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에도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점유율, 성능, 타깃층 등 명차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라이벌 명차도
있지만 베일에 가려진 라이벌 관계의 명차들도 적지 않다. 미디어잇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명차들을 집중 발굴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김준혁] 명차 사이에서의 라이벌 관계는 주로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 간에 생겨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이벌을 압도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오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이는 고스란히 각 브랜드 자동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라이벌 관계가 반드시 타 브랜드 간에 존재하라는 법은 없다. 하나의 브랜드 내에서 비슷한 컨셉과 타깃층을 갖고 있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디자인과 성능을 제공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자동차도 결코 적지 않다.

▲ 포르쉐의 3세대 박스터 S(사진=포르쉐)
포르쉐가 만든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 ‘박스터(Boxster)’와 ‘카이맨(Cayman)’이 바로 이런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박스터와 카이맨은 포르쉐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911’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모델들로 미드십 엔진에 후륜구동 방식의 섀시 구조, 동일한 배기량의 박서 엔진, 기타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하고 있다.
[미디어잇 김준혁] 명차 사이에서의 라이벌 관계는 주로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 간에 생겨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이벌을 압도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오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이는 고스란히 각 브랜드 자동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라이벌 관계가 반드시 타 브랜드 간에 존재하라는 법은 없다. 하나의 브랜드 내에서 비슷한 컨셉과 타깃층을 갖고 있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디자인과 성능을 제공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자동차도 결코 적지 않다.

▲ 포르쉐의 3세대 박스터 S(사진=포르쉐)
포르쉐가 만든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 ‘박스터(Boxster)’와 ‘카이맨(Cayman)’이 바로 이런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박스터와 카이맨은 포르쉐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911’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모델들로 미드십 엔진에 후륜구동 방식의 섀시 구조, 동일한 배기량의 박서 엔진, 기타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하고 있다.

▲ 포르쉐의 2세대 카이맨과 카이맨 S(사진=포르쉐)
이런 공통점을 갖고 있는 박스터와 카이맨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각각 소프트톱 방식의 로드스터와 고정식 지붕을 갖춘 쿠페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 두 모델은 운동 특성에서 미묘한 차이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 최고의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포르쉐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라이벌 관계에 놓여 있는 박스터와 카이맨을 비교해본다.
카이맨보다 10년 먼저 시작된 박스터의 역사
1996년 데뷔한 박스터는 당시 포르쉐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911 시리즈와 SUV 카이엔, 마칸,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 등 강력한 라인업을 갖춘 포르쉐이지만,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박스터는 911보다 저렴한 가격과 미드십 스포츠카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을 제공해 포르쉐의 소비자층을 크게 넓혀줬으며, 이후 포르쉐가 오늘날까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기틀을 마련해준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다.

▲ 1996년 데뷔해 큰 인기를 끈 1세대 박스터 986(사진=포르쉐)
1세대 박스터는 986이라는 코드네임을 갖고 있었으며, 1950년대 활약한 포르쉐의 전설적인 모델 550 스파이더를 계승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경량 차체에 2인승 미드십 엔진 구조를 갖춘 550 스파이더의 계승 모델답게 박스터 역시도 6기통 박서 엔진을 차체 한가운데 위치시켰으며, 소프트톱 방식의 로드스터 바디를 가진 채 세상에 나왔다. 이후 박스터는 2004년 2세대 박스터인 987을 선보이며 1세대의 성공을 이어나가게 된다.

▲ 2004년 데뷔한 2세대 박스터 987(사진=포르쉐)
박스터의 형제 모델 카이맨은 바로 2세대 박스터가 등장한 직후인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코드네임은 2세대 박스터의 987에서 쿠페를 상징하는 ‘c’를 추가해 987c로 불리게 됐다.

