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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가 힘이다] ⑤ 'IT 엑소더스' 청년이 사라진 SW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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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기존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실현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 문턱에서 제동이 걸린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강화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미디어잇은 [SW의 힘, IT 코리아의 미래] 연중기획을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중요한 이유를 심층 분석하고, 국내외 다양한 사례와 정책 등을 비교해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박상훈 기자] "솔직히 신입을 뽑아서 키우기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몇 년 키워 놓으면 금새 대기업에 빼앗긴다. 경력을 뽑으려고 해도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결국 괜찮은 사람들은 대부분 공공기관 아니면 대기업에 가 있다. 프로젝트 하다 보면 탐나는 친구들이 많다. 문제는 그들도 몇년 지나면 대기업 문화, 공공기관 문화에 물들어 자기계발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들이 창업도 하고 제품 개발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 한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인력 부족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0~1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SW 개발자 구인 인원의 1/3을 뽑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역시 미충원율이 30%가 넘는다. 최근에는 보안업계가 인력난으로 수주한 사업도 진행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반면 지난해 청년층의 취업률은 39.7%로 10명 중 4명 정도만 일자리를 찾았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고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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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직업 인력의 규모별 미충원인원 및 미충원율 (출처=고용노동부)

최근 미래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이 발표한 2013 ICT 인력동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그 원인에 대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SW 산업 종사자는 15만4729명으로 전년 대비 4.9% 늘어났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정보통신방송서비스(1.6%), 정보통신방송기기(0.6%) 등 IT 산업내 다른 업계보다 견실한 성장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SW 산업의 퇴직률은 16.9%로 IT 산업 전체 평균 8.7%의 두배 수준이다. 한해 동안 2만7461명이 새로 채용됐지만 2만6082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직률을 기준으로 정보통신방송서비스(5.3%)의 3배, 정보통신방송기기(7.3%) 업계의 2배가 넘는다. 다른 산업의 전산 인력 이직률(8.9%)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그 많던 IT 키드는 다 어디에 갔을까

SW 산업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노동환경 자체가 열악한 것이 큰 요인을 차지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수행한 'IT 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기준 일주일에 40시간 미만의 노동을 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고, 5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사람이 63.3%, 70시간 이상도 19.4%에 달했다.

지난해 IT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7.3시간으로, 2004년 조사(57.8시간)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은 발전해 가지만 정작 그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은 10년 전과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사무처가 내놓은 'IT노동자 근로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초과근무에 대해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76.4%에 달했고 근로계약 기간도 1년이라는 응답이 62.7%로 가장 많았다. 불안정한 고용과 보상없는 잔업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IT 노동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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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산업 노동자에 대한 초과근로 처우 (출처=국회사무처 보고서)

수준 이하의 노동 환경은 이직은 물론 신규 인력의 유입을 막아 산업 전체의 노령화로 이어진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노령화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 조사에서 20대 이상 노동자 비율은 53.7%였으나 2013년에는 32.9%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이상 노동자 비중은 0.9%에서 10.5%로 높아졌다. IT 산업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령화 현상을 고려한다고 해도 20대 이하 비율이 20% 넘게 급감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IT 산업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 위주 인력 정책은 임금만 낮출 수도

정부의 인력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 교과과정 신설, 교원 채용, 연구개발(R&D) 지원 등과 연계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별도의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이 요구하는 인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경직성을 갖는 교육구조에서는 대학이 스스로 IT분야의 빠른 기술 진화를 수용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단지 신규 인력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경우 단기적으로 구인난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저임근 근로자가 양산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체 노동시간의 임금 수준을 낮춰 신규 인력 유입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문제를 푸는 궁극적인 해법은 SW 생태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고 실력있는 사람들이 업계 내부에 머무르면서 창업이나 제품 개발 등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서 2000년대 초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폐지됐던 파격적인 IT 창업 지원책을 다시 부활시키고 개발한 IT 기술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호 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는 "지금은 정부가 몇조원 더 투자하는 것보다 SW 산업을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폐지, 축소된 벤처 활성화 방안의 부활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급 1억원 더 주면 8억 이상 매출 효과

'IT 노동과 자본의 총산출에 대한 직간접 효과'(이강배, 2011) 논문을 보면 IT 노동자에게 임금 1억원을 더 지급하면 5억5500만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새롭게 창출된다. 고정자본 투자 대비 1.8배, 비IT 노동자 급여 대비 7.5배 높은 것이다. 특히 비제조업 분야의 경우 IT 노동급여의 한계생산은 8.45로, 급여에 1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경우 8.45억원의 추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IT 노동자들이 만드는 부가가치가 단순히 매출증가를 넘어 모든 산업의 성장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더 중요한 것은 SW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전적으로 인적자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SW 개발에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는 기술, 즉 오직 인력 뿐이다. SW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결국은 인력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는 '제9 구단' NC다이노스를 통해 SW 산업의 잠재력과 이 산업 내에서 개인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파한다. 현재 야구단을 소유한 기업 대부분은 70~80년대 산업화 시대에 성장한 업체들이지만, NC다이노스는 80년대 이후 창업한 SW 기업이 소유한 첫 프로야구단으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SW 기업을 창업해 대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NC다이노스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SW는 작게는 개인의 잠재력을 깨우고 크게는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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