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지난 7일 워싱턴D.C.에 있는 의사당을 찾아 상원의원들에게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방위전략(NDS)이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힘을 통한 억지’와 전략적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미국의 군사적 우선순위가 서반구와 본토 방어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와 유럽 등 전통적 동맹 지역에서는 미국의 직접적 군사 개입이 줄고, 동맹국의 방위 책임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방위전략은 중국에 대해 “지배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압박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문서는 “우리의 목표는 중국을 비롯해 그 누구도 미국이나 동맹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권 교체나 실존적 투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직접적 충돌보다는 억지력 유지와 안정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같은 전략에서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유리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중국과의 대립보다는 충돌 방지와 관리 가능한 경쟁을 전제로 한 접근을 택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군사 전략에 적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위협 인식의 우선순위 변화다. 국방부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서반구에서의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미국 안보에 더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 본토 보호와 국경 안보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과 일치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국방전략이 중국에 대해 “화해적인 어조”를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국방부 문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궁극적 목표를 “전략적 안정”으로 규정하며, 중국군과의 군 대 군 소통을 확대해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WSJ는 이 전략이 동맹국들에 더 큰 방위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 문서는 “미군이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함에 따라, 다른 지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미군의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자체 방어에 대한 주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같은 기조는 한반도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고 적시하면서도, 지역 방어의 1차적 책임은 동맹국에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깔고 있다. 미군의 역할은 억지력 유지와 제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러시아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국방부는 러시아를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한편, 나토 동부 전선 국가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이지만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로라 쿠퍼 전 미국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을 언급하며 “이를 전략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
WSJ는 유럽에 대한 인식 변화도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지낸 재클린 라모스는 “국가방위전략은 유럽을 전략적 거점이라기보다는 관리해야 할 불편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유럽이 스스로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완화 시도가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미 국방부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잭 쿠퍼는 WSJ에 “중국은 미군이 중국 연안에서 작전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높이려 하고 있어, 실질적인 위기 관리 메커니즘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전략 서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현실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방부는 더 이상 개입주의, 끝없는 전쟁, 정권 교체, 국가 건설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