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력 재벌 가문 기업에서 독립한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오라글로벌(ORA GLOBAL)’이 국내 방산 스타트업 ‘본(BONE)’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다. 오라글로벌은 본이 추진하는 국방·재난 대응용 자율 로보틱스 시스템 개발 비전과 기술 확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미국 VC인 오라글로벌은 본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찼다. 초기 투자 이후에도 후속 자금 집행을 지속하는 미국 VC의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본에 대한 투자 규모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본은 2025년 1월 마크비전 공동창업자 출신인 이도경 대표가 설립한 방산 분야 로보틱스 기술 스타트업으로, 국방과 재난 대응용 자율 로보틱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력과 드론 등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안보에 기여하는 방산 기술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본에 대한 오라글로벌의 투자는 글로벌 VC가 우리나라 드론 및 로보틱스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라글로벌은 이탈리아 ‘아그넬리’ 가문이 운영하는 지주사인 ‘엑소르’의 벤처 투자 조직에서 지난해 인력과 투자 자산을 이관해 독립한 VC다. 엑소르는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와 페라리, 유벤투스 축구단 등의 대주주다. 오라글로벌은 현재도 엑소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은 오라글로벌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투자한 곳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오라글로벌은 본이 가진 방산 분야 하드웨어 제조와 AI 기반 의사 결정 알고리즘 개발 역량에 높은 점수를 줬다. 창업자인 이 대표의 사업적 역량, 방산 분야에서 한국이 가진 제조 경쟁력과 지정학적 강점 역시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본은 드론을 바탕으로 민수와 방산을 아우르는 ‘듀얼유즈(Dual-Use)’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정보·정찰·감시(ISR) 드론인 ‘새리어’와 공격용 군집 드론인 ‘새나’가 대표 제품이다. 지난해 국내 드론 기업 디메이커스를 인수해 제조 역량을 내재화했으며 AI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비행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본은 드론 자율비행 구현에 필요한 핵심 AI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특히 본은 객체를 식별하고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비전 AI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본은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방산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글로벌은 주로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VC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와 프랑스 AI 유니콘 ‘미스트랄AI’ 등을 초기에 투자하면서 유명해졌다. 뉴럴링크와 미스트랄AI는 지난해 투자 유치에서 각각 13조 원, 19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또 오라글로벌의 본에 대한 투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협력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이달 19일 이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는 회담을 통해 AI·우주·방산·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본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핵심 인재 영입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라글로벌의 포트폴리오 기업들과의 협력은 물론 엑소르 산하 계열사들과의 사업적 연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아그넬리 가문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은 드론 제조를 넘어 피지컬 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을 지향한다. 향후 드론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보틱스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로보틱스 생태계 진입을 위한 첫 번째 폼팩터로서 드론을 채택한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현장 문제를 즉각 해결하고 데이터로 자산화하는 지능 플랫폼 체계를 구축해 국내 로보틱스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