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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도 진화한다. 서울 대학로‘순대실록’에서는 전통 찹쌀순대(오른쪽)와 함께 이 집에서 개발한‘젊은쁻대’를 맛볼 수 있다. 젊은쁻대는 선지를 넣지 않아 밝은 색을 띠고 냄새가 덜 난다./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돼지 순대에 관한 기록은 19세기 말 쓰인 '시의전서'에 등장하는 "도야지순대"가 처음이다. 당시 순대와 같은 말로 '살골집'과 '피꼴집'이란 말이 사용됐다. 순대의 어원은 만주어 '순타' 또는 몽골어 '셍지두하'라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1776년 간행된 만주어사전 '한청문람(漢淸文鑑)'은 '순타'를 "고기를 담은 작은 자루"라고 설명한다. 몽골어 '셍지두하'는 '피를 넣은 창자'라는 뜻이다. 1960년대 말 당면을 넣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순대가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한반도 북쪽으로 갈수록 선지(돼지피)의 사용이 적고 다양한 돼지 부위가 들어가며, 남쪽으로 갈수록 선지를 많이 써 전남 곡성 '똥순대'처럼 100% 선지만으로 채운 순대가 나온다. 순대 껍질은 대개 돼지 소창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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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오늘날 북한의 함경도식 순대는 남한의 함경도식 순대와 조금 다르다. 당면과 선지, 감자전분, 으깬 두부, 다진 파, 마늘, 소금, 후춧가루를 섞어 순대소를 만든다. 초간장을 찍어 먹는 것이 독특하다. 단, 소창 대신 대창을 사용하는 건 남이나 북이나 같다. 현재 남한의 함경도식 순대(아바이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찹쌀을 많이 넣는 것인데, 이는 함경도에서 가장 즐겨 먹던 '명태순대'가 변형됐을 가능성도 있다. 명태순대는 명태에 여러 재료로 속을 채운 것인데, 찹쌀밥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1960년대 말 시작된 서울 영등포 시장의 찹쌀순대(아바이순대) 골목과 함경도 실향민이 많이 사는 속초와 인천에도 찹쌀 순대 문화가 퍼져 있다. 부산에 있는 '할매국밥'에서 현재의 북한 함경도식 순대를 판다. 이화찹쌀순대(인천) (032)882-3039, 할매국밥(부산) (051)-646-6295
개성 개성식 순대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갈아서 데쳐, 잘게 썬 녹두나물과 풋배추, 부스러뜨린 두부, 다진 생강, 돼지피, 새우젓을 두고 섞어 순대소를 만든다.'(조선의 특산요리, 2005년, 북한) 충청도나 경기도의 채소가 중심이 된 순대와 상당히 유사하다. 개성집(서울) (02)923-6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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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실록의 '순대 스테이크'./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백암(경기도 용인) 1960년대 말부터 돼지의 해외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해외에서 먹지 않는 돼지머리와 다리, 내장의 공급이 넘쳐났다. 도살장이 있던 백암에는 자연스럽게 돼지 부산물을 이용한 식당들이 들어섰다. 백암순대는 선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양배추, 다진 고기, 당면이 골고루 들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일식당 (031)332-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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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충남 천안) 충남집 순대./박정배 |
전주·임실 전주 남문시장에는 피순대집들이 있다. 멥쌀과 다진 돼지고기, 파가 양념으로 섞여 있다. 전라도의 피순대는 대도시로 갈수록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임실시장에는 195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개미집'이 있다. 쫄깃한 막창을 껍질로 사용한다. 소로는 선지에 약간의 양배추가 들어간다. 조점례남문피순대(전주) (063)232-5006, 개미집(임실) (063)642-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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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피순대를 넣은 국밥./박정배 |
제주 제주에서는 본래 순대를 '수애'라고 불렀다. 제주에서는 장례와 결혼 등 잔치가 며칠씩 이어지는데, 이 긴 기간 상하지 않도록 선지와 메밀로 속을 가득 채워 밀도가 아주 높다. 잘라놓은 순대 단면이 흡사 초콜릿 같고, 씹으면 퍽퍽하다. 표선면 '가시식당'은 현재 제주에서 유일하게 수애를 내는 식당이다. 제주시 동문시장과 보성시장에 찹쌀이나 당면이 들어간 육지형 순대 골목이 형성돼 있다. 가시식당 (064)787-1035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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