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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명문대 나왔는데 맥날 알바도 탈락”…학력 세탁까지 하는 청년들

서울경제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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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아르바이트 지원하려고 석사 학위를 숨겼어요.”

“맥도날드에 취업하려면 행운을 빌어야 할 정도예요. 거의 하버드에 지원하는 기분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졌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단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숨기는 이른바 ‘다운 스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 한파가 미국에 그치지 않고 한국 고용시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 매체 벤징가(Benzinga)는 24일(현지시간) 수년간의 경력과 학위를 갖춘 고학력 구직자들조차 패스트푸드점, 대형마트 등 초급 일자리에서 연이어 탈락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식료품점, 월마트, 맥도날드 지원에서 모두 거절당했다”는 구직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그는 “초급 일자리는 더 이상 초급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석사 학위가 있음에도 600곳 이상에 지원했지만 실제 답변을 받은 곳은 단 4곳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학력·고경력 인력이 생계를 위해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몰리는 병목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채용 시스템에서 ‘과도한 스펙’으로 분류돼 탈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력서에서 학위를 삭제하거나 관리직 경력을 단순 서비스직으로 낮춰 적는 ‘스펙 세탁’이 확산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성취를 숨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 학술지 ‘비즈니스 및 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인용해 채용 담당자들이 과도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을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낮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고스펙 지원자가 쉽게 불만을 느끼고 조기에 퇴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역시 근로자들이 점점 더 선택적으로 직장을 고르고 있으며 자신의 역량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이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7월 기업 대상 조사와 가구 대상 조사 간 고용 통계 괴리를 짚으며 실제 고용시장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위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달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고용시장은 겉보기 지표와 달리 속은 곪아가는 실정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20대와 60대의 고용 역전이 뚜렷하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34만5000명 증가하며 고용 증가를 견인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7만8000명 감소했다.

특히 20대(20~29세)의 노동시장 이탈도 가속화됐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을 포기한 20대 ‘쉬었음’ 인구는 2023년 37만1000명에서 2024년 38만9000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40만8000명을 기록했다. 사실상 20대 청년 40만 명이 노동 의욕을 잃고 시장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청년층의 구직 포기 배경에는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단기 일자리 경쟁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취업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구인·구직 동향에 따르면 알바 공고 1건당 평균 지원자는 4.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관련 집계 시작 이후 역대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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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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