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 게임 캐릭터, 그 남자 그 여자도 성형한다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사람의 외모는 어느 정도 타고납니다. 운동과 식이요법, 피부 가꾸기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형 수술을 받아서라도 더 아름다워지기를 원합니다. 게임 속의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기존 캐릭터가 성형 수술을 받고 더 예쁜 외모로 변하곤 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올 가을 다섯번째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 군주’에서 인간, 노움, 오크, 드워프 등 다수 캐릭터 종족을 리모델링할 예정입니다.

블리자드 측에서 선공개한 인간 여성 캐릭터의 경우, 폴리곤 개수를 크게 증가시켜 더 생동감 있고 입체적인 얼굴과 몸매를 갖게 됩니다. 더 아름답게도 바꿀 수 있었을 테지만 ‘지난 수년 간 알아왔던 자신의 캐릭터가 너무 낯설어지는 일이 없도록’ ‘성형 수위’를 조절했다고 게임사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개된 이미지상으로도 인간 여성은 탄탄하면서도 적당한 식스팩 복근을 갖게 됐고, 멍한 표정으로 보이는 주범이던 눈동자는 한층 깊어지고 생기가 돕니다.

블리자드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이 캐릭터들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의 미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최근에 쏟아지는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들이 ‘못생겼던’ 게 사실이긴 합니다.

캐릭터의 외모는 아시아권 이용자들에게는 해당 게임을 선택해 즐기는 데 무시할 수 없는 판단기준이 됩니다. 못생긴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선택하는 경우보다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를 고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와우의 경우 실제 2007년 첫 확장팩 때 추가된 깡마른 몸매의 블러드엘프 여성 캐릭터는 남성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게임 속 얼라이언스, 호드 양 진영의 유저 비율마저 바꿀 만큼 폭발력을 과시했습니다. 55 또는 66 사이즈의 인간 여성은 44 사이즈가 잘 맞는 요정 옆에 서면 돼지로 보였습니다.

양 진영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열세인 진영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힘겨워집니다. 다른 서버를 찾아 떠나는 유저들이 속출하면 해당 서버는 소위 ‘저주 섭’이 돼 게임 재미가 반감됩니다.

이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던 블리자드는 이후 패치에서 인간 여성의 턱을 날렵하게 깎고, 가슴의 컵사이즈를 키워줬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실제 벌어졌던 일입니다. 이후 얼라이언스 진영의 인구 수가 약간 회복됐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사의 게임들은 이런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길 만큼 아름답고 잘생긴 캐릭터 일색인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선 이달부터 신규 헤어스타일이 추가됐는데요. 옆으로 땋아내린 머리스타일이 마치 최근 인기 광풍을 일으켰던 대작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여주인공 엘사와 흡사합니다.

게임사측에선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엘사의 외모를 게임 속 캐릭터에서 구현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을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원래부터 화려한 그래픽과 예쁜 캐릭터로 유명했던 ‘테라’는 지난 1월 신규 캐릭터 ‘비검사’를 출시면서 기존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른 ‘외모 코드’를 적용했습니다. 한쪽 눈은 빨갛게, 다른 한쪽은 파랗게 오드아이로 꾸미는 등 새로운 이목구비 조합을 내놨습니다.

이는 파격적인 분장과 패션을 감행하는 요즘 걸그룹들과 같이 더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게임사 NHN엔터테인먼트는 설명했습니다.

게임 속 그 남자, 그 여자는 오늘도 변신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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