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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 외국인 작곡가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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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랑’] SM엔터테인먼트 뮤직캠프를 가다

국내 작곡가 일색이던 대중음악 시장에 이젠 외국 작곡가나 프로듀서 이름이 낯설지 않다. 요즘엔 직접 이들이 한국으로 날아와 공동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참여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라이팅(작곡) 캠프 현장을 전한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사옥 앞은 늘 그랬듯 소녀 팬들로 붐비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왠지 나만 들어가기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내리자마자 싱어송라이터 ‘진보’와 마주쳤다. 2011년 8회 한국대중음악상 아르앤비(R&B)·솔 앨범 부문 수상자이자 샤이니 등 에스엠 소속 가수들과 작업한 바 있는 그다. 그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47)와 공동작업을 하기 위해 그곳에 와 있었다.

진보는 테디 라일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피아노 코드는 테디 라일리에게서 나왔다고 보면 돼요.”

국내에선 에스엠 소속 걸그룹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를 프로듀싱한 인물로 잘 알려진 테디 라일리는 사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유명하다. 전설적인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3장의 앨범을 잇달아 작업한 마이클 잭슨이 다음 앨범인 8집 <데인저러스>(1991)의 프로듀서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테디 라일리였다.

테디 라일리는 ‘뉴 잭 스윙’이라는 음악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가이, 블랙스트리트 등 그룹으로 활동하며 힙합과 아르앤비를 결합한 뉴 잭 스윙이라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고, 이는 곧 세계로 뻗어나갔다. 1990년대에 활동했던 국내 그룹 듀스, 최근 복고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음악인 ‘기린’의 음악 역시 테디 라일리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 프로듀서 맡았던
테디 라일리 등 실력파들 참여
한류 음악의 세계 영향력 실감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음악 향한 열정은 모두 같죠”


테디 라일리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은 에스엠이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연 작곡가 캠프 참여를 위해서다. 테디 라일리를 중심으로 국내외 작곡가 10여명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에프엑스의 ‘피노키오’ 등으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 켄지, 진보, 디즈, 유영진 등이 국내 작곡가로서 이 캠프에 참여했다.

이성수 에스엠 실장이 작곡가 캠프 기획 의도와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 작곡가와 협업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외국에서 열리는 음악 행사에 무작정 참여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작곡가를 찾기 시작했죠. 하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우리 음반 많이 파니까 곡 좀 달라고 해도 ‘한국이 어디예요?’, ‘동방신기가 뭐죠?’ 같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죠.”


그러다 2009년께가 기점이 됐다. 소녀시대의 ‘지’,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등이 엄청나게 히트하고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동안 안면 있던 외국 음악 관계자들이 자신이 여는 음악 행사에 에스엠을 부르기 시작했다. 뮤직퍼블리싱(음악출판) 회사들이 소속 작곡가와 음반사를 연결해주고 그 자리에서 곡 작업과 구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행사인 ‘라이팅(작곡) 캠프’에 에스엠이 초대받는 경우가 잦아졌다. 외국 퍼블리싱 회사들이 에스엠 음악의 시장성과 영향력에 주목한 것이다.

그곳에 간 이 실장이 집중했던 일은 바로 ‘진짜’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3~4명이 공동작업한 음악이 있는데, 음악만 들어서는 그중 누가 진짜로 잘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현지로 날아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었죠. ‘저 사람이 진짜로 잘하는 사람이구나’, ‘저 사람이 쓴 멜로디였구나’ 하고요.”

그렇게 몇년간 실력 있는 작곡가들을 직접 확인하고 선별해 목록으로 추렸다. 그리고 에스엠 안에 1년 내내 라이팅 캠프를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동안 초대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거꾸로 그들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진짜들만 모아놓고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지난해 5월께 외국 작곡가들이 한국에 오기 시작했죠. 그동안 기대 이상으로 좋은 음악이 많이 나왔어요. 이번 캠프에도 기대가 큽니다.”


테디 라일리 역시 이번 캠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에서 블랙스트리트 새 앨범 작업을 마쳤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만들어온 트랙들을 작곡가들에게 들려주고 그 위에 그들의 멜로디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얹을 겁니다. 이런 공동작업은 늘 즐거워요. 제 트랙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들을 수 있고,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이 늘 영감을 주거든요. 우리는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모두 같습니다.” 그는 “진보의 노래 ‘판타지’를 들어봤는데, 매우 멋졌다. 그의 아르앤비·솔이 제 트랙과 어떻게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에게 이번 라이팅 캠프를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을 폄하하는 시선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케이팝이 단순히 외국 작곡가에게 전화 한 통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노력과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저는 이런 캠프를 세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어요. 작곡가 1000명의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 역시 우리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프로듀싱 기술 덕에 에스엠과 케이팝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자부합니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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