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기앞수표라 믿었는데…은행 '거부' 횡포

<앵커>

자기앞수표는 은행이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현금처럼 믿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시중은행이 억대의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도 사기 사건에 관련된 계좌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송인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중고차 수출업을 하는 조 모 씨는 지난 2월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은행에 입금하려다 거절당했습니다.

[수표 지급거절 피해자/중고차 수출업자 : 거래처에 차를 팔고 그 대금으로 받은 거죠. 7년 정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굉장히 억울하죠.]

다른 중고차 업체들이 받은 자기앞수표도 은행에서 지급을 거절당했습니다.

[수표 지급거절 피해자/중고차 수출업자 : 우리는 6백만 원이었거든요. 하나은행 수표 확실해요. 수표가 무척 꼬깃꼬깃했어요.]

해당 수표들이 과거 KT ENS 대출 사기사건의 주범인 전 모 씨와 관련된 계좌에서 인출돼 발행됐다는 이유입니다.

은행 측은 불법 자금으로 발행된 수표여서 부도 처리했다면서, 수표를 지급 받으려면 소송을 하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급이 거절된 수표들은 하나은행 서판교 지점이 지급을 보증하고 발행한 정식 자기앞수표입니다.

해당 계좌가 사기 사건에 연루돼 은행이 입게 된 피해를 영문도 모르는 수표 보유자들에게 떠넘기는 셈입니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은행이 사기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정상적으로 발행한 자기앞수표를 지급 거절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것은 은행의 횡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계좌에서 인출된 자기앞수표는 100만 원권 140장, 1천만 원권 4장 등 모두 144장이나 돼 추가 지급거부 피해가 예상됩니다.

금융감독원도 자기앞수표에 대한 지급거부는 부당하다고 보고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정성화, 영상편집 : 김경연)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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