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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중견국의 이상과 현실

머니투데이 윤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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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AFPBBNews=뉴스1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단에 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약 16분간의 연설로 장내를 사로잡았다. 카니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패권국의 강압에 맞서 중견국들은 연대해야 한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연설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숨죽여온 중견국들에게 울림이 컸다.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우리가 메뉴가 된다"는 경고는 트럼프 재집권 후 관세·공급망·방위비 인상 등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려온 서방 지도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당성, 신뢰, 규칙이 가진 힘은 우리가 함께 행사하기로 한다면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는 발언은 어둠 속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터다.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모든 중견국이 해야 할 연설"이라 극찬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카니가 의기양양하게 알프스를 떠났다"고 묘사할 만큼 카니의 어깨에 힘이 실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연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카니가 마주한 건 냉혹한 현실이었다. 이튿날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산다는 걸 기억하세요. 마크. 다음에 발언할 땐 말이죠"라며 카니를 향해 노골적인 면박을 줬다.

미국의 공세는 집요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오만한 발상"이라며 불평과 하소연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캐나다 앨버타주를 향해 "미국으로 내려오라"면서 분리독립 운동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더니 ABC 인터뷰에선 카니를 "다보스의 '글로벌리스트' 친구들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급기야 24일 트럼프는 캐나다에 '100% 관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캐나다와 중국의 무역 관계 확대를 빌미로 캐나다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는 중견국들에게 캐나다를 희생양 삼아 대가가 무엇인지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치면 보복이 돌아온단 사실을 다시 증명한 셈이다.


결국 카니 총리는 "중국과 FTA를 추진할 의도가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미국 시장에 대한 저관세 또는 무관세 접근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본다. 캐나다 전체 수출의 약 70%가 미국으로 향하는 현실 앞에서 다보스의 기립박수는 현실의 관세 폭탄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 못한 셈이다.

이 소동의 현장에서 루이즈 블레 전 유엔주재 캐나다 차석대사의 통찰은 뼈아프다. 캐나다의 베테랑 외교관인 그는 최근 폴리시매거진 기고에서 "가치 공유 선언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은 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될 때나 유효하다"며 "캐나다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꼬집었다. 강대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려면 맷집부터 키워야 한단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중견국이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한국도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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