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조의 폭로 "날림 정비 허다… 늘 사고 걱정"

17일 오전 대한항공 노조 홈페이지에 '정비본부의 실태'라는 글이 올라와 '땅콩 회항' 논란에 이어 정비본부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대한항공 노조의 폭로 "다치면 개인 휴가·돈 써서 치료해야…"

[더팩트 | 김민수 인턴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으로 대한항공 내부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날림정비로 항공기를 운항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정비본부 내부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에 따르면 17일 오전 노조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정비본부의 실태'라는 글이 올라왔다.

'07부기장'이라는 닉네임의 작성자는 이 글을 '블라인드 앱'에서 갈무리했다고 알렸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 앱은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한 사용자만 가입해 게시판에 접근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익명으로 회사 동료끼리만 사용하며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 이 블라인드 앱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블라인드 앱에 지난 16일 게시돼 1천 700여명의 조회수를 기록한 '마카다미'라는 작성자는 "이쯤에서 정비본부의 문제점을 공유한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작성자는 "정비 사유로 딜레이(운항 지연)를 시키면 난리가 난다"면서 "그러다 보니 날림 정비로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허다하고 10시간 걸릴 일을 2시간 만에 끝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타 국적 항공사 대비 3분의1 인원으로 정비를 수행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많이 다쳐 온전히 (정비를) 수행할 수 없다"면서 "이러다 큰 사고 안 날지 늘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회사에서 적정한 도구를 구비해주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산재 등 회삿돈을 써서 치료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어 개인 휴가와 돈을 써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조종사노조 게시판에는 사측이 상시적으로 사내·노조 게시판을 검열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