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사법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해 정부과 국회, 문신업계 종사자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신사 제도 시행을 앞둔 2차 현장 안전 점검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눴다. (사진 왼쪽부터)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 정도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생활보건팀장, 성홍모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장./사진=정심교 기자 |
지난해 10월 제정된 '문신사법'이 시행(내년 10월29일)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10월 첫 시행될 문신사 국가시험에서 문신 시술자의 응급 대처 능력과 숙련도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문신 시술자들의 입장 차가 확인돼, 향후 이견 조율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문신사 제도 시행을 앞둔 2차 현장 안전 점검 토론회'에서 정도희 복지부 건강정책국 생활보건팀장은 "보건복지부는 문신사 면허 시험 방식으로 'CBT'(Computer Based Test)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 방식은 이론 위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문신사 응시 인원과 시험 치를 장소·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CBT 방식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CBT는 '컴퓨터 기반 답안 작성 시험'이다. 쉽게 말해 마우스 클릭과 타이핑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이론 위주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실기 시험을 컴퓨터만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호사 출신이자 14년 차 문신 시술자인 전찬민 대한문신사중앙회 자격검정평가위원장은 "문신 시술 시 고객의 피부 상태에 따라 시술 강도를 얼마나 조절할지, 고객에게 이상 반응이 나타났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등 시술자의 역량은 단기간의 학습, 객관적 시험을 통해 검증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실습과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며 "이를 CBT 방식으로 평가하려 한다는 건 문신 시술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도희 복지부 생활보건팀장은 "국내 문신 시술자만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 시행 후 2년간 문신사 면허를 따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응시하려면 CBT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CBT에서 단순 지식만 묻는 게 아니라, 특정 사례별 문제 해결법을 답하는 등 필기시험의 방향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성홍모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 전찬민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 장은정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팀장,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정도희 복지부 생활보건팀장. /사진=정심교 기자 |
문신사법에 따르면 '문신사'가 되려면 문신사 면허를 따야 하며, 문신사 면허가 있어야 문신업소를 운영할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복지부는 문신사법이 시행되는 내년 10월 제1회 문신사 국가시험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 국가시험의 '뼈대'가 될 수 있는 게 '임시 등록제'로 지목된다.
임시 등록제란, 문신사법 시행일(2027년 10월 29일)부터 최대 2년간(2029년 10월까지) 문신사 면허를 따지 못해도 기존의 시술자가 문신업소를 그대로 운영할 수 있게 특례를 준 것이다. 이 기간에 문신사 면허를 따지 못하면 2029년 11월부터 문신 시술을 이어갈 수 없다. 법에 따라 문신업소는 문신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시 등록제는 사실상 '문신사 임시면허'로 불린다.
문신업소로 임시 등록하려면 △문신 시술자가 법정 위생교육을 받을 것 △건강검진을 받을 것 △문신업소가 시설기준을 충족할 것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신 시술자의 숙련도'가 배제되면서 숙련자와 초보자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장은정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이들 세 가지 요건으로만 '임시 등록'을 허가하면 문신 시술 경험이 없는 신규 진입자가 십수년간 문신 시술을 해온 시술자가 똑같은 출발선에 설 것"이라며 "이는 '형식적 평등'일 순 있어도 현장에서의 위험 관리, 숙련도, 책임성 측면에선 국민 안전에 역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문신사 제도 시행을 앞둔 2차 현장 안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법제화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
법이 제정됐지만 문신업계에선 여전히 불법 마취크림이 유통되고, 레이저로 문신 부위를 지우는 불법 행위가 난무한다는 문신 시술자들의 토로도 이어졌다. 21년 차 문신 시술자인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마취크림(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구하기 어려워 아직도 상당수 문신사가 불법 마취크림 유통업자를 찾는다"며 "이런 불법 마취크림에 손댔다가 레이저·플라즈마 등으로 문신 부위를 직접 지우기까지 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이런 불법 마취크림을 사용했다간 피부가 가렵고 따갑거나 붉어짐, 피부색 변화, 접촉성 피부염, 어지럼증, 두통 같은 가벼운 부작용부터 경련, 중추신경계와 심혈관계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불법 마취크림의 해외 직구와 국내 불법 제조·유통을 정부가 철저히 모니터링해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성홍모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과장은 "의약품·의료기기의 목적(질병의 진단과 치료 경감)과 문신의 목적(예술 표현과 미용)이 달라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면서도 "문신용 마취크림뿐 아니라 바늘과 문신기 등 제품 유형마다 위생 안전 기준이 각각 달라, 시행규칙에서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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