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메일을 지나치지 못했을까?
업무용 메일함에 알람이 울렸다. 제목이 길다. ‘청년창업 세액감면 및 세무지원 사전예약공고’. 청년창업자의 소득세를 5년간 면제하는 세액감면 제도는 알고 있었다. 무료 상담 같은 세무 지원을 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메일 발신인은 ‘전국중소기업창업지원센터’였다. 단체명과 정책이 낯설지 않아 오히려 안심했고, ‘그런가 보다’ 하며 신청했다.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담당자라는 사람과 전화가 연결됐다. 그는 내게 당장 적용되는 정책 몇 가지를 알려줬다. 썩 유용한 팁도 전수받았다. 그런데 그의 관심은 ‘세무전용카드’에 있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연계하는 은행이 있는데, 그곳에서 신규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수상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와 그가 속한 단체가 이로운지 해로운지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다. 혼자였기 때문이다.
업무용 메일함에 알람이 울렸다. 제목이 길다. ‘청년창업 세액감면 및 세무지원 사전예약공고’. 청년창업자의 소득세를 5년간 면제하는 세액감면 제도는 알고 있었다. 무료 상담 같은 세무 지원을 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메일 발신인은 ‘전국중소기업창업지원센터’였다. 단체명과 정책이 낯설지 않아 오히려 안심했고, ‘그런가 보다’ 하며 신청했다.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담당자라는 사람과 전화가 연결됐다. 그는 내게 당장 적용되는 정책 몇 가지를 알려줬다. 썩 유용한 팁도 전수받았다. 그런데 그의 관심은 ‘세무전용카드’에 있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연계하는 은행이 있는데, 그곳에서 신규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수상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와 그가 속한 단체가 이로운지 해로운지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다. 혼자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센터에 관해 알아봤다. 담당자는 센터가 “비영리단체로서 무료 세무 상담 등을 지원하는 곳”이라 설명했었다. 공공기관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센터의 이름이었지만 홈페이지도 없었고, 인터넷등기소의 법인 등기도 조회되지 않았다. 재통화에서 센터의 정보를 묻는 나에게 담당자는 “정부지원이면 하고, 아니면 안 할 거냐”고 되물었다.
나는 개인사업자다. 노무와 총무가 분리된 회사에 속해 있지 않다. 의심하는 것도, 판단하는 것도 혼자 한다. 공익의 언어를 빌려 사익을 추구하는 중개업체는 그런 나의 곤궁함을 정확히 알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사업 지원 정책을 안내하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팝업, 문자 메시지보다는 친절했다. 시장이 생겼다.
사업하는 지인에게 들려줬더니 “창업하면 쓸데없는 전화 엄청나게 받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예 공공기관을 사칭해 대부업을 하는 사기꾼들도 있단다. 필요한 정책을 찾아 지원 요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우리의 절박함이 그들의 표적이다.
우리는 서민금융법을 비롯한 여러 개별 법률에서 유사 명칭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유사한 명칭’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관계 당국의 단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명칭 사용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명확한 처벌·제재 규정이 없어 단속 근거 자체가 취약한 경우도 있다.
국가가 개인사업자 하나하나를 맞춤 케어 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려는 것은 아니다. 의심과 판단뿐 아니라, 책임 역시 사업자의 몫임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규칙이니까. 대신 그런 국가라면, 그런 사회라면, 적어도 저 시장의 문은 닫아야 한다. 공공을 흉내 내는 시장이 생겨난 이유는 저들이 대단히 영리하거나 교묘해서가 아니다.
그 자리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류호정 목수, 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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