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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검은 바다, 그 곳엔 태극기가 있었다"

머니투데이 덴헬데르(네덜란드)=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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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1-1>석유공사 북해 유전개발 현장을 가다]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해상유전 플랫폼의 생산시설 전경.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해상유전 플랫폼의 생산시설 전경.

끝도 없이 펼쳐진 북해(北海)의 검푸른 바다 위에 자리 잡은 해상유전.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그 곳에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한국에서 9000㎞ 떨어진 북해 역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라는 분명한 상징이었다.

지난해 12월 9일 네덜란드의 북해 유전개발 현장을 찾았다.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서 차량을 타고 북서쪽으로 3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덴 헬데르(Den Helder). 총 길이 13㎞에 달하는 대제방이 보호하는 네덜란드의 대표적 군항도시이다.

북해의 관문인 이곳에서 헬기를 타고 다시 남서쪽 50㎞를 날아가자 우물(井) 구조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다.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석유공사의 드 로이테르(De Ruyter) 해상유전 플랫폼(생산기지)이었다.

플랫폼의 헬리-도크에 내려서자 공기 속에 숨어있던 메케한 석유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유가 생산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높이 치솟은 붐 버너는 잔류 가스를 태우며 연신 굵은 화염을 토해냈다.

헬기에서 바라본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해상유전 플랫폼 전경.

헬기에서 바라본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해상유전 플랫폼 전경.


드 로이테르 유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4800TOE(석유환산톤) 수준. 석유공사는 지분율에 따라 매일 2600TOE 규모의 원유를 확보했다. 연간 단위로 치면 95만TOE, 국내 연간 원유소비량의 약 1%를 드 로이테르 유전 한 곳에서 뽑아내고 있다.


현장 안내를 맡은 강정훈 석유공사 과장은 "이곳에서는 높은 품질의 중질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플랫폼에는 16명의 현장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해저에 적절한 가스와 물을 주입해 원유 추출 과정을 조정하고, 추출된 원유에서 불순물을 분리하는 일까지 일체의 생산과정이 모두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생산시설 대부분이 자동화돼있기 때문에 현장직원은 플랫폼의 유지·보수·관리 업무에 집중한다.

석유공사는 최근 드 로이테르 유전에서 북해유전개발 40년의 역사를 새로 쓰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다.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플랫폼의 헬리-도크에서 업무 중인 현장 직원들의 뒤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네덜란드 드 로이테르 플랫폼의 헬리-도크에서 업무 중인 현장 직원들의 뒤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드 로이테르 플랫폼을 중심축 삼아 인근에 위치한 반 겐트, 반 네스 유전을 각각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플랫폼을 새로 건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하루 평균 3600TOE 규모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공사 과정에서 반 겐트 유전의 동쪽 부분에 새로운 유전을 발견, 정밀 탐사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2곳의 유전을 시추할 때 쓰인 '삼중 수평정 기법(Tri-lateral Wall)'. 해상 유전은 일반적으로 넓은 면적에 좁은 폭으로 원유가 매장돼 있기 때문에 수직보다는 수평 시추를 진행한다. 삼중 수평정은 한 번에 각기 다른 3가지의 높이의 수평정을 뚫어냈다는 의미다. 이 기술이 북해에서 시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메드웨이(Medway)'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지난 1667년 제2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의 승패를 중요한 해전에서 따왔다. 당시 네덜란드는 영국의 메드웨이 지역을 기습, 많은 영국 전함을 침몰시키고 템즈강을 봉쇄하며 승전국이 됐다. 이 해전은 지금도 네덜란드에게는 최고의 영예, 영국에게는 가장 처참한 패배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에이코 반 달레인 플랫폼 운영담당자는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기업인 로열 더치 쉘에서 축하 전문을 보내왔을 정도"라며 "선진 유전개발기술의 전쟁터인 북해에서 한국의 석유공사가 자체 기술력으로 우뚝 섰다"고 평가했다.

드 로이테르는 영국 석유탐사업체 다나 페트롤리엄의 네덜란드 법인이 운영하던 유전이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지난해 9월 다나 인수에 성공하면서 운영권이 우리나라의 품으로 들어왔다.

특히 다나 인수는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신흥국인 한국, 그것도 공기업이 선진국의 '알짜' 민간 기업을 강제 인수하는 상황에 대해 주요 주주들이 반대 없이 오히려 동조했다는 것은 달라진 '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혔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유럽 위기로 선진국이 흔들리는 등 전통적인 '부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며 "다나 인수 사례처럼 장기적이고 치밀한 안목을 바탕으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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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헬데르(네덜란드)=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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