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을 베이스로 만드는 뉴잉글랜드식 클램차우더 수프 |
한겨울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난다. 한식으로는 국밥이나 순댓국,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이 제격이다. 서양식 국물 요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헝가리의 굴라시 수프, 조개 육수의 깊은 맛이 살아 있는 차우더 수프 같은 음식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작은 깨달음을 준 음식이 하나 있다. 뉴잉글랜드 ‘클램 차우더 수프’다. 조갯살에 베이컨이나 절인 돼지고기, 양파와 셀러리, 감자 등을 넣고 끓인 이 수프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요리를 배우고 익히던 시절, 클램 차우더는 짭짤한 조개 맛이 강하게 나야 정통이라고 배웠다. 여러 요리책을 참고해 조리법을 익혔고, 그 방식으로 20년 넘게 요리했다. 언제부턴가 이 음식은 내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모든 게 무너져 내린 때가 있었다. 신메뉴 개발을 위해 미국 동부로 출장갔다. 보스턴의 한 오래된 식당에서 오리지널 클램 차우더를 맛본 순간이었다. 내 수프와는 맛이 전혀 달랐다. ‘대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만든 걸까?’ 머리가 하얘졌다. 그날의 클램 차우더 맛을 꼼꼼히 기록했다. 귀국하자마자 스승께 달려가 물었다. 그는 웃으며 반문했다. “너는 김치 맛이 하나냐?” 그 순간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요동쳤다. 어떻게 ‘하나만 옳다’고 믿은 걸까. 크림 베이스의 뉴잉글랜드 스타일도 있고, 토마토를 넣은 맨해튼 식도 있으며, 크림도 토마토도 쓰지 않는 로드아일랜드 식도 있다. 같은 이름을 갖지만, 클램 차우더는 각기 다른 지역과 문화가 만든 수프였다.
온전히 자기네 것이라고 여기면 오히려 변화가 자연스럽다. 우리가 김치를 만들 때 하나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각 가정과 각자의 손맛으로 달라져 있다. 나는 이런 것을 ‘거대한 맛’이라 부른다. 섬세하게 분화된 맛이 모여 하나의 이름이 된 것이 있다. 그러니 한 가지 기준만 적용하며 ‘정통(orthodox)’이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무지이거나 오만일 수 있다. 수프를 통해 이런 생각을 얻었다.
[유재덕 파불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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