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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장유리(리타)와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최재림(가스파로) <<충무아트홀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어찌 사랑 없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었겠소, 너도 좋아했잖아!"(가스파로)
"역시 넌! 상변태였어"(리타)
풍부한 울림과 화려한 기교, 우아하기 그지없는 성악가의 목소리. 하지만, 그 속에선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가사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의 조합은 묘한 신선함을 주며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지난달 31일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지켜본 이 극장의 자체 제작 오페라 '리타'의 연습 장면이다.
'사랑의 묘약' 등으로 유명한 도니체티의 오페라로, '폭력 부인'인 '리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현 남편 '베페'와 이혼증명서를 받기 위해 나타난 전 남편 '가스파로'가 '리타'를 서로에게 떠밀며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페라 대중화'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건 이번 작품은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의 오페라 연출 데뷔작으로도 화제가 됐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작곡가 맹성연이 음악감독, 배우 전미도가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로 나서는 등 국내 뮤지컬계의 실력파 제작진이 참여했다.
'리타' 역은 소프라노 장유리, 남편 '베페' 역은 뮤지컬 '고스트' 등에 출연한 일본 사계극단 출신 배우 이경수, 전남편 '가스파로' 역은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맡는다.
오는 8∼9일 본공연을 앞두고 이날 연습실에서 만난 연출 양준모(34)는 "그동안 오페라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다"며 이번 작품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뮤지컬 활동을 하면서도 그동안 꾸준히 성악 개인지도를 계속 받았어요. 소리를 유지해야 하니까 나중에 오페라에 출연할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도록요."
실제로 오페라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여건이 안 맞았다.
"저도 준비가 덜 됐고, 일정을 뺄 수도 없었죠."
그러다 이번에 충무아트홀에서 대중적인 콘셉트의 소극장 오페라 연출을 제의했다. 이것도 처음에는 고사했다.
"처음에는 '제가 어떻게 연출을 할 수 있겠나?' 생각해서 바로 승낙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11년간 뮤지컬에서 쌓아온 느낌과 감으로 승낙하게 됐습니다."
충무아트홀은 그에게 작품 선정에서부터, 캐스팅, 기획까지 전권을 맡겼다. 양준모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클래식 악보사를 뒤져 찾아낸 작품이 바로 '리타'다.
"저는 대가도,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은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 작품은 너무나 많은 버전이 나와있잖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제 강점인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는 오페라를 해보고 싶었죠."
"'리타'는 도니체티가 대사도 많이 써놨고, 시간도 적당하고 소재도 어렵지 않고, 배우도 3명만 나오죠. 당시에는 파격적인 작품이기도 했고요. 예술보다는 실질적인, 철저하게 관객 시선에 맞춘 작품입니다."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니체티의 가사를 우리 말로 옮기는 것이었다. 작품의 원어로 노래하고 자막을 띄우는 기존의 정통오페라 상연 방식 대신 한국어로 관객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의도였다. 5차에 거친 수정 작업을 거쳤다.
"저는 늘 자막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어요. 자막을 쓰는 것은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안 좋죠. 요즘 관객의 귀에는 부드럽지 못한 번역이 많거든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경우 세계화를 위해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했는데, 영어 번역이 너무 잘돼서 원작처럼 됐어요. '리타'도 독일에선 독어, 미국에선 영어로 많이 불려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우리 말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는 원곡에 지금 시대에 맞는 가사를 덧붙이는 작업이었다.
"도니체티가 의도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곡이 가진 이야기에 살을 붙였어요. 그래서 대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21세기 한국의 이야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지금의 '리타'가 탄생했다. 도니체티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사실상의 창작물이다.
"뮤지컬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관객들에게 좀 더 편하고 쉽게 다가가려고 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뮤지컬스럽다'고 생각될 것입니다. 뮤지컬을 자주 본 관객들은 '오페라도 뮤지컬 같네'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고, 오페라를 자주 본 분들은 '참 새롭다' 하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봐주세요."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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