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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전사 간부들 차 마시며…‘우리도 영화 따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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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제에서 영국 전투영화 보고 ‘포로 체험’ 즉흥 결정

요원 질식사 시킨 두건도 문방구에서 산 ‘신발주머니’


이달 초 특전사 부사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로체험 훈련’이 외국의 특수부대 활약상을 그린 영화를 보고 졸속으로 따라 한 훈련이었다고 17일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방위 간사)이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지난 4월3일 특전사에서 열린 ‘전투영화제’에서 간부들이 영국 특수부대를 다룬 영화 <브라보 투 제로>를 함께 본 뒤, 차를 마시면서 영화에 나온 ‘특성화 훈련’을 언급하며 ‘우리는 왜 저런 훈련이 없나. 우리도 하자’는 의견이 나와 마련됐다는 보고를 군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보 투 제로>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특수 임무를 띠고 투입된 영국의 SAS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특전사 사령부는 닷새 뒤인 9일 예하 여단에 생존기술 등 특성화 훈련을 지시했고, 이후 5월2일 지휘관 토의, 5월26일 ‘특성화훈련센터’ 개설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윤 의원 쪽이 전했다. 이에 따라 예하 여단들은 특성화훈련 중 생존기술 과정, 살상기술 과정 등을 분야별로 각각 나눠 맡아 준비를 해왔고, ‘포로시 행동 요령’ 과정을 맡은 제13공수여단은 9월15일~10월19일 정식 시험 적응 훈련을 앞두고 9월2일 자체 선행 훈련을 하다 사고를 냈다.

군 당국은 사고 당시 훈련 내용에 대해 “올 4월부터 6월까지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훈련 내용에 대한 선행연구를 하고 우수한 교관을 선발해서 교육준비를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쪽 관계자는 “군 당국자가 이날 보고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영국 등의 교범을 따라 훈련을 만들었는데 아직 매뉴얼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졸속 훈련이었음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또 훈련 중 특전사 요원들의 얼굴에 씌운 두건도 교관 2명이 부대 앞 문방구에 가서 구입한 신발주머니였을 정도로 사전 연구검토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 당시 교관들은 폐쇄공포증이 있는 요원들에게는 신발주머니에 칼집을 내서 얼굴에 씌웠지만, 그렇지 않은 요원에게는 그냥 씌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그동안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나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때 지적됐던 보고 지연 등의 문제가 재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사고가 난 당일의 야간 훈련은 사령부에도 보고가 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사실도 사고 발생 당일 여단장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사고 당시 훈련을 지도했던 교관 4명을 구속했다. 또 전인범 특전사령관과 제13공수여단장 등에 대해선 지휘감독 소홀로 경고 조치 등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소속 부사관 2명은 지난 2일 저녁 예하부대에서 얼굴에 두건을 씌운 채 고독감과 공포감을 극복하는 훈련인 ‘포로시 행동 요령’ 훈련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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