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곪을대로 곪은 방위산업 관련 비리가 여기저기서 삐져 나오자 정부가 결국 칼을 꺼내드는 상황이 됐다. 이제까지 사정당국이 방산비리에 대해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참 때늦은 감도 있고 한계도 예상되지만 이번 기회에 '군피아'(군대+마피아)와 방산비리를 근본적으로 퇴치할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윤갑근 검사장)는 국방부 검찰단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동참하는 방산비리 합수단을 21일 출범시킨다.
단장에는 지난해 원전비리 수사를 책임졌던 김기동(50·사법연수원 21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 임명됐으며, 통영함 납품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를 중심으로 군 검찰, 헌병 등을 포함해 수사인력이 100명을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급을 단장으로 뒀던 다른 합수단에 비해 한층 커진 규모다.
이번 수사는 직접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 '엄단' 주문에 이어 방위사업청장을 교체하는 등 강력한 비리 척결 의지를 밝힌데 따른 것이어서 수사당국으로서는 '등 떠밀린 수사'인 셈이지만 검찰이 성과를 내야만하는 이유도 충분한 상태다. 나라의 안보와 관련된 국방을 좀먹는 비리를 이번 정권에서 척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현 정부의 중요한 공으로 남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산·군납 비리에 대해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엄단 의지를 부각시켰다. 방위사업청장을 지난 18일 교체한 것도 전임자에 대한 방산비리 책임 추궁과 신임자에 대한 '방산비리 척결' 임무 부여라는 배경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지적된 문제에 따라 검찰이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 등 방산비리를 수사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검찰의 의지가 실렸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고 이번 합수단 구성도 검찰이 주도적으로 나섰다기 보다는 '등 떠밀린' 수사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방산비리와 관련한 전면 수사를 미적대다가 대통령이 직접 '뿌리를 뽑으라'고 지시에 나서자 뒤늦게 대규모 합수단을 꾸린 것은 검찰의 뒷북성 보여주기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찌됐든 규모가 어마어마한 군납·방위사업을 통해 힘을 키운 '군피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힘 실어주기가 필요했을 것이란 점에서 합수단의 구성은 일단 일을 해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등 사정당국으로서는 대통령 지시로 꾸려진 대규모 합수단이 역대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보여줬던 성과 이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올해 검찰이 집중한 관피아 수사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번 수사를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합수단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수사 중인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을 이어받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밖에 육·해·공군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R&D) 과정, 퇴직자의 취업실태 등 방위산업 전반에 걸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방위사업청 간부 등 전현직 장성급 인사들이 대규모로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직 방사청장 등 최고위급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의 의지가 큰 만큼 지난 문민정부 시절 '율곡비리'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1993년 대검 중앙수사부 주도로 진행된 율곡비리 수사는 이종구,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검찰은 당시 '단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 사업'으로 일컬어진 율곡사업과 관련해 118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사정당국의 전방위 수사에도 불구, 군대 문화를 바탕으로 끈끈하게 묶인 '군피아'의 직간접적인 방해를 뚫고 수사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불신과 우려도 있다. 군사기밀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해야하는 수사여서 내부의 제보가 절실한데 제보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hindy@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