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베를린 남서부 리히터펠데 지역의 열병합발전소 인근 고압 송전 케이블에서 발생한 화재로 닷새간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STROMNETZ BERLIN / AFP]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독일 수사당국이 베를린에 닷새간 대규모 정전을 일으킨 전력망 방화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연방검찰은 27일(현지시간) 사건 또는 용의자에 관한 결정적인 제보를 할 경우 최대 100만유로(약 17억2000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안내 광고판도 베를린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이번 현상금은 독일 역사상 단일 사건 용의자에게 책정된 금액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앞서 2019년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약 1억1300만(1940억원) 유로 상당의 보석을 훔친 일당에게는 50만 유로(8억6000만원), 2016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트럭을 몰고 돌진해 13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범에게는 10만 유로(1억7000만원)의 현상금이 걸린 바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 방화가 아닌 테러 행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거액의 현상금에 대해 “국가가 좌파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범인 검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불은 지난 3일 오전 베를린 남서부 리히터펠데 열병합발전소 인근 고압 송전 케이블에서 났다. 화재로 전력망이 심각하게 손상되면서 약 4만5000 가구와 상업시설 2200여 곳의 전기가 끊겼다. 전력 공급은 나흘 뒤인 7일에야 완전히 복구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에서 발생한 최장기간 정전으로 기록됐다.
화재 직후 불칸그루페(화산그룹)라는 좌익 극단주의 단체가 인터넷에 자백서를 공개하고 방화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 단체는 2024년 3월 테슬라 독일공장 정전을 불러온 송전탑 화재 등 2011년부터 12건의 방화 사건에 연루된 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범행 때마다 반자본·반기술·반제국주의 성향의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
다만 자백서에 사용된 독일어 표현이 부자연스럽고 러시아어로 번역하면 더 자연스럽다는 점을 근거로 러시아 공작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여기에 화재 발생 나흘 뒤 ‘원조’를 자처하는 집단이 등장해 최근 불칸그루페 명의로 발생한 화재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수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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