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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단원고 학생들, 웃는 것에 죄책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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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우선적으로 3학년만 수업을 시작했던 단원고가 오늘부터 전 학년 수업을 시작합니다. 정신적인 충격이 큰 만큼 심리 치료가 예정되어 있죠. 다행히 이미 등교를 시작한 3학년 학생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학생들도 엄청난 충격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 단축할 수 있을까요? 학생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담당하고 계신 분 만나보겠습니다.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지난 주 목요일부터 등교한 고3 학생들 예상보다 빠르게 치유되고 있다고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네, 아이들은 확실히 학교에 있는 게 아이들에게는 많이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학교를 열기 전에는 아침부터, 새벽부터 밤중까지 아이들이 학교를 왔다 갔다 하고 부산하고 분주한 모습이었는데요. 오히려 학교를 열고나니까, 수업을 하고 난 이후에는 학교가 굉장히 조용해 졌고요. 아이들의 표정도 첫날보다는 둘째 날이 더 밝고 아이들의 모습을 되찾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등교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 이런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네, 그리고 부모님들도 오히려 많이 안심을 하시는 것 같고요. 아이들이 뭔가 자기들이 속한 공간이 있고 속한 조직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익숙한 학교로 돌아온다는 것이, 다른 사회들은 자기의 자리를 계속 가고 있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못 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도 안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웃는 것조차 죄스러울 때가 있잖아요. 이런 생각도 잘못된 거죠?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그렇죠. 그게 제일 문제인 것 같은데요. 단원고 주변이나 안산시는 굉장한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하고 웃다보면 죄책감을 느끼거든요. 그건 일반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그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의 일종인데요. 그런데 우리가 이런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고 사건이 났기 때문에 그 분들의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다독이고 위로를 하고 애도를 하면서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애도 반응의 중심이거든요. 그래서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릴 수 있고 기쁠 때는 웃어도 된다는 그런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주는 것이 좋고요. 선생님들에게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을 교육을 해서 일상생활 하면서 느끼는 그런 감정 중에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저희가 교육을 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저도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게 학생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른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는 거거든요. 어른들이 못 구한 게 아니라 안 구해줬다, 이런 배신감을 가진 친구들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어때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그런 부분이 제일 크고요. 그래서 저희가 저희도 어른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허락을 구하고 들어간 게 아니라 저희가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무작정 밀어닥친 거잖아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희하고 관계를 맺을 때도 처음에는 굉장히 거부적이었고 그 다음에 어떤 사람인지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첫째 날보다는 둘째 날, 같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 익숙해지고, 저희가 만나면 저희가 어른들을 대표해서 잘못했다고 사과를 먼저 하고 시작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 입장에서는 누군가 사과를 해주는 것이,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직접적으로 얼굴에 대놓고, 미안하다, 어른들 대표해서 사과를 한다는 말을 하고 처음에 저희가 들어갈 때 생각을 못 했던 게 슬리퍼를 준비 못해서 신발을 신고 들어갔는데 아이들은 슬리퍼를 다 갈아 신더라고요. 그 때 바로 저희가, “너희들은 너희 학교가 소중한데 슬리퍼를 신고 오는데 우리는 준비를 미쳐 못 해서 신발을 신고 이렇게 너희 교실에 들어와서 정말 미안하다.” 그렇게 사과를 했더니 그런 포인트에 대해서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그리고 저희가 소아 정신과 의사라는 걸 이야기를 하니까 아이들이 정말 의사가 맞느냐고 다시 한 번 묻고 나서 신뢰를 가지고, 저희에게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외부 사람이 불편하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저희가 상담을 해야 하는데, 상담이라는 것은 너무 오픈이 되어 있으면, 열려있으면, 공개 되어있으면 아이들이 오기 힘들어하거든요. 5층 독서실 자리에다가 빨리 공사를 해주셔서 상담실을 개설하고 있는데 거기에 저희가 숨어있을 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이 숨어있는 건 괜찮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조금씩 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사 차량으로 지금 운동장에 차량이 많으니까, 혹시 저 차량이 언론 차량은 아니냐, 저희들에게 묻기도 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언론에 대해서도 굉장히 걱정이 많군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는 축구 같은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걸 하면 언론이 자기들을 이상한 애들로 비출 거라고 그런 걱정을 하기도 하고요, 유가족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고 그런 분위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직은 지금 마음의 상처가 굉장히 많은 상태에요. 