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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달구는 축제의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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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수의 만화경 5] 도쿄 간다 마츠리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온다. 따뜻한 봄바람, 알록달록하게 물들고 있는 주변의 색깔, 화사한 봄옷들의 향연으로 봄이 당당하게 등장할 시기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인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3대 축제, 간다 마츠리

4월에서부터 5월까지는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작게는 소풍에서부터 크게는 지역별 향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때가 이 시기이다. 한국에서는 각 지역의 향토 축제를 찾기도 힘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축제 역시 특유의 모습들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는다. 특색 없는 축제의 구조 속에서 정작 봄을 즐기기 위해 축제를 찾는 이들은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무미건조한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축제의 나라인 일본에서 4, 5월은 ‘축제를 위한 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다양한 축제들이 많이 열린다. 이 많은 축제들 가운데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모든 이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로는 일본 3대 마츠리의 하나인 ‘간다 마츠리(神田祭り)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간다 마츠리는 일본의 축제가 어떤 것인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일본인들이 축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이 바로 간다 마츠리에 포함되어 있다. ‘의미’라는 한 단어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마츠리를 구성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하며, 또한 일본인들은 이 축제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도쿄 간다에서 열리는 기마 축제

간다 마츠리는 도쿄의 치요다구(千代田區) 간다(神田)에서 열리는 가마 축제다. 이미 에도 시대부터 히에신사의 산노 마츠리(山王祭), 후카가와마츠리(深川祭)와 함께 3대 마츠리에 속했으며, 오늘날에는 일본의 2,400개가 넘는 마츠리 중 오사카의 텐진사이(天神祭),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와 함께 3대 마츠리로 손꼽는다.

특히, 이 축제는 서민이 주도하는 마츠리로서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 도쿄의 간다는 헌책방가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5월 12일부터 15일 사이 간다 신사에서 열리는 가마(제사 의식 때 신의 혼백을 모시고 메는 가마) 축제가 바로 ‘간다 마츠리’인 것이다. 이 마츠리에는 20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가마의 행진이 이어지는데, 이 가마를 만드는 데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자치회나 기업 등에서 참여를 한다.



간다 마츠리의 유래

간다 마츠리의 중심이 되는 간다 신사에 대해 알아보자. 이곳은 간토 지방의 수호신인 다이라노 마사카도를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있다. 이 축제를 주관하는 본래의 신은 7복사 중 하나인 오오쿠니누시노 미코토(大主命)이다. 헤이안 시대에 간토 지방을 호령했던 무사였던 다이라노 마사카도는 막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게 되지만 결국 실패하고 죽게 된다. 시신을 묻고 그를 기리는 신사를 만들었는데, 그 신시가 바로 오늘날의 간다 신사이다.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세키가하리(關ケ原)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다이라노를 신격화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벌인 축제가 오늘날 간다 마츠리의 기원이 된다. 최초의 간다 마츠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러 가는 영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에도성에 들어가기 위해 허락을 받는 행사로 시작했지만, 간다 신사의 행사가 추가되면서 1880년대에는 오늘날 간다 마츠리의 형태로 완성되어진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로운 막부의 지배자인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간토 지방을 전략적인 수도로 삼게 되었다. 그곳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다이라노를 에도성과 도쿠가와 가문의 수호신으로 모셔 간다 신사에서의 마츠리를 기획하게 되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부터 시작된 마츠리가 오늘날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마츠리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간다 마츠리의 일정

간다 마츠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일정, 신코사이(神幸祭)·미코시미야이리(御輿宮入)·북춤·례다이사이(例大祭)로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날 치러지는 신코사이는 신사에서의 행사를 말한다. 아침 8시에 매우 진한 황태자복, 니노미야 모양, 다이라노 마사카도의 의복을 입은 제사장이 신사를 출발하게 되며 무녀들과 아가씨 역을 맡은 네 사람이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게 된다. 오후 1시에 히가시니혼바시(東日本ミ橋)역 부근에서 휴식을 취한 후에 제사를 지낸다. 이후 오후 4시경 미츠코시 본점에 도착, 여기서부터 가마와 장식한 수레, 무사 행렬 등 마츠리가 시작된다. 이 시간을 기점으로 하여 일반인들이 축제에 참여하며, 오후 7시경에 신사로 돌아오면서 첫째 날 일정이 끝나게 된다.

둘째 날 펼쳐지는 미코시마야이리는 각 마을 내의 행사를 말한다. 각각의 구역마다 가마 연합이 설립되어 180~200개의 가마들이 각 구역들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후 신사에 들일 시간을 결정하고, 그 시간에 맞추어서 신사에 봉입하게 된다.

셋째 날에 열리는 북춤은 신사 근처의 미야모토 공원 특설무대에서 개최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간토 지방을 시작으로 한 각지의 일본식 북춤 공연이 열린다.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례다이사이는 매년 5월 15일에 고정으로 행해지는 엄숙한 행사이다. 신사의 무녀에 의해 무용도 행해지며, 이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게 된다. 또 이 행사의 흥을 돋우기 위해 피리, 북, 장구 등으로 반주하는 음악(간다바야시, 神田ばやし)을 통해서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했던 지난날의 민심을 읽을 수 있다.


례다이사이 때는 108개의 자치회에서 간다묘진(神田明神)을 모시는 200여 개의 크고 작은 가마, 즉 오미코시(御神與)를 준비하고, 그중 가장 크고 화려한 한 개의 미코시 뒤를 따르게 된다.

오미코시는 아침에 간다 신사에서 출발해 아키하바라를 비롯한 인근 지역을 전부 돌게 된다. 이는 그야말로 신의 사찰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의 몸을 모신 오미코시가 지나가는 곳마다 축제의 한 마당이 벌어지고, 모든 참가자들이 흥겨워하고 축제를 즐기게 된다. 오미코시가 자신의 집인 간다 신사로 다시 들어오기 전에 각 마을을 표시하는 연등이 먼저 들어오게 된다. 이후에는 흰색 천으로 만든 먼지떨이가 입장하는데 이는 ‘부정한 것들을 쓸어버리고 정숙한 마음으로 신의 축복을 받자’는 뜻을 의미한다. 이후 오미코시가 좌정하게 되면 마츠리의 참가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된다.


서민적인 축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간다 마츠리를 최고의 축제로 꼽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의미 있는 행사’라는 점이다. 간다 마츠리의 전체적인 내용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즉, ‘신에게 복을 비는 기본적인 제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특유의 경건함을 가지고 참여하는 기본적인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간다 마츠리 자체가 워낙 서민적인 축제로 손꼽힌다는 점 역시 참가자들이 부담 없이 순수한 의미의 축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축제는 오히려 축제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 현재 한국의 축제 대부분이 어떤 의미가 드러나지 않은 채로 자치별 축제를 열고 있는 점, 그리고 그 축제가 어떤 축제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그런 축제라고 생각하여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면서도 호응도가 높은 일본의 간다 마츠리는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글, 사진_석현수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예술감독 artst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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