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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중국 희토류와 그린란드의 월드컵 열망

머니투데이 구민교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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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거대한 북극 빙하와 오로라로 둘러싸인 미지의 땅에 불과하던 그린란드는 지금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희토류다. 지난해 미중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을 보복카드로 검토했고 최근 일본을 상대로는 실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며 전략광물 무기화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편입'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 25%의 관세부과를 예고하며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압박했다.

중국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자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건 일본은 미국의 전략에 기민하게 동조하며 '미국-일본-그린란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자원동맹 구축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분노한 나토 동맹국이 내놓은 대응카드는 초라했다. 병력을 급파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고작 수백 명의 특수부대와 지원인력만으로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의사는 애초부터 없었다. 유럽연합이 고심한 전면적 무역제재 역시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승자박일 뿐이었다.

이 무력감 속에서 터져나온 궁여지책이 바로 올여름 '북중미월드컵 집단 보이콧' 제안이었다. 냉전기에 올림픽이 정치적 이유로 반쪽짜리가 된 적은 있으나 본선 진출권을 따놓고도 집단으로 월드컵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지정학적 소동의 발단인 중국의 처지다. 희토류를 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중국이지만 엄격한 규칙이 지배하는 축구장에선 무력하기만 하다. 중국은 2002년 월드컵 당시 개최국 한국과 일본의 자동진출에 따른 어부지리로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다. 그마저도 조별리그 3전 전패와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겼다.

그린란드의 사정은 정반대다. 인구 10명 중 한 명이 축구화를 신는 이 척박한 땅의 사람들에게 축구는 덴마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뜨거운 통로다. 영국의 구성국이면서도 독자적인 축구 정체성을 유지하는 스코틀랜드처럼 그린란드 역시 축구라는 이름 아래 온전한 독립국가로서 인정받기를 열망한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의 관문에서 정치적 논리에 가로막혀 좌절했을 때 그들이 느낀 절망은 강대국들이 자신들을 그저 '희토류 매장지'로만 재단할 때 느끼는 모멸감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갈등봉합에 합의한 것이다. 미국은 보복관세 유예를 선언했고 나토는 미국의 희토류 채굴권 확보와 '골든돔'(Golden Dome) 방어체계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로써 월드컵을 보이콧할 명분도 사라졌다. 지정학적 야심과 자원 무기화가 얽힌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축구는 여전히 누군가에겐 생존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02년 대한민국이 그랬듯이 언젠가 그린란드 축구인들의 간절한 꿈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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