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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오늘 中·日전쟁(日이 中 공격한 '노구교 사건' 발발) 77주년, 中지도부 '抗日(항일)기념관' 총출동

조선일보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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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단위 아닌 해에 이례적 대규모 행사… 전국 생중계
기념관 관람열기 후끈… 韓·中 공동투쟁 기록물도 전시
4일 베이징 근교의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은 평일 낮인데도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베이징의 중학생 자오(趙)군은 "루거우차오(蘆溝橋·노구교) 사건 77주년을 앞두고 동급생들과 단체 관람을 왔다"며 "일제 침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는 1937년 7월 7일 루거우차오 부근에서 훈련하던 일본군 사병의 실종 사건을 구실로 중국군을 공격했다. 이 사건은 중·일 전쟁의 발단이 됐다.

중국은 1987년 '노구교 사건' 50주년을 맞아 노구교 건너편에 이 기념관을 세웠다.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직접 입구에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이라는 글씨를 썼다. '국치를 잊지 말고, 중화의 꿈을 실현하자(勿忘國恥, 圓夢中華)'라는 글귀도 현재 기념관 입구에 걸려 있다.

‘中·韓 양 민족이 연합해 日 타도하자’… 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걸린 사진… 4일 중국 베이징 근교의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중일전쟁 당시 한 병사가 ‘중·한 양 민족이 연합해 일본 강도를 타도하자. 조선의용군’이라는 글귀를 쓰는 장면(위 사진)이 전시돼 있다.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던 ‘루거우차오(蘆溝橋·노구교) 사건 77주년’을 앞두고 이날 기념관은 중국 관람객들로 북적였다(아래 왼쪽 사진). 단체 관람객들은 중국 국기를 들고 기념관을 찾았다(아래 오른쪽). /안용현 특파원

‘中·韓 양 민족이 연합해 日 타도하자’… 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걸린 사진… 4일 중국 베이징 근교의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중일전쟁 당시 한 병사가 ‘중·한 양 민족이 연합해 일본 강도를 타도하자. 조선의용군’이라는 글귀를 쓰는 장면(위 사진)이 전시돼 있다.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던 ‘루거우차오(蘆溝橋·노구교) 사건 77주년’을 앞두고 이날 기념관은 중국 관람객들로 북적였다(아래 왼쪽 사진). 단체 관람객들은 중국 국기를 들고 기념관을 찾았다(아래 오른쪽). /안용현 특파원


단체 관람을 온 학생들은 입구 앞에서 '오성홍기(五星紅旗·중국 국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기념관 단체 관람을 숙제로 내줬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일제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한 1931년 9월 만주 사변부터 1945년 8월 패전할 때까지의 사진 650여장과 무기 등 사료 8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군의 학살 사진과 관련 기록, 중국군의 항일 전투 그림과 당시 무기 등이 전시 면적 6000㎡의 기념관을 빼곡히 채웠다. 장난스럽게 기념관에 입장했던 중국 중고생들도 금세 숙연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린이 시체가 쌓인 사진에는 고개를 돌리는 학생도 있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1997년 '노구교 사건' 60주년 때 "애국주의 깃발을 높이 들고 역사를 거울삼아 후손을 가르치자"는 글을 써서 기념관에 내걸었다. 손을 잡은 노(老)부부는 일제의 고문 도구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일제에 맞서 당시 한·중이 함께 싸웠던 기록도 기념관에는 전시되어 있다. 야산 언덕에서 한 병사가 '중·한 양 민족이 연합해 일본 강도를 타도하자. 조선의용군(中韓兩民族聯合起來打倒日本强盜. 朝鮮義勇軍)'이라는 글을 적는 사진이 '국제 우호'라는 제목으로 걸려 있었다. 옌안(延安) 일대에서 한·중이 연합군을 구성해 일본군과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도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방한 기간 일본의 역사 의식을 비판하면서 거론했던 한·중 협력 사례들을 보는 듯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에 "중국 전(全) 민족이 항일운동에 나선 '7·7 사변(노구교 사건)' 77주년을 맞아 당·국가 지도자 및 각계 대표가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한 최고지도부가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CCTV와 중앙 라디오·신화망·인민망 등이 기념식을 생중계한다고 신경보가 전했다.

보통 10주년 단위로 행사를 기념하는 중국이 77주년을 맞아 이처럼 대규모 기념행사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며 '전후(戰後) 질서'를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데 대해 중국 최고지도부가 분노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일 공세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일본의 전쟁 유전자가 부활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고에서 "독일은 역사를 반성했지만, 일본은 역사를 망각했다"며 "(일본은) 역사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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