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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볼륨감이 살아있는 일본식 김밥 후토마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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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대구 신매동 <오미가미>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비싼 김밥 ‘후토마키’

작고한 모친이 일본에 거주한 적이 있어서 한 때 일본을 70회 이상 드나들었다. 스시나 소바, 우동, 텐동 등 다양한 일본음식을 맛보았지만 김밥을 먹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일본까지 와서 굳이 김밥을 먹어야 하나 싶어서였다. 작년 여름 서울 도곡동 스시 집에서 스시를 먹을 때 오너 셰프인 주인장이 일본식 김밥을 서비스로 내놓았다. 그 때까지 그 김밥 이름도 몰랐다.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동행인이 ‘후토마키’라고 해서 알았다.

후토마키는 일반 김밥과 달랐다. 두툼한 김밥이 입안에서 넘어갈 때 풍부하고 농후한 식감이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유명 호텔 일식 조리장 출신의 스시 집 주인장 솜씨가 남다르기도 했다.

그때부터 후토마키를 가끔 찾았다. 그러나 일식집이나 고급 이자카야에서 먹을 수 있는 후토마키의 가격은 비쌌다. 보통 1만 원대 후반에서 심지어는 3~4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고급 김밥이라도 후토마키는 김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후토마키의 원적지인 일본에서 이 두툼한(ふとい 太卷) 김밥은 비싼 음식이 아니다. 작년 말 일본에 갔을 때 후토마키를 일부러 두 번이나 사먹었다. 우리 돈으로 6,000원에서 9,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물론 고급 후토마키도 있을 것이다.

2013년 가을 대구의 어느 김밥 집 주인장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름 깔끔한 풍미의 김밥 집을 하는데 뭔가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는 후토마키를 추천했다. 우리나라에서 값비싼 김밥인 후토마키를 대중적으로 구성하면 차별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후토마키는 식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다. 김밥 집 주인장도 역시 후토마키를 몰랐다. 그 후 그는 서울의 후토마키 식당 몇 곳을 벤치마킹했다. 나중에는 일본 후쿠오카의 유명 조리학원에까지 가서 후토마키를 집중적으로 전수받았다. 10평 정도의 영세한 김밥 집 주인장으로서는 대단한 실천력이다.


최근까지 이 집 후토마키의 맛과 상품력에 대한 평가를 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다. 지난 주 부산에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마침 김밥 집 주인장이 후토마키를 본격적으로 판매한다고 하기에 상경 길에 들렀다. 이번 방문이 후토마키 마지막 시식 평가였다. 이 집이 대구 시매동 <오미가미>다.

주인장이 후토마키를 만들기 위해 초대리(밥에 단맛과 신맛을 가미하는 것)부터 만들었다. 일본 김밥인 후토마키는 우리 김밥과 달리 초대리를 쓴다. 전에 우리나라 우동이나 김밥 식당에서는 김밥을 김초밥이라 불렀고 기본적인 초대리도 했다. 지금도 큰 도시에서는 몇몇 식당들이 김초밥을 판매하고 있다. 예전 우리 집에서 만들어 먹던 김밥에서도 초대리를 한 기억이 있다.


연어와 버섯 그리고 계란 등이 후토마키의 주요 식재료다. 특히 계란(다마고마키)은 후토마키의 핵심 내용물이다. 필자는 일본에서 스시를 먹을 때 계란스시를 매우 좋아했다. 일설에 따르면 일식집 수준을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가 게란스시의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계란스시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후토마키에 들어가는 다마고마키도 생각 이상으로 만들기가 용이하지 않다. 우선 카스테라처럼 폭식 폭신한 식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약간 촉촉해야 한다.

오미가미 후토마키에는 특란 2개가 들어간다. 주인장이 속 내용물을 넣고 후토마키를 말았다. 두툼한 것이 일반 김밥보다 훨씬 볼륨감이 있었다. 거의 두 배 정도 사이즈다. 혹자는 후토마키를 ‘뚱땡이마키’라고도 부른다. 두 가지 후토마키를 시식했다. 후토마키도 대중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처음 나온 후토마키는 연어 후토마키(5,000원)였다. 필자는 연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나 후토마키와 연어는 찰떡궁합이었다. 후토마키의 풍요로운 식감에 이 연어가 독특한 감초 구실을 한다. 최고급 일식당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 맛이 제법이었다. 일반 스시 집 후토마키에 비해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단맛과 신맛은 일본 현지의 후토마키에 비해 다소 줄였다. 우리나라 사람 기호에 맞는 후토마키 맛의 밸런스를 정확히 잡았다. 수개월 동안 주인장은 후토마키를 반복해서 부단히 연습했다고 한다. 5,000원에 이 정도의 후토마키를 먹을 수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곧이어 새우튀김 후토마키도 시식했다. 후토마키의 강점은 단순하면서 풍요로운 맛이다. 이것저것 다 넣는 요즘 프리미엄 김밥에 비해 맛이 명확하다. 필자는 그런 김밥보다 이 후토마키가 훨씬 입맛에 맞는다. 동행한 20대 남자 사원이나 중년 남자인 필자의 입맛에도 이 후토마키는 충분히 맛있었다. 그러나 이 후토마키는 여성들이 더 좋아할 맛이다.


후쿠오카에서 후토마키와 함께 배웠던 니꾸우동(5,500원)도 시식했다. 니꾸우동에서 ‘니꾸’란 고기라는 뜻이다. 즉 소고기우동이다. 니꾸우동은 후쿠오카 지방의 명물우동이다. 소고기가 약 100g 정도 들어갔다. 소고기 육향과 국물 맛이 잘 어울렸다. 국물 맛에서 약간의 미소(일본 된장) 맛이 났다. 시원하면서 무게감이 있는 육수다. 이런 고기 우동에는 특히 시치미(七味)가 잘 어울린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육류와 매운 맛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에 이 집에서 후토마키를 먹게 되면 자르지 않고 통째로 먹는 '에호우마끼(恵方巻き)'로 먹어야겠다. 그렇게 와이드하게 먹어야 더 풍성하게 후토마키를 먹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먹었던 김밥도 자르지 않고 통으로 손에 쥐고 먹는 김밥이 더 맛있었다.
지출내역(2인) 연어후토마키(5000원)+새우튀김후토마키(4500원)+니꾸우동(5500원) = 1만 5000원

<오미가미> 대구 수성구 신매동 570 협화타운 상가 113호 (053)791-211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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