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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양귀비의 얼굴. 장비의 장팔사모. 유대인 출신 정치가 요세푸스. 이 단어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이광연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내놓는 답은 의외다. 또 색다르다.
그 해답은 바로 '수학'이다. 세계사라는 기록으로 남은 이들 단어들 속에서 이 교수는 '수학'을 끄집어낸다. '운명'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양귀비의 얼굴에서 황금비를, 장비의 장팔사모에선 원의 성질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 교수가 전하는 세계사와 수학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피보나치 수열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1, 1, 2, 3, 5, 8, 13, 21…'과 같이 앞선 두 숫자의 합이 그 다음 숫자가 되는 수열을 말한다.
이 피보나치 수열을 수학책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줄기에서 잎이 나오는 배열, 솔방울 비늘의 배열, 데이지 작은 꽃잎의 배열, 벌의 번식에도 피보나치 수열이 있다.
베토벤의 '운명'엔 이 피보나치 수열이 어떻게 녹아 있을까. '운명'의 시작 부분을 떠올려 보라. 4개의 음표로 구성된 '빠바바밤~'이 생각날 것이다. 베토벤은 이 주제구와 나머지 소절의 수가 피보나치 수가 되도록 했다. '운명'의 첫 악장엔 주제구가 3번이 나오는데, 첫 번째 주제구를 포함해 소절이 모두 377소절이 되면 다시 주제구가 나온다. 377은 14번 째 피보나치 수다.
음악가들은 보기에 아름다운 피보나치 수열이 귀로 듣기에도 아름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작품에 피보나치 수를 사용한 음악가는 베토벤만이 아니었다. 조반니 팔레스트리나가 그랬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그랬으며, 벨라 버르토크도 그랬다.
버르토크는 '현악기,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의 첫 악장을 89소절로 구성했다. 그리고 55번째 소절에 클라이맥스를 넣었다. 55와 89는 연속되는 피보나치 수다.
장비의 장팔사모 사례도 흥미롭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와 여포, 조운 등은 모두 길이가 긴 무기를 사용했는데, 그 가운데 장비의 장팔사모가 가장 길었다.
장팔사모는 1장 8척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중국 도량형을 헤아려보면 그 길이가 약 4m 14cm라는 걸 알 수 있다. 길이가 4m쯤 되는 장팔사모를 휘둘렀을 때 처치할 수 있는 적군은 모두 몇 명일까. 여기서 이 교수는 원의 성질을 꺼내든다.
길이가 4m인 창을 한 번 휘두른다고 할 때 장비가 선 자리에서 물리칠 수 있는 적군은 반지름이 4m인 원 안에 들어오는 숫자 만큼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장비의 사정권은 50㎡다.
적군들이 한꺼번에 장비에게 달려든다고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길이가 1m인 칼을 든 적군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장비의 장팔사모 4m와 이들 적군의 칼 1m를 더한 5m. 이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 안에 반지름의 길이가 1m인 원이 몇 개가 들어가는 지를 계산해보면 된다. 답은 15명이다. 적군들의 무기가 장팔사모와 같은 4m라고 할지라도 서로의 공격 사정권을 피해 장비에게 달려들 수 있는 적군은 6명뿐이다.
이 교수가 이렇게 세계사와 수학을 한 데 엮고 나선 건 수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수학이 수학자들만의 지루한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일상 생활에 깊숙이 녹아든 게 바로 수학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펴내기 전 '수학으로 다시 보는 삼국지', '신화 속 수학 이야기', '멋진 세상을 만든 수학',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등을 쓰기도 했다.
세계사를 한 눈에 꿰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 이광연 지음/ 예담/ 1만48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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