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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재정립·인적 쇄신 통해 '비리온상' 불명예 씻어야
외국은 민간이 무기관련 모든 과정 담당…문민화 필요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지난 2일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청사 대회의실에서 200여 명의 과장급 이상 직원과 출연기관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방산혁신 대토론회'를 열었다. 국정감사와 언론이 지적한 방산비리 관련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방사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방위사업 반부패혁신단'도 꾸려 국방부의 '투명한 국방실천 특별전담조직(TF)'과 손잡고 방산비리 척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용걸 청장은 "청렴한 조직문화를 견고히 하고, 직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위사업 수행으로 국민에게 사랑 받고 국익에 기여하는 방위사업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체 정화 노력 한계…조직 쇄신해야
방사청이 스스로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한계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처는 도려내거나 잘라내야 한다. 인적 쇄신은 물론 조직 재정립과 같은,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외 무기 도입은 전문 방산업체에 의뢰해 직접 개입을 줄이고, 군수품 조달도 공개 경쟁입찰로 바꿔 사익을 편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군인 비율도 현행 51%에서 30%로 낮추기로 한 만큼 이를 하루 속히 추진해 예비역 고위직들이 개입할 여지도 없애야 한다. 이 문민화 작업이 늦춰질수록 방산비리를 없애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방사청의 개혁과 관련해 고질적 문제를 일으키는 국외 도입 무기 획득에 전문 방산기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에이전트를 통한 무기 구매 과정 자체가 비리 온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 군이 사용할 장비를 도입할 때 방사청이 직접 나서지 않고 반드시 에이전트를 통해 일을 진행한다. 미국 방산업체의 한국지사를 끼고 구매하는 식이다"며 "문제는 에이전트(판매 대행업체)에는 고위 장성급 예비역들이 취직해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청이나 각 군에서 비리가 생겨나는 이유도 이들과 접촉하다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지난 3~4년 전 문제가 됐던 국내 방산업체들이 원가와 재료비 부풀리기 등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가를 부풀려 각군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예비역 장교들이 중간에 끼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 방산업체 활용해 무기 구입, 개발이 답
방산업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방사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등장했다. 2~3년마다 보직이 변경되는 군인이 전문지식 없이 수조원대의 무기 도입에 관여할게 아니라, 전문 기업이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 가격 흥정을 하고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가격과 품질, 형상을 모두 정부가 통제한다. 업체가 융통성을 부릴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업계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사업이나 외국에서 도입하는 무기는 방사청이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전문 방산업체를 통해 구입하면 무기 등의 원가가 정립돼 있어서 투명성이 담보된다"며 "방산업체는 외국 업체로부터 기술을 확보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 무기도입 협상을 하려면 이것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이 해야 맞다. 군인들과 달리 방산업체는 부품 하나까지 다 알고 있다"며 "정부의 검증과 결제를 받기 때문에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훨신 적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노대래 전 청장도 재임시절 언급했었다. 노 청장은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 그것도 타 군이 이런 무기 도입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정한 판매관리비만 주고 전문 업체에 맡겨서 도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비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방사청 흡수하려던 국방부의 무리수
지난 2010년 국방부는 비리 온상인 방사청을 흡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야무야됐다. 방사청이 무기 확보 투명성을 어느 정도 높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비리의 떡고물을 노리는 집단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실제로 무기 거래는 어느 나라든 부패가 심한 분야다. 우리도 과거 율곡비리나 린다김으로 유명한 백두정찰기 사건과 같은 대형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권마다 방산비리를 없애겠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방산비리 구속자는 줄지 않고 꾸준했다. 방사청 개청 이전 3년간만 봐도 2003년 16명, 2004년 63명, 2005년 29명가량이었다.
현재 군이 획득하는 무기 종류만 8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은 70만 여종에 달한다. 대략 여기에 관계된 국내외 군수기업만 4000곳이 넘는다.
국방부가 방사청을 흡수하려던 이유는 무기를 직접 쓰는 군이 구매해야 운용이나 군수지원이 효율적이라는데 있다. 무기를 쓰는 군이 잘 알 테니 구매도 군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결국은 떡고물을 먹겠다는 심산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방사청의 기능을 축소하고 일부 무기 구매를 정부의 그늘아래에 있는 전문 방위사업체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문민화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방사청은 이미 2012년 6월에 군인 비율을 30%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방산관련 전문가는 "방사청은 조직을 일신해 전력전문 관료를 중심으로 민간 경영기법을 적용해 관리해야 한다. 전투력 향상에 전념해야 할 군인이 주축이 돼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미 선진국들은 민간 전문가가 군의 필요 제기와 획득, 유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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