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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한국 무기시장은 美 방산업체 '독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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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

F-35 전투기.


한국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들을 미국 방산업체가 독식하면서 ‘무기 도입선 다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율곡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전력 증강이 시작된 이래 우리 군이 사용할 무기는 대부분 미국에서 구매해왔다. 유럽이나 이스라엘 제품은 미국이 생산하지 않는 무기들이 주로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외화가 미국 방산업체에 넘어갔지만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이 축적한 기술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美 록히드·보잉·레이시온 ‘각축전’

국제무기거래 등을 조사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동안 한국은 전세계 무기 수입액의 4%를 차지했다. 이 중 80%가 미국제 무기였다.

이러한 수치는 1990년대부터 유럽, 이스라엘 무기 구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1970년대에는 ‘무기 구매=미국’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미국제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제 무기를 판매하는 방산업체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이다.


록히드마틴은 작년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에서 승리를 거뒀다. 7조3418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서 록히드마틴은 F-35A 스텔스기를 내세워 보잉사의 F-15SE를 눌렀다. 방위사업청은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F-15SE로 기종을 결정했지만 이를 뒤집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 록히드가 한국 시장에서 전투기를 판매한 것은 제너럴다이나믹스가 록히드로 합병되기 전인 1991년 F-16 전투기 140대를 판매한 이래 24년 만이다.

해군이 기존의 3척에 더해 추가로 3척을 건조하는 이지스구축함 전투체계사업도 록히드가 수주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1월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제8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2023년부터 도입할 이지스구축함에 쓰일 이지스 전투체계(3세트)를 록히드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구매에 1조2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이지스 전투체계는 해상에서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 함정, 잠수함 등 21개의 목표물에 대한 동시 대응능력을 갖고 있다. 최대 1000㎞ 밖의 항공기는 물론 탄도미사일의 궤적까지 탐지할 수 있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KF-16 성능개량 역시 록히드마틴이 가져가는 분위기다. 방위사업청은 비용 인상을 이유로 BAE시스템즈와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사업자로 록히드마틴을 선택했다. KF-16 성능개량사업에는 1조7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보잉은 1960년대 맥도널 더글러스 시절 F-4 팬텀 전투기 100여대를 판매한 직후 대규모 거래가 없었다. 하지만 2002년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에서 F-15K 40대 판매에 성공하면서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2차 사업에서 20대를 추가로 공급하고, 2006년에는 E-737 조기경보통제기 4대 수주에 성공하는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AH-64 아파치 공격헬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AH-64 공격헬기 36대를 공급하기로 한 것 외에는 대규모 계약이 없어 보잉측은 상반기로 예정된 공중급유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레이시온은 사람들의 눈에 띌만한 대규모 사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각종 미사일과 전자장비를 공급해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무기를 판매하면, 레이시온의 미사일이나 장비들이 패키지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며 “윈도우 운영체계를 구입하면 MS 오피스가 함께 제공되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항공기를 도입한데 따른 수리부속과 기술지원 등의 명목으로 미국에 유출되는 국부는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무기 도입 대가는 ‘빈약’

우리 군의 ‘미국 무기 사랑’이 수십년간 이어지면서 미국 방산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한국에서 올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손님’인데도 불구하고 구매에 따른 대가는 미흡했다.

차기전투기 사업을 3번이나 했지만 ‘우리 손으로 만드는’ 전투기인 KF-X 개발은 해외에서의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군 당국은 사업에 착수할 때마다 “기술이전을 비롯한 절충교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레이더나 전자전 시스템 등은 여전히 해외 업체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는 미국 업체들이 미 정부의 통제 등을 이유로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호갱님’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유럽이나 이스라엘 무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이나 이스라엘산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더 많은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209/214급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얻은 기술 덕분에 3000t급 잠수함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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