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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 vs 마틴 스콜세지…'믿고 보는' 명감독의 맞대결

아시아경제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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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동시 개봉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짐 자무쉬와 마틴 스콜세지, 두 영화 거장들의 작품이 동시에 관객들을 만난다. 세기를 넘는 뱀파이어의 사랑과 생존을 다루거나('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자본주의의 속살을 블랙코미디로 접근하거나('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믿고 보는' 감독들의 또렷한 인장을 만나볼 수 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뱀파이어들의 로맨스 = 9일 개봉한 짐 자무쉬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우리가 흔히 아는 뱀파이어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의 피를 빨아 먹고 영생을 누리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 대부분 공포물이나 스릴러였다. 하지만 짐 자무쉬는 뱀파이어에 축적된 서양문화사에 초점을 맞춰,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뱀파이어 커플을 탄생시켰다. '천국보다 낯선', '데드 맨', '커피와 담배', '브로큰 플라워' 등 그동안 규정된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영화 미학을 구축해온 자무쉬는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에서도 자신의 탐미주의적 스타일을 굳건하게 고수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뱀파이어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뱀파이어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


주인공 뱀파이어 커플의 이름도 인류 최초의 인물인 아담과 이브다. 아담은 폐허가 된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정체를 숨기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한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지내고 있던 그의 연인 이브는 아담을 만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건너온다. 수세기를 살아온 이들은 "인간 좀비들이 세상을 망쳐놓았다"며 인간들에 대해 환멸과 냉소가 담긴 시선을 보내지만, 인간들의 예술적 성취에 대해서는 즐겨 언급한다. 아담은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과 체스를 뒀거나, 슈베르트에게 곡을 대신 써준 일화를 천연덕스럽게 들려준다.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를 대표하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는 아예 이들에게 신선한 피를 공급해주는 뱀파이어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는 느리고, 지적이며, 관조적이다. 이브의 동생 에바가 갑작스럽게 이들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설국열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틸다 스윈튼과 '토르'의 톰 히들스턴의 궁합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문학과 예술, 철학에 대해 사색하다가도 생존을 위해 순수한 피를 구하러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희극적이다. 짐 자무쉬 감독은 "수백년을 산 뱀파이어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역사가 궁금했다"고 작품을 찍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시체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 월가의 민낯을 파헤쳐라 =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무려 170분이 넘는 상영시간을 자랑한다.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분노의 주먹', '택시 드라이버' 등 선 굵은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감독이니만큼 이번 신작도 묵직하고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싶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영화는 예상 외로 유쾌하다. 그럼에도 신랄하며 어쨌든 흡입력이 상당하다. 마틴 스콜세지 특유의 리듬감은 긴 상영시간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온 듯 짧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영화는 화려한 언변과 탁월한 수완, 돈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조던 벨포트'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월가에 입성한 그는 직장 상사로부터 두 가지 가르침을 받는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여유(여기서는 곧 '여자')를 즐길 것, 그리고 코카인 즉 마약을 즐겨할 것. 매일 같이 전화기를 들고 능수능란하게 고객들을 구워삶아 이들의 돈을 내 주머니로 끌어들이는 게 이들이 하는 일이다. "고객이 주식을 사거나 죽기 전엔 절대 전화를 끊지 말라"는 상사의 말을 가슴에 새긴 조던은 이윽고 친구들을 모아 자신의 회사 '스트래턴 오크먼트'를 차린다. 별 볼 일 없는 싸구려 증권을 뻥튀기로 팔아 치우면서 회사를 성장시킨 벨포트는 공격적인 전략과 마케팅으로 월가를 들썩이게 만든다.



실제로 조던 벨포트는 개인 헬리콥터와 초호화 요트, 7억원 상당의 코카인과 모르핀 투약 등 화려하고도 방탕한 생활을 하다 결국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영화 속에도 이 일련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돈이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조던은 아르마니 수트로 치장한 채 넘쳐나는 돈을 술과 마약, 여자에 쏟아붓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을 한 인물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그려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 '에비에이터', '갱스 오브 뉴욕'에 이어 다섯번째로 스콜세지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를 끝으로 잠정적 활동중단을 선언한 만큼 당분간 디카프리오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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