▲ 2005년 첫선을 보인 카이맨은 악어 입을 연상시키는 트렁크 게이트를 갖고 있다.(사진=포르쉐)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시기에 모습을 드러낸 2세대 박스터와 1세대 카이맨은 각각 미드십 로드스터와 미드십 쿠페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둬나간다. 이후 2012 제네바 모터쇼에서 3세대 박스터와 2세대 카이맨이 함께 데뷔를 하게 됐으며, 코드네임은 각각 981과 981c를 사용하게 된다.
포르쉐는 박스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출시된 대부분의 모델에 911과 같은 숫자 방식의 작명법을 사용했었지만, 박스터와 카이맨 이후부터는 각각 의미가 있는 고유명사를 사용해오고 있다. 참고로 박스터는 포르쉐의 대표 엔진 수평대향 박서(Boxer) 엔진과 로드스터(Roadster)의 합성어이며, 카이맨은 카리브해 카이맨 제도에 서식하는 악어의 한 종류인 카이맨에서 이름을 따왔다. 카이맨의 이름을 악어의 한 종류로 정한 이유는 카이맨의 트렁크 게이트가 열리는 모습이 악어의 입 모양과 유사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닮은 듯 다른 미드십 스포츠카의 디자인
981 코드네임을 공유하는 3세대 박스터와 2세대 카이맨은 이전 세대 박스터와 카이맨이 그러했듯이 큰 디자인 틀을 공유한다. 여기서 말하는 큰 틀이란 엔진이 차체 한 가운데 위치하는 미드십 방식의 차체를 갖고 있어 비교적 짧은 앞, 뒤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통해 안정감 있는 비율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한다. 덕분에 벨트라인 아래쪽만 놓고 봐서는 어떤 쪽이 박스터이고 카이맨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 박스터와 카이맨의 측면 디자인은 지붕 아래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사진=포르쉐)
디테일한 부분으로는 차체 중앙에 위치한 엔진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도어 뒤에 커다랗게 뚫려 있는 공기 흡입구와 삼각형 모양의 헤드램프, 오각형 모양의 테일램프 등의 디자인을 공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렁크 게이트 끝에 위치한 전동식 리어 스포일러도 박스터와 카이맨에 동일하게 적용됐으며, 리어 범퍼 중앙에 자리잡은 머플러의 구조도 같다.

▲ 3세대 박스터의 헤드램프 디자인은 2세대 카이맨과 거의 같다.(사진=포르쉐)

▲ 2세대 카이맨의 전동식 스포일러는 3세대 박스터와 같은 구조다.(사진=포르쉐)
하지만 박스터와 카이맨이 엄연히 다른 모델인 만큼 어렵지 않게 두 모델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부분은 당연히 지붕의 유무다. 소프트톱의 지붕을 갖고 있는 박스터는 지붕을 오픈 했을 때 최고의 디자인을 보여주며, 이 때는 위급 모델인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를 뛰어넘는 조형미를 자랑한다. 박스터의 소프트톱은 약 9초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으며 최대 50km/h 속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카이맨과의 차이점이라면 프론트 범퍼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이 조금 다르고 이곳에 위치한 LED 주간주행등이 긴 가로 형태로 디자인됐다는 점 등이 있다.

▲ 박스터는 9초만에 열리는 소프트톱 지붕을 갖고 있다.(사진=포르쉐)

▲ 카이맨과 박스터의 차이점은 프론트 범퍼와 LED 주간주행등 디자인 정도다.(사진=포르쉐)
반대로 카이맨은 단단한 하드톱 지붕을 갖춰 완벽한 쿠페 스타일을 보여준다. 박스터의 차체 강성도 로드스터로서는 대단히 높은 편에 속했지만, 카이맨은 여기에 강철 지붕을 더함으로써 현존 스포츠카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을 갖게 됐다. 이러한 카이맨의 쿠페 바디는 강력한 주행 성능으로 이어지며, 동시에 박스터 못지않은 수려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 기본형 박스터와 카이맨 전면부 디자인은 다르지만, GTS 모델은 동일하다.(사진=포르쉐)
박스터와 디테일한 차이점이라면 앞서 언급한대로 프론트 범퍼에 위치한 LED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이 다른 것인데, 카이맨은 박스터와 달리 동그란 형태를 갖고 있다. 다만 고성능 모델인 GTS의 경우는 박스터와 카이맨의 LED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이 동일하다.


