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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영녕전의 3D 스캔 이미지. 왼쪽은 일반 사진, 가운데는 스캔으로 얻은 원시 데이터, 오른쪽은 후처리 데이터다. WIPCO 제공 |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지난달 23일 끝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은 지난해 11월 3일 개막 후 108일 간 20만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보 10점과 보물 14점을 포함해 130여 점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국보 24호 석굴암도 포함됐다. 4분짜리 초고화질(UHD) 영상으로 제작한 디지털 석굴암이 석굴암의 축조 과정과 내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뉴욕타임스가 "실물을 보러 경주에 가고 싶게 만든다"고 칭찬한 이 영상은 3차원(3D)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3D 스캔은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 촬영 기술로, 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미터) 단위의 초정밀도를 자랑한다. 특정 물체의 정밀 스캔은 물론이고 넓은 지형을 360도 촬영하는 광대역 스캔을 해도 반경 300m 이내를 찍었을 때 오차 범위가 3~4㎜에 불과할 만큼 정확하다. 의류산업, 토목 플랜트, 영화와 게임, 예술 창작과 과학 수사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이 기술은 최근 들어 문화재 기록과 보존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3D 스캔 데이터를 처리하고 가공하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더욱 쓸모가 많다. 문화재의 경우 전시나 교육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2008년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 3D 스캔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화재 전인 2003년 3D 스캔 전문업체 위프코(WIPCO)가 숭례문 전체를 정밀 스캔해서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해 둔 것이 복원에 요긴하게 쓰였다.
위프코는 1997년 국내 최초로 문화재 3D 스캔을 시작한 업체다. 1993년 미국에서 장비와 기술을 도입해 토목 플랜트에 쓰다가 이를 문화재에 적용했다. 주로 문화재청 발주로 석굴암, 숭례문, 성덕대왕 신종 등 146건 202점을 스캔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HDAC)를 설립해 비영리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6년 첨단 장비를 활용한 중요 동산문화재 기록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3D 스캔은 좀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D 스캔을 비롯해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산업용 내시경을 써서 범종과 불상을 정밀 실측해 기록하고 있다. 2016년까지 세운 단계별 추진 계획에 따라 올해 1월 말 현재 95건(국보 6건, 보물 43건, 지방문화재 46건)을 3D 스캔했다.
이 사업을 계기로 목조건축과 석조문화재의 3D 스캔도 본격화했다. 목조건축 문화재는 스캔 대상인 국보와 보물 168건 중 162건을 마쳤다. 석조문화재는 우선 석탑부터 2018년까지 3D 스캔을 끝내고 석등 부도 돌다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중요 문화재는 3D 스캔이 상당히 많이 이뤄진 편이다. 문화재청의 여러 부서가 나눠서 하고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그 동안 해 놓은 분량과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중요한 것, 급한 것부터 하다 보니 비지정 문화재의 3D 스캔은 손도 못대고 있다. 비지정 문화재라도 보존 가치가 크고 훼손 위험이 있는 것은 3D 스캔을 해 두는 게 좋다.
3D 스캔은 고가의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문화재의 경우 외국에서는 기업 등의 민간 후원이 활발하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기구 사이아크(CyArk)가 지난해 10월 착수한 500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위기에 처한 세계의 문화유산 500개를 선정해 3D 스캔으로 기록해서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는 이 계획은 문화유산을 위한 노아의 방주 같은 것으로, 구글 유튜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이 문화재 3D 스캔을 지원한 예는 거의 없다.
구축해 놓은 스캔 데이터의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활용이 잘 안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문화재청은 위프코에 의뢰해 2012년 문화재 3D 스캔 매뉴얼을 만들었다. 스캔 방식과 데이터 처리 방법을 표준화함으로써 품질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전시나 교육 등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3D 스캔 기술을 활용하면 훼손된 문화재의 실물 복원뿐 아니라 사라진 문화재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상 공간에 재현하는 디지털 복원도 가능하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디지털 석굴암 제작을 총괄한 유라시아디지털문화유산연구소의 박진호 소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다. 그는 신라의 서라벌과 황룡사 9층 목탑처럼 문헌 기록으로 짐작만 하던 과거를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과 베트남 후에 황성의 복원 작업에도 참여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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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석굴암에서 본존불을 3D 스캔하는 장면. 석굴암 3D 스캔은 2003년, 2011년 두 차례 이뤄졌고 그 결과는 초고화질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돼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에서 상영됐다. WIPC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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