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도 모르고, 기업도 모르는 작전株 ◆
보통 주식 작전을 펼치려면 꽤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야만 한다. 돈을 대는 ‘쩐주’가 있어야 하며, 작전주를 홍보하는 ‘마바라’들도 여기저기 떠벌리며 다양한 통로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주포’라고 통칭되는 작전주의 총책임자도 존재한다.
주포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 인수 후 개발(A&D),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이 도입되면서 전체 시나리오를 짜는 설계사와 실전 매매를 담당하는 트레이딩리더가 분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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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주식 작전을 펼치려면 꽤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야만 한다. 돈을 대는 ‘쩐주’가 있어야 하며, 작전주를 홍보하는 ‘마바라’들도 여기저기 떠벌리며 다양한 통로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주포’라고 통칭되는 작전주의 총책임자도 존재한다.
주포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 인수 후 개발(A&D),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이 도입되면서 전체 시나리오를 짜는 설계사와 실전 매매를 담당하는 트레이딩리더가 분리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전자의 비중이 훨씬 커져 흔히 “주포가 누구야?”라고 할 때는 곧 설계사를 가리킨다. 과거 ‘주포’였던 작전주를 직접 매매하는 트레이더들은 이제 한낱 기술자로 전락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작전주의 꽃’ 주포는 과연 누구인가?
2000년대 이후 주포들은 M&A 전문가가 주를 이룬다. 학벌이나 집안이 좋고 사회 각계각층 리더들과의 네트워크도 돈독하다. 가령 팬텀엔터테인먼트, 다휘 등 굵직한 작전의 주포 중 한 명이었던 김 모 씨 경우 전직 국회의원 아들에 서울대 출신 이었다.
글로웍스의 작전 주포였으며 SK그룹 비자금 사건과도 연루돼 있는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금융석사 학위를 받고 1998년 SK그룹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이렇게 주포의 스펙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그만큼 작전 수준이 높아진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매매 실력이 향상된 것이 중요한 이유다. 몇 가지 허위공시로 주가를 올리는 단순한 작전(일명 ‘폭탄 뻥’)을 통해서는 이제 더 이상 쩐주들에게 은행 대출금리 수준의 이익도 돌려줄 수 없기에 더 교묘하고 복잡한 작전이 필요했고 결국 이런 그림을 그리는 설계사 수준도 높아져야 했다는 분석이다.
명문대·유력 자제 ‘작전’ 개입
2000년대 초 대한민국 코스닥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리타워텍 주포였던 최유신 씨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M&A와 A&D의 귀재였다. 부친이 유명 외국계 보험회사 회장이었으며 자딘플레밍, 살로몬스미스바니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직도 많은 주식 시장 관계자들이 역대 최고 작전주로 손꼽는 리타워텍은 시가총액이 2000년 1월 26일 71억원에서 7개월 후인 8월 16일 1조2095억원으로 폭발했으며 ‘34일 연속 상한가’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때 주가는 32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을 찍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리타워텍의 최유신 씨 경우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2년여간 진행된 검찰과 리타워텍의 법정 싸움은 결국 2002년 8월 대법원이 리타워텍 손을 들어주며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끝이 났다.
판결로만 본다면 최유신 씨는 주포가 아닌 M&A 전문가라고 해야 옳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스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작전주 주포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혹자는 ‘탐욕’ 때문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아도취’라고도 해석한다.
