 연루된 방산비리와 고위 장성들의 일탈행위로 해군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방산비리를 ‘이적(利敵)행위’라고 꾸짖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서는 ‘매국행위’라고 한층 발언 수위를 높였다.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다.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