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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장학습 중 학생 사고, 교사 책임기준 정립해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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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현장체험학습 도중 사라진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에 법원이 교사의 책임을 물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교사는 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솔 교사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능사인지 의문이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 21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2명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남 목포의 병설 유치원 소속인 이들은 2023년 10월 원생들을 데리고 숲 체험 활동에 나섰다. 유치원 교사 3명과 숲 체험 지도사 1명, 유아 14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A양(당시 4세)이 현장을 벗어나 230m 떨어진 바닷가에 빠져 숨졌다. 교사들은 A양이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이를 알지 못했다. 재판부는 교사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장학습 장소를 사전에 답사해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을 확인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 안전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교사들은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촬영하느라 A양이 현장을 벗어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녀를 잃은 부모로선 교사가 몹시 원망스러울 수 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현장학습도 학교 수업의 연장이므로 교사는 학생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교사가 도의적 책임을 넘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별개 사안이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의 테마파크에서 현장학습 중 발생한 초등학교 6학년생 사망 사고로 담임 교사에게 유죄와 교직 박탈 형이 선고되자 해당 교사에 대한 구명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었다. 일선 학교에선 현장학습 기피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후 국회와 정부는 학교 안전사고에 교사들의 민형사상 책임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을 개정했다.

교원단체는 그러나 개정된 면책 조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고는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 교사가 여전히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장학습 폐지’는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어서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창 시절 현장학습은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안전관리 인력을 보강하고 교사의 책임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학교 현장학습이 더 알차고 안전하게 이뤄지게 해야 한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풍 온 학생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 삼아 즐겁게 뛰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풍 온 학생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 삼아 즐겁게 뛰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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