개미들이 주도하는 작전도
지난 2008년 4월 상장 폐지됐던 UC아이콜스는 ‘작전종합선물세트’로 불릴 정도로 모든 작전 테크닉이 집약적으로 사용된 종목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주포야?”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설계가 복잡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BW 발행’ 기법도 있었으며 M&A 재료 만들기와 불성실 공시도 사용됐다. 여기에 명동 사채업자들이 작전 중반부에 합류하면서 브로커들이 스스로 ‘작전 가지치기’에 나섰다는 후문도 있다. 무엇보다 당시 세계 3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가 주식 25만주를 매수하면서 UC아이콜스는 그야말로 작전주 종결자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검찰 수사 결과 UC아이콜스 작전은 수백억원대의 규모였다고 밝혀졌지만 시장에선 족히 수천억원은 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1명의 주포에 의해 시나리오가 설계된 경우가 아니라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다. UC아이콜스의 표면적인 주포는 대표 이승훈 씨다. 이승훈 씨의 경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으로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이 같은 이력으로 당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2006년 9월 당시 모바일콘텐츠업체 구름커뮤니케이션 이승훈 대표가 UC아이콜스 주식 400만주를 166억원에 사들이면서 작전은 시작된다. 이후 M&A 재료가 터지면서 주가는 파죽지세로 올랐고,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BW 발행도 이어졌다. 2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2007년 4월 2만8800원을 찍으면서 절정을 치닫다가 이후부터 주가가 고꾸라지며 ‘13일 연속 하한가’라는 기록을 수립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그 누구도 이승훈 대표를 단독 주포로 보지 않는다. 이 대표에게 돈을 대줬던 박권 공동대표를 진정한 주포로 보는가 하면, 명동 사채업자 측에서 ‘선수’를 기용해 중반 이후 판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아예 “개미들 모두가 주포였다”는 말도 나온다. 판돈이 수천억원대로 커지면서 이미 몇몇 주포가 조종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주가가 자신이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당시 “주가가 생물처럼 움직였다”는 말이 돌았다. 오죽했으면 리먼브라더스도 여기에 합류했을까?
다단계 회사가 주포로 나선 사례도 있어
2007년 작전주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루보는 오프라인 다단계회사 제이유(JU) 관계자들이 주포를 선 독특한 케이스였다.
기계공업에 쓰이는 베어링과 금형 표준부품을 생산하는 루보의 2006년 10월 말 주가는 1300원대.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2007년 3월 중순까지 주가는 5만원대로 치솟았다. 특히 루보는 이런 폭등을 보이기까지 단 한 번도 이상급등 종목 경고를 받지 않았다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루에 2%, 1%, 3% 등 상한가 없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다단계회사 관계자들이 회원들 자금을 배타적으로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이유 측 간부들은 1500억원대 자금과 728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을 펼쳤다. 루보는 전적으로 오프라인 다단계의 힘에 의존한 경우다. 전국 투자설명회를 통해 작전 관계자들은 며칠 만에 2~3배 수익을 낸 통장을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었고 여기에 속은 신규 회원이 스스로 자신의 통장계좌 ID와 비밀번호를 세력에 넘기는 식이었다. 이후 세력들은 모집자금으로 주가를 조금씩 조금씩 올렸고, 차익 실현 후 앞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일부 지급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피라미드 수법을 온라인 주식투자에서 구사한 셈이다.
특히, 루보는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와 저축은행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작전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주수도 제이유 회장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 루보 피해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벌 2·3세들이 얼굴마담(혹은 주포) 역할을 한 ‘재벌 테마주’ ‘재벌 작전주’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재벌 작전주 역시 여타 다른 작전주와 달리 엄청나게 많은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투자자라면 ‘재벌 2세가 뭐가 아쉬워서 작전하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괜찮은 기업에, 재벌 2세가 빠르게 지분을 늘려간다면 대부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작전으로 한탕 해먹고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래서 이런 종목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공무원과 재벌 2세들까지 엮인 작전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그만큼 작전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슈퍼개미’도 나오고 보통 개미들의 실력 수준 또한 굉장히 높아져 웬만해선 속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속이려면 더 강한 재료가 필요한 셈이다.
■ 용어설명
·주포 작전 총괄 책임자, 또는 조직
·쫀지포 작전 중반, 마무리 시점에 참여하는 세력. 주포에 비해 자금 규모나 목표수익률이 낮다.
·부티크 M&A 관련 전문 투자자문회사. 원래 용어는 ‘Corporate Acquisition Boutique’이며 국내에선 ‘뿌?煉?막?불린다.
·마바라 일본말로 주식 관련 소액투자자를 뜻하지만 국내에선 항상 당하는 호구를 의미하거나, 작전주 홍보맨을 가리킨다. 최근엔 기초 실력 없이 억지 궤변이나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주식맨을 의미한다.
·개미핥기 작전 중반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했을 경우 1~2개월 동안 주가를 박스권에 가둔 후 매일 급등락을 반복해 결국 매도하게 만드는 행위. ‘흔들기’라고도 한다.
[정철진 소설 ‘작전’ 저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43호(12.02.08~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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