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늦었다. 이웃나라 일본에 비한다면 그렇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능 먹방의 천국’이었고, 드라마도 꽤 빨리 등장했다.
2000년 일본 NTV에서 방영됐던 ‘푸드파이트’는 일본 먹방드라마의 시초였다고 할 만하다. 많이 먹기 시합을 소재로 그 안에 사랑과 우정을 버무렸던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MBS에서 2009년부터 방송됐던 ‘심야식당(深夜食堂)’은 매일 자정 문을 여는 신주쿠의 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은 식당 안에 다양한 사연을 안고 모인 사람들은 그들 각자가 가진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풀어간다. 공감과 화해가 키워드였던 휴먼드라마 ‘심야식당’을 지나니 2012년부터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한 ‘틈새 드라마’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2012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시즌3을 끝낸 ‘고독한 미식가’, 평범한 가정주부의 한 끼 식사 레시피를 담은 ‘하나씨의 간단요리’, 낯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 먹기에만 집중하는 ‘먹기만 할게’가 그것이다.
2000년 일본 NTV에서 방영됐던 ‘푸드파이트’는 일본 먹방드라마의 시초였다고 할 만하다. 많이 먹기 시합을 소재로 그 안에 사랑과 우정을 버무렸던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MBS에서 2009년부터 방송됐던 ‘심야식당(深夜食堂)’은 매일 자정 문을 여는 신주쿠의 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은 식당 안에 다양한 사연을 안고 모인 사람들은 그들 각자가 가진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풀어간다. 공감과 화해가 키워드였던 휴먼드라마 ‘심야식당’을 지나니 2012년부터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한 ‘틈새 드라마’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2012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시즌3을 끝낸 ‘고독한 미식가’, 평범한 가정주부의 한 끼 식사 레시피를 담은 ‘하나씨의 간단요리’, 낯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 먹기에만 집중하는 ‘먹기만 할게’가 그것이다.
일상에 찌들어버린 ‘인테리어 잡화상’의 유일한 낙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점심식사 시간. ‘고독한 미식가’는 이를 다뤘다. 드라마는 매회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극심한 공복이 찾아올 때, 나는 잠시나마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이 가는 것을 먹는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라고 할 수 있다”는 대사로 시작해 일본인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의 향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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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일본 TBS에서 방송됐던 ‘하나씨의 간단요리’는 게으르지만 귀여운 가정
주부가 한 끼 식사를 떼우기 위해 요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2012년 10월 일본 TBS에서 방송됐던 ‘하나씨의 간단요리’는 게으르지만 귀여운 가정주부가 한 끼 식사를 떼우기 위해 요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사실 스토리가 별 게 없다. 다만 5분이면 완성되는 ‘식빵과 참치를 버무린 오븐 토스트’ ‘명란젓 두부덮밥’ ‘냉장고 청소에 도움이 되는 전부 넣은 찌개’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레시피는 수많은 자취생을 사로잡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쿄TV에서 지난해 방송됐던 ‘먹기만 할게’는 말 그대로 드라마판 ‘푸드포르노’다. 특히 카메라 연출에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는 지저분하고 추레하기 이를 데 없는 찌질한 이혼남이 정체불명 여자의 먹는 모습에 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여자 주인공이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예쁘고 깔끔하게 먹는 모습보다는 ‘먹는 욕망’에 집중한 연출을 보여준다. 다소 게걸스럽게 음식을 탐하고, 여배우는 모든 음식을 입 안으로 가져갈 때 턱을 45도가량 치켜들고 시선은 음식을 응시하고는, 야릇한 입모양으로 정말 먹기만 한다. 일본의 대표 먹방드라마는 모두 원작 만화가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기이한 ‘먹방 열풍’은 전 세계 트렌드는 아니었다. 미국 CNN이 한국의 먹방 열풍을 보도하기 전 이미 영국 데일리메일과 로이터통신이 이를 언급했고, 이후 CNN은 스페인어로 보도하며 유럽도 놀라게 했다. 세계가 한국의 기이한 열풍을 주목한 것 자체가 미국을 비롯한 타국에서 먹는 모습을 담아 인기를 끈 TV 콘텐츠가 흔치 않은 탓이다. 하지만 전무한 것은 아니다. 국내 미드 전문채널 AXN을 통해 방송된 ‘한니발’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는 국내 미드 마니아 사이에서 ‘진정한 먹방드라마’로 불린다. 사실 ‘한니발’은 잔혹 미드다. 토마스 해리스의 원작을 토대로 한 시리즈물인 드라마는 희대의 살인마인 한니발 렉터 박사가 인육을 탐하며 광기에 눈을 뜨는 과정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엮여 만들어졌다. 드라마에서 렉터 박사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셰프처럼 정갈한 차림으로 매회 수려한 저녁식사를 차린다. 푸드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된 인육 페스티벌에서 주인공은 늘 우아한 차림으로 식사를 마친다. 심지어 시즌1의 첫회에서 주인공은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어먹는 장면으로 첫 등장했고, 포스터는 렉터 박사가 식사 후 입을 닦는 모습과 진수성찬의 식탁 앞에 고고한 모습으로 앉은 싸이코패스의 모습을 담았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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