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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F칼럼] 비뇨기과 여의사가 알려 주는 여성과 아동의 건강 이야기

하이닥 Hidoc 건강의학전문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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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비뇨기과 여의사로 6년째 일하면서 사람들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비뇨기과를 택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비뇨기과 하면 성병과 발기 부전, 음경 확대나 포경, 정관 수술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전문의를 딴 후로 남성 환자보다는 여성과 소아 환자를 더 많이 봤고, 전공을 여성과 소아로 세분화하면서 남성 환자는 거의 안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여성과 소아의 비뇨기계 질환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하게 방광암, 신장암, 요로계 결석 등을 앓는다. 이 외에도 배뇨 장애에 있어서는 과민성 방광이나 요실금, 골반장기 탈출, 그리고 방광염이 대부분 여성에서 호발한다. 더불어, 여성의 요도 주위 분비샘에서 발생하는 요도 낭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요도구가 제 위치에 있지 못하고 정상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요도 하열, 고환이 올라가 있는 잠복 고환, 음낭에 물이 차는 음낭 수종, 그리고 포피가 음경 귀두부를 덮어서 귀두부가 노출되지 않는 포경, 그리고 함몰 음경 등이 있다. 성별에 상관 없이 소아에서 호발하는 배뇨 장애로는 주간 빈뇨와 야간뇨, 야뇨증 등이 있다.

임상 의사로 경험하면서 여성과 소아 비뇨기과 환자를 진료실에서 접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대중적으로 이들의 질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환자들 스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질환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소아도 마찬가지로, 배뇨 훈련 등에 의해서 호전될 수 있는 배뇨 장애를 방치하거나, 숨김으로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그렇다면 이들의 병원으로의 진입 장벽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우선, 비뇨기계 질환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일반인들의 흔히 접할 수 있는 비뇨기계 질환에 대한 교육을 학생 때부터 받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소아 환자의 질환에 대해서는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의 지식과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와 교육자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자는 실제로 진료실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에게 안내문을 주면서 소아 환자의 배뇨 장애 치료에 도움을 준 적이 여러 차례 있다.

그리고 여의사로서 여성과 소아 환자들을 치료함에 있어서 많은 장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임신과 출산을 두 번 경험한 아이 엄마로서, 임산부, 혹은 경산부를 봄에 있어서 환자들에게 많은 신뢰를 줄 수 있었다. 출산 전후로 겪는 심리적, 육체적 변화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 보다 쉽게 설명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써 아이들의 배뇨 장애로 인한 아이와 엄마의 불안을 읽을 수 있고, 적정한 치료법을 알려줘서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함께 기뻐할 수 있었기에 부모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이 된다.

다음에 세부 질환을 설명하기 전에 필자의 경험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첫 아이 임신 8개월 차에 지속되는 옆구리 통증과 고열로 어느 날 통증으로 쓰러져서 응급실에서 치료 받았다. 검사 결과 신우 신염이 있었고 결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임신 중이라 방사선을 쬐기 힘들어서 치료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계속 통증이 지속되고 치료로 요관 부목도 넣고 했지만 호전이 없어서 전공의 근무 중이었지만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속되는 통증으로 초음파를 봤는데 우측 콩팥 위의 부신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초음파 판독에서는 악성 종양이었고, 악성이 맞으면 1년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악성이라는 판독이 나왔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CT를 찍어야 했지만 방사선량이 많아서 어려웠고, MRI를 찍으려니 진단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일단은 MRI 를 찍었는데 역시나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통해서 종양을 빨리 떼어야 진단과 치료가 되는데, 문제는 임신 중이라 언제 하느냐였다. 36주만 넘기면 조산을 벗어나고 아이도 평균보다 컸기에 37주차에 유도 분만하고 바로 수술하기로 했다. 그래서 출산하고 6일 뒤에 바로 복강경으로 우측 부신 절제술을 했다. 회복되는 동안 병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엄청 마음 고생을 했다. 당시에 마취과에서 수유부한테 줘서는 안 되는 PCA를 줘서 아이한테 젖을 물릴 수 없어 젖몸살 때문에 고생했고, 배도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남들은 산후 조리도 하는데 나는 수술 회복하느라고 산후 조리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지옥 같은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양성 종양으로 밝혀져서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환자들의 고통이나 걱정이 남의 걱정 같이 않고, 환자들을 대하고 치료하는 시간이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의사라는 일은 항상 스트레스와 싸우는 일이다. 언제 응급이 생길 지 모르고, 환자의 치료에 있어, 연령, 성별, 직업,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환자의 상황에 가장 최적화되고,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치료를 해야 하기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보람은 환자가 증상이 나아지고, 완치돼서 나갈 때인 것 같다. 이러한 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환자와 의사가 원활하게 의사 소통을 하고, 질병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비뇨기과 여의사인,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여성과 소아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나의 바램이다.

<글 = 가천대학교길병원 비뇨기과 이한이 교수 (비뇨기과 전문의)>

# 본 칼럼은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소속 YUF(young urologist forum) 연재 칼럼입니다.

[Hidoc 건강의학전문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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