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봉 중앙대 교수 |
김경·강선우 사건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병폐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금품과 청탁이 오갔다는 의혹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공천이 곧 정치 생존을 좌우하는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구조, 즉 보스 정치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후보가 밀실에서 결정되면 공천은 시장이 되고 정치는 거래가 된다.
한국의 선거는 유권자가 원하는 인물보다 ‘공천에 유리한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다. 매번 잡음이 나오는 이유다. 불공정 시비, 전략공천 논란, 경선 결과 번복, 금품·청탁 의혹이 반복된다.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는 곳일수록 이런 잡음이 더 크다. 유권자보다 ‘공천권자’의 권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모든 정당이 공천에서 당내 경선과 국민 참여를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지도부와 계파의 재량이 크게 작동한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하향식 구조’가 교묘하다. 경선을 해도 늘 ‘예외 규정’이 있고, 결과의 구속력은 약하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공천은 ‘갈등과 부패’의 얼굴을 바꿀 수 없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도 정당 보스가 공천과 선거 동원을 독점하는 ‘보스 정치(machine politics)’가 지배적이었다. 선거는 존재했지만, 유권자는 본선에서 이미 정해진 후보를 선택할 뿐이었다. 부패의 고리는 본선이 아니라 ‘공천 이전’에 있음을 파악했다. 미국이 선택한 해법은 상향식 예비선거(primary election)였다. 정당 지도부가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선택하도록 공천권의 주체를 바꾼 것이다. 예비선거는 ‘참여 확대’를 위한 부수적 장치가 아니라, 보스의 ‘독점적 공천권’을 해체 혹은 박탈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보스가 인사와 공천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던 토대를 무너뜨렸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미국에서 선거에 패한 정당, 즉 야당이 예비선거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치 발전을 이뤄왔다는 사실이다. 보스 공천 체제에서는 패배한 정당에서도 내부의 인맥 구조와 충성 경쟁에 갇혀 새 인물을 수혈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예비선거 체제에서는 당 밖의 전문가, 사회운동가, 기업가, 지방 정치 신인까지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후보로 부상했다. 선거에서 진 정당일수록 예비선거를 ‘인재 발굴의 통로’로 활용했고, 이것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미국 정당이 예비선거를 도입한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비선거를 거부하는 정당은 비민주적 조직으로 낙인찍혀 유권자의 신뢰를 잃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예비선거는 장기적 홍보 과정이자 본선 경쟁력을 사전에 검증하는 현실적 수단이었다. 내부 갈등도 밀실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흡수됐다. 패자는 보스에게 진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졌다는 점에서 결과를 수용할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공천 갈등과 정치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당은 ‘공정한 공천’을 구호로 외친다. 그런다고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공천 권력을 그냥 두고 절차만 손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공천을 ‘사실상 선거’로 격상해야 한다. 예비선거를 치르며, 후보 결정권을 유권자에게 ‘반납’해야 한다. 물론 ‘예비선거’에도 비용 증가, 포퓰리즘, 정치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그래도 선택지는 분명하다. 보스의 권력을 반납하고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보스의 권력을 유지하며 불신과 외면을 받을 것인가.
[박희봉 중앙대 행정대학원장·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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