그래서 말씀 들어보니까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 되는 거네요. 이런 부분, 쉽게 치유가 되지는 않겠죠?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아이들은 힘이 있거든요. 저희들이 걱정하는 것 보다는 힘이 있고 아이들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문화적인 분위기는 구조가 있고 구조 안에 아이들이 맞추어야 하잖아요. 1교시, 2, 3, 4교시가 있고, 수업이 진행되고 이런 전체에 아이들이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분위기라면 지금 현재 아이들이 조절력을 굉장히 많이 상실하고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들 중에는 애도 반응을 하고 싶은 아이들도 있고, 아이들이 다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배들이나 선배들이. 지금은 그런 걸 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 다음에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 아이가 있고 혼자서 그런 슬픔을 정리하고 싶은 아이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아이들이 있거든요. 이번에는 그런 다양성을 존중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세심하게 그걸 생각을 하고 있고요. 아이들이 혹시나 감정을 드러내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헤칠까봐, 안 그래도 상처를 받은 자기들의 가족들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감정 표현을 못 하거나, 아니면 너무 슬픔에 압도되어서 감정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저희가 오늘은 감정 카드를 가지고 보고 그것을 읽고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감정 카드요?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것, 응어리 진 감정을 쏟아내게 하는 그런 방법인가 보죠?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네,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여러 가지 걱정이 있어요. 뭔가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급성 스트레스 반응에서 가장 큰 이슈인데요. 쏟아낸다고 하면 자기가 그것을 조절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폭발할까봐 걱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을 조절된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타나게 하는 게 아이들로서는 조절감을 갖게 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오늘부터는 1학년 학생들, 수학여행 참가하지 않은 2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데 며칠 사이에 학교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달라졌잖아요.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그것도 걱정이에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2학년 학생들 중 수학여행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은 5명 정도 되는데요. 그 아이들은 저희가, 아무래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대상 중 하나이잖아요. 그래서 그 아이들은 개별적으로 저희가 접촉하려고 하고요. 그 아이들이 왜 수학여행을 못 갔고 어떤 시점에서 이 사고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 열흘 정도가 지났는데 그 동안 어떤 일들을 했고 어떤 감정이 들었고 이런 것들을 저희가 많이 부모님하고 같이 상의를 하고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금 1, 2학년 학생들도 3학년처럼 수업과 심리치료를 함께 받게 되는 건가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그렇죠. 1학년은 반, 반 별로 저희가 들어가서 할 거고요. 3학년은 일단 목요일하고 금요일 이후에 굉장히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고 그 다음에 목, 금요일 날 한 거에 대해서 피드백을 다 받았습니다. 피드백을 A4용지에 다 적게 했더니 아이들마다 굉장히 다양한 의견도 내고 감정도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아까 이야기 드렸던 것처럼 운동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이 학교가 탁구가 유명한 학교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탁구를 통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런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치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요, 3학년을 위해서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계시네요. 교수님 사실 선생님들도 걱정이죠? 선생님들도 듣기로는 심리 상담조차 기피할 정도로 자책이 심하다고 들었는데요, 나아지셨나요?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네, 선생님들은 처음보다는 많이 그런 분위기는 나아지셨고요. 다만 육체적으로, 신체적으로 피곤해하셔서요. 토, 일요일은 학교가 굉장히 조용한 편이었거든요. 토, 일요일은 집에 가서 쉬시고 가족들하고 만나시고 쉬는 분위기가 많이 조성이 되었고 학교를 열면 저희가 1학년 학생들을 많이 도와서 학교에 등교하게 한 다음에는 선생님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할 건데요. 굉장히 재미있는 게 아이들이 선생님들 걱정을 많이 썼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상담을 거부하더라도 반드시 해주세요, 이런 내용을 쓴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만큼 아이들이 자기 상처를 보듬기도 바쁠 텐데, 힘들 텐데, 선생님들 걱정을 많이 하는군요. 선생님들이 빨리 회복되어야지 정상화도 빠를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선생님들도 도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수님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선생님들 잘 보듬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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