▲ 박스터(위)와 카이맨(아래)의 실내는 지붕을 제외하고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사진=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은 외관에서 로드스터와 쿠페의 디자인 차이를 보여주지만 실내는 100% 동일하다. 박스터가 먼저 보여줬던 3개의 원이 겹쳐진 계기판을 카이맨에서 만날 수 있고, 2개의 시트로 구성된 타이트한 실내도 여전하다. 여기에 911, 파나메라 등과 유사하게 디자인된 높은 센터 터널, 무수히 많은 버튼들이 박스터와 카이맨에도 적용돼 포르쉐의 일원임을 상기시켜 준다.
현존 최고 수준의 주행 밸런스를 자랑하는 박스터와 카이맨
앞서 수없이 밝힌대로 박스터와 카이맨은 차체 정중앙에 엔진을 위치시킨 미드십 엔진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많은 스포츠카들이 이처럼 미드십 엔진 구조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동차 부품 중 가장 무거운 엔진을 차체 한 가운데 위치시켜 완벽한 무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차량의 운동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여기에 박스터와 카이엔은 무게 중심이 낮은 수평대향 박서 엔진까지 추가해 현존하는 스포츠카 중 가장 뛰어난 주행 밸런스를 갖게 됐다.

▲ 카이맨과 박스터는 사진과 같이 차체 한 가운데에 엔진을 위치시킨다.(사진=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은 엔진 배기량에 따라 기본형 모델과 S 모델로 나뉘게 되는데, 기본형의 경우 수평대향 6기통 2.7리터 엔진을 사용하고 S 모델은 수평대향 6기통 3.4리터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박스터와 카이맨의 기본형 모델과 S 모델 모두 동일한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지만, 출력에는 차이를 두고 있다.

▲ 박스터와 카이맨에서 315마력과 325마력을 발휘하는 3.4리터 수평대향 엔진(사진=포르쉐)
이에 따라 박스터와 박스터 S는 각각 265마력과 315마력의 최고출력을 갖게 됐다. 카이맨과 카이맨 S의 엔진 출력은 275마력과 325마력으로 박스터보다 10마력씩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S모델의 성능을 살펴보면 박스터 S(PDK 적용 모델)는 5.0초의 100km/h 가속시간과 277km/h의 최고속도를 자랑하며, 카이맨 S(PDK 적용 모델)는 4.9초의 100km/h 가속시간과 281km/h의 최고속도를 발휘해 조금 더 강한 엔진 출력만큼이나 기본적인 퍼포먼스에서도 카이맨이 박스터를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박스터와 카이맨은 로드스터와 쿠페라는 차종의 특성에 따른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사진=포르쉐)
포르쉐가 이처럼 박스터와 카이맨의 엔진 성능과 퍼포먼스에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두 모델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박스터는 소프트톱을 열고 주변을 감상하며 여유있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스포츠카이고, 카이맨의 경우 강력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자 하는 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인 스포츠카라 할 수 있다.
물론 박스터의 드라이빙 성능도 카이맨에 결코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카이맨도 박스터 만큼이나 여유있는 드라이빙을 제공할 수 있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색깔을 바꿀 수 있다.


▲ 하드코어 스포츠카를 지량하는 GTS 모델의 등장으로 박스터와 카이맨의 차이가 모호해졌다.(사진=포르쉐)
이처럼 박스터와 카이맨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박스터 S와 카이맨 S의 엔진 출력을 각각 330마력과 340마력까지 끌어올리고 내외관을 보다 스포티하게 다듬은 GTS모델이 동일하게 출시되면서 두 모델의 차이점은 더욱 모호해져 버렸다.
GTS의 등장으로 박스터와 카이맨 모두 본격적인 하드코어 스포츠카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어떤 모델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현존 하는 미드십 스포츠카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 매력이 넘치는 박스터와 카이맨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은 시간이 흐르고 진화를 거듭할수록 동급 스포츠카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줘 왔고,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 집안의 가족끼리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GTS를 통해 포르쉐의 간판 모델인 911의 아성까지 넘보면서 어느덧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됐다.
결국 박스터와 카이맨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는 운전자가 로드스터와 쿠페 중 어떤 자동차를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갈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사실은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준혁 기자 innova33@i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