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낙마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 지배체제가 한층 공고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숙청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나아가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일 로이터·A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재편이 이뤄지는 동안 단기적으로는 대만 침공 등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봤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이 대만에서 멀어진 동안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인물을 중심으로 중국군 수뇌부를 재편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참전용사 출신의 실력자이자 시 주석에게 직언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되던 장유샤 부주석의 부재는 중국군의 전략적 오판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양안·미중 관계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당대회 기다리지 않고 가차없이 숙청…"시진핑 '집안청소' 시간 확보하려"
한때 시 주석의 군부 최측근이었던 장유샤까지 실각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을 총괄하는 7명 정원의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사실상 와해됐다.
2022년 시작된 '시진핑 3기' 중앙군사위는 시진핑 주석(국가주석·당 총서기 겸임)과 장유샤·허웨이둥 부주석, 리상푸·류전리·먀오화·장성민 중앙군사위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장유샤·허웨이둥·리상푸·류전리·먀오화 5명이 2023년부터 '기율위반' 등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시 주석이 이들 중앙군사위원 5명의 빈자리를 곧바로 채울지, 아니면 자신의 4연임 여부와 차기 지도부를 결정할 내년 제21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까지 기다릴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시 주석이 차기 당대회에서 퇴임시킬 수도 있었던 장유사 부주석을 신속하게 쳐내고 그 사실을 곧바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군부 내 잠재적 반대 세력을 몰아내고 충성파를 기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 했을 개연성이 있다.
미중 관세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은 대만에서 멀어진 상태다. 최근 발표된 미국 국방전략(NDS)에서는 대만 언급이 아예 빠졌다.
양안관계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대만 차기 총통 선거는 2028년 1월로 아직 2년이 남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군 전문가 조너선 친은 시 주석이 대만 문제와 2028년 대만 총선에서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고려해 지금이 '집안 청소'를 하기에 안전한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분석가들은 시 주석이 그사이에 군 수뇌부를 재편하려 하며 그동안에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에 더 신중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군은 최근 수년간의 군부 내 반부패 사정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어왔다. 이번에 실각한 장유샤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과 관련해 하급 장교들에게까지 추가 숙청이 이어질 경우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에번 샌키 연구원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러한 혼란은 시 주석이 대만 침공이라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할만큼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가능성을 낮춘다. 미국이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대만과의 관계 확대에서 선을 넘지 않는 한 충돌 위험은 당분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닐 토머스 연구원도 로이터·CNN과의 인터뷰에서 "군 수뇌부 숙청은 시 주석이 단기적으로 대만을 상대로 중대한 군사적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시 주석이 내년 당대회까지 약 18개월 동안 중앙군사위원 후보를 철저히 검증해 기존 인맥 관계의 영향력을 제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유샤·류전리 |
◇ 실력보다 충성도 우선…"장유샤 부재로 '오판 가능성' 커져"
시 주석은 차기 중앙군사위원 등 군부 내 요직을 자신에게 더 충성스럽고 덜 부패한 인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선대부터 인연이 깊은 인물이자 혁명 2세대인 장유샤 부주석까지 가차 없이 숙청하며 장 부주석이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짓밟았다'고 강조한 것도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국 안보 전문가 알레산드로 아르두이노는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숙청은 시 주석이 정치적 충성심을 전투 준비 태세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직접 일깨워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년간 계속된 군부 숙청의 영향으로 공백을 채울만한 인재가 부족하고 실전 경험을 갖춘 노련한 지휘관은 더더욱 드물다는 점이다.
중앙군사위만 놓고 봐도 참전 경험이 있는 인물은 이번에 실각한 장유샤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 둘 뿐이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군 전문가 조너선 친은 "축출된 중앙군사위원을 대체할만한 많은 장교가 이미 숙청됐다. 그런 점에서 (중국군) 지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특히 장유샤의 부재는 중국군의 의사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양안 및 미중 관계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 부주석은 혁명원로 자제 그룹인 '태자당'이자 시 주석의 산시성 인맥인 '산시방'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시기 최전선에서 활약한 유능한 지휘관이라는 점에서 군부 내 권위가 막강했다.
장 부주석은 또한 실전 경험이 있는 만큼 전쟁 등 무력충돌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군과 미군의 군사적 역량을 냉정하게 판단할 능력을 갖춰 중국군의 '오판'을 방지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그런 그가 숙청되면서 '인적 안전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드루 톰프슨 선임연구원은 26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2012년 중국 국방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장유샤를 만난 일을 돌아보며 그가 시진핑에게 가장 객관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현역 장교였다고 평가했다.
톰프슨 연구원은 "장유샤는 중국군과 미국, 대만의 군사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만 점령 작전이 수반할 군사적 위험과 비용이 무엇인지 시 주석에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는 아첨꾼들은 시 주석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억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진핑 주위에 객관적 조언을 해줄 유능한 장군들이 있어야 하는데 장유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시진핑에게 군사 조언을 제공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려스럽다. 그가 중앙군사위에 없으면 오판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국립대의 미중관계 전문가인 충자이안 교수도 이번 숙청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야심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작전상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고 수준의 군사 전문가가 없다면 대만을 상대로 확전과 공격에 대한 결정은 시진핑 개인의 선호와 성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토머스 ASPI 연구원은 시 주석이 궁극적으로 '더 충성스러운 지도부와 더 큰 군사력'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이번 숙청은 단기적으로는 대만에 대한 중국군의 위협을 약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강화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래픽]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숙청 현황 |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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