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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도소인데 시설격차 너무 커…"罪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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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내 최고(最古) 교정시설인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수감실의 낡은 내부 모습.  [김호영 기자]

지난 24일 국내 최고(最古) 교정시설인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수감실의 낡은 내부 모습. [김호영 기자]


햇볕이 화사한 지난 24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안양교도소 앞에서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이 뒤엉켜 교도소 참관을 끝내려는 순간이었다. TV에서 봤던 유명 정치인 출소 장면을 떠올렸는지 재소자 가족이라고 밝힌 40대 여성이 조용히 다가와 기자에게 물었다. "오늘 누가 나옵니까?" 호기심에 가득 찬 여성을 향해 기자는 28일 교정의 날을 앞두고 서울 근교 교도소를 둘러보는 법무부 행사임을 설명했다. 얘기를 듣던 그는 "아무리 죄인이라지만 교도소 시설이 너무 낡아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본인도 안양에 거주하지만 국내 최고령 교정시설인 안양교도소 시설 때문에 재소자는 물론 재소자 가족의 가슴도 멍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단이 안양교도소 내부로 들어가자 51년간 켜켜이 쌓인 세월이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 머리 위 천장에 수도나 가스관, 전기관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10명의 재소자가 모여 있는 방은 하루 중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인데도 창 주변을 빼고는 컴컴했다. 마룻바닥에 난방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여름이면 고작 2대의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밖을 쳐다보면 높은 망루와 날카로운 철조망이 여기가 어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듯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이 방문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는 이와 큰 대조를 이뤘다. 수세식 화장실과 LCD TV가 설치돼 있고 난방은 온돌 구조였다. 독거실을 둘러보던 한 기자가 "(시설은) 고시촌 방보다 나은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3~4층의 낮은 건물로 지어진 데다 내부도 연한 상아색(아이보리) 계열로 칠해져 공장이나 학교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있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도 구축했다. 교도소 환경 차이는 재소자의 자살 시도 건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안양교도소에서는 총 4건의 자살 시도가 있었지만 서울남부교도소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안양교도소의 수용자 징계는 516건으로 서울남부교도소의 6배(86건)에 이르렀다.

2011년 신축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독방의 깨끗한 내부 모습.  [김호영 기자]

2011년 신축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독방의 깨끗한 내부 모습. [김호영 기자]


현재 법무부는 기준에 따라 수형자의 교정시설을 결정한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S1~4까지 '경비처우등급'을 받게 된다. 형기, 범죄 전력, 재범 위험성 등 총 16개 지표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안양교도소에는 주로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S3급 수형자가 수감돼 있고, 남부교도소는 이보다 죄질이 가벼운 S2급이다.

하지만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최근 수용시설이 모자라면서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도 안양교도소에 500명 넘게 수감돼 있다. 이 때문에 수용 환경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이 수감자들로 넘치면서 곳곳에서 이전ㆍ신축 계획이 추진되지만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찮다. 지역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님비(NIMBY) 현상이란 시각도 있지만 주민과의 갈등 해결 및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ㆍ지자체ㆍ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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