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남정훈 기자] 현대건설의 ‘블로퀸’ 양효진은 지난 2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을 누구보다 즐겁게 보냈다. 무려 17번째 올스타전 출전이었다. 이전 올스타전에서도 득점 때 율동에 가까운 세리머니를 하긴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SNS 챌린지 댄스 중 하나인 ‘매끈매끈하다’ 음악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판정 불복 상황극을 통해 송인석 주심을 코트로 끌어내리고 직접 심판대에 앉아 편파 판정의 진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선심과 화려한 골반댄스를 추기까지 했다.
세리머니만 한 게 아니라 배구 본연의 임무에도 최선을 다 했다. 여자부 선수 중 가장 많은 5점을 올려 K스타가 21-12로 대승을 거두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공격 2점, 블로킹 2개, 서브득점 1개까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득점 루트를 총동원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기자단 투표 중 유효투표수 35표 가운데 19표를 얻는 압도적인 지지로 여자부 올스타전 MVP에 선정됐다. 정규리그 MVP 2회(2019~2020, 2021~2022), 챔프전 MVP 1회(2015~2016), 베스트7 미들 블로커 부문 10회 수상 등 올스타전 MVP만 받아보지 못했던 양효진으로선 ‘커리어 MVP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양효진은 시상식 후 남자부 MVP 김우진(삼성화재)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양효진은 “깜짝 놀랐다. MVP로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 ‘제가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신기하다. 다른 MVP는 받아봤지만, 올스타전 MVP는 처음이라 정말 신기하다”라면서 “사실 세리머니상을 노렸는데, 그걸 못 받아서 아쉽기도 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와 다르게 세리머니의 알찬 구성과 준비성에 대해 묻자 양효진은 “작정하고 준비한 건 아니다. 사실 별다르게 준비하지 않았다가 어젯밤(24일)에 1개 정도는 준비해야하지 않나 싶어서 정말 급하게 준비했다. 선택지도 그리 많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양효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섯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원 소속팀인 현대건설과 보수상한선인 8억원을 꾹꾹 눌러 담아 1년 계약을 맺었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에 1년 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2025~2026시즌이 양효진의 V리그 마지막 시즌’이라는 배구계 안팎에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혹시 이번 올스타전에서 평소와 달리 누구보다 흥겹고 즐겁게, 격렬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게 자신의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것을 양효진 스스로가 잘 알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내용을 담아 질문을 던지자 양효진은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나이가 들어 좀 뻔뻔해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내년 올스타전에서도 다시 볼 수 있느냐’라고 재차 묻자 양효진은 “조만간 결정할 것 같다”라고 답하면서 “올 시즌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제일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4라운드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잘 풀리다가도 흔들리는 팀 경기력을 보면서 ‘맞아, 이런 게 시즌이지, 평탄하게 흐르지 않지’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준비하겠다”라고 4라운드까지의 여정을 돌아봤다.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에서 K-스타 양효진이 심판을 보며 V-스타 선수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에서 K-스타 양효진이 심판을 보며 V-스타 선수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최근 배구계에서는 양효진이 내년 시즌에도 현역 유니폼을 입을 것이란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이에 대해 묻자 양효진은 “주변에서 마흔까지 해라, 블로킹 1800개는 채워라 등등의 얘기를 해주신다. 그렇게까지 하려면 몸 여기저기에 붙여야 하는 테이핑이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양효진은 시즌 전 열린 통영 KOVO컵에서 경기 도중 팀 동료인 김다인과 무릎끼리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진단 결과는 염좌였지만, 아직 완치가 되지 않고 있다. 부상 후유증에 대해 묻자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회복속도가 느리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시즌 초반엔 블로킹이나 공격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도 지금은 그때보단 괜찮아졌다. 시즌 전만 해도 무릎에 물이 많이 차있었다. 선수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무릎에 물이 차는 경험을 했는데, ‘이 나이까지 선수생활하면서 지금 물이 처음 찬 거는 너무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라고 말하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지난 25일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026 진에어 V리그 올스타전' K-스타와 V-스타의 경기에서 MVP를 수상한 김우진, 양효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양효진을 잡고 조금 더 대화를 나눴다. 역시 화두는 현역 연장이냐, 은퇴냐였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에서 내가 빠졌을 때 전력 약화가 심하다 등의 팀 사정에 따라 은퇴를 결정하진 않으려 한다. 임신 및 출산도 고려 사항은 아니다. 결국 내 마음에 달렸다. 내년 시즌에도 몸을 만들고, 경기를 뛸 마음이 있는지, 결국 그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시절 룸메이트로 10년 이상을 보냈고, 지금도 절친한 선후배로 지내고 있는 ‘배구여제’ 김연경의 조언에 대해 묻자 “(김)연경 언니랑 딱히 은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진 않고 있다. 지난 시즌엔 언니의 은퇴 시즌이었고, 지금도 은퇴 관련한 조언을 듣거나 하진 않는다”라고 답했다.
기자이기 이전에 V리그 팬의 마음을 담아 본 기자도 조언을 던졌다. “은퇴하더라도 내년 시즌을 뛰어야 ‘은퇴투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은퇴 투어를 하기엔 너무 늦었잖아요”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역대 통산 득점 1위(8244점), 블로킹 1위(1715개)를 기록 중인 양효진은 김연경에 이어 V리그 2호 은퇴투어라는 대접을 받아도 충분한 ‘리빙 레전드’다. 이를 들은 양효진은 “에이, 제가 은퇴투어까지 할 정도인가요?”라고 부끄러워하며 반문하면서도 “결국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겠죠. 조만간 결정할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해요”라고 답했다.
춘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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