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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CEO] 헤비에른 한손 노르딕아메리칸탱커스 회장

매일경제 신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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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에서 출발해 거제대교를 건너 30㎞ 정도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웰리브’가 운영하는 애드미럴 관광호텔이 나온다. 30년 넘게 우리나라에 배를 주문한 유럽 선주들이 머물다 간 곳이다. 최근에야 부산 등 번화한 곳으로 선주들을 대접하는 일이 잦지만 한때는 이곳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헤비에른 한손 노르딕아메리칸탱커스(NAT) 회장도 이곳에서 머물렀다. 그는 1980년 앤더슨 자이레 코스모스그룹에서 재무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셔틀 탱커’(12만t 급 중소형 유조선) 한 척을 수주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대우조선공업과 처음으로 선박발주를 결정짓던 날, 식당의 무대 한가운데 올라가 “온리 유(Only You)”를 불렀다.

그리고 ‘제독의 여인숙’이 완성되던 1982년 그해에 2년 전 발주했던 배가 완성됐다. 한손 회장과 일동은 이 배의 이름을 ‘야레나(Jarena)’라고 지으면서 호텔 내 있는 식당 하나에 그 추억을 새겼다. 지금도 애드미럴 관광호텔의 레스토랑 이름은 ‘야레나’다. 북해 지역을 항해하던 야레나는 2005년에 운항을 중단했지만, 대우조선은 그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배는 대우조선이 네 번째로 인도한 선박이며, 처음으로 건조된 셔틀 탱커였다. 주목받는 일감이었으며 대우조선의 발전에 큰 마중물이 됐다”고 했다.

야레나 이후 한손 회장의 한국 사랑은 ‘온리 유’였다. NAT가 갖고 있는 배가 22척인데 그중 20척이 한국산이다. 최근에도 한국 조선업체 중 한 곳과 유조선(탱커) 발주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국 조선업체의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5일 무역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상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그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한국 조선사에 대한 30년 애정의 이유에 대해 그는 “나는 한국인의 근면함(hard work)과 감정적 기질(emotional)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실 한손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매우 독특하다. 철저한 무차입 경영에다, 다수의 생각을 거스르는 판단을 할 때가 많다. 주주들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스타일의 오너가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거의 없다고 하자 “원래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답한다. 단돈 7000달러로 해운사업을 시작했는데, 은행 빚을 거의 지지 않고 주주들의 투자금에 의존해 회사를 키워 나갔다. 그는 “은행은 은행의 일을 잘하는 것이고, 해운회사는 해운 일을 잘하는 것”이라며 “빚을 많이 지면 은행이 회사를 경영할 텐데 은행원이 해운 업무를 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주들을 관리하는 데는 독특한 방식을 택한다. 한손 회장은 “마라톤을 하면 메인그룹의 톱에 서서 빨간모자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은 노르웨이의 85배쯤 된다”며 “그렇게 넓은 시장에서 주주들을 끌어모으려면 세간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가 하락은 유조선을 운영하는 NAT 같은 회사에는 좋은 뉴스라는 회사 홍보도 덧붙였다. 유가가 떨어지면 유조선 운영경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해운회사의 일감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손 회장은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CNBC에도 자주 출연하고 각종 경영학회는 물론, 세계지식포럼, 미국의 4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피터슨연구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손 회장의 NAT와 NAO라는 두 회사는 모두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도 상장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얘기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회사와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했을 때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국 주식시장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의 해운회사는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유조선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NAT)가 하나 있고, 석유시추작업 지원선박(PSV)을 갖고 있는 회사(NAO)가 따로 있다. NAT는 오직 기름만 나르고, NAO는 오직 석유시추 작업 지원 업무만 한다.

원래 두 회사는 하나였다. 그런데 이 둘을 분리해 각기 상장함으로써 자본도 확충하고 위험도 분산했다. 그는 “한 가지 종류의 배를 선택해 틈새시장을 노렸고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왔다”며 “거기에 빌리는 돈도 없으니 회계장부도 쉽다”고 했다. 이처럼 사업구조와 재무구조를 단순화한 뒤에 남는 시간을 선박의 안전과 효율적인 운항방법을 고민하는 데 쏟아부었다.


수단,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군사적 위험들을 관리하고 선박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번 믿으면 최소 30년을 믿고 거래하는, 남에게 빚지고 사는 것을 싫어하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바이킹의 후예에게서는 선 굵은 뱃사람의 기개가 느껴졌다.

▶헤비에른 한손 회장은…

1948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 노르웨이의 경제경영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졸업 뒤 32세 때 노르웨이 대기업에서 CFO를 역임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국제 금융과 해운업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앤더스 자이레 코스모스그룹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또 노르스케 베리타스 선급미국협회(Det Norske Veritas ASA) 의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르딕아메리칸탱커스를 창립한 뒤 1993년 9월부터 CEO 역할을 해오고 있다. 왕성한 지식욕을 자랑하며 현재 워싱턴 싱크탱크 중 하나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위원회 멤버로 활약하며 래리 서머스를 비롯한 경제ㆍ경영 석학들과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신현규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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