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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봤다” 뭉친 미니애폴리스 시민들···트럼프의 ‘실험’은 수렁 속으로[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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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거짓 주장 계속···의도적 긴장 고조
시민들, 순찰조 꾸려 이민 단속 요원들 추적·감시
분노 확산·여론 악화에 공화당 내부서도 ‘반기’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앨릭스 프레티가 국경순찰대에 사살된 다음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우리는 모두 봤다”고 쓰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앨릭스 프레티가 국경순찰대에 사살된 다음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우리는 모두 봤다”고 쓰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에 사망한 르네 굿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연방 국경순찰대에 사살된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 사건에서도 그가 먼저 공격하려 했다며 희생자 ‘악마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ICE 감시단’을 자처한 시민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폐쇄회로(CC) TV’가 된 미니애폴리스에서 “네 눈을 믿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 지휘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굿과 프레티를 “법 집행관의 생명을 공격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거나 위협한 두 명의 용의자들”이라고 지칭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프레티를 ‘암살자’라고 불렀고,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은 그를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시민들이 촬영한 여러 각도의 영상과 배치된다. 앞서 굿이 연방 정부의 설명과 달리 ICE 요원을 자동차로 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상으로 드러난 것처럼, 프레티 역시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단 한 순간도 그 총을 손에 쥔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된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그를 둘러싼 6~7명의 요원 중 한 명이 “총이다!”라고 외치며 그의 허리춤에 꽂혀 있던 총을 회수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요원들이 프레티를 향해 10여 발의 총격을 가한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한 요원은 “총이 어딨다는 거야?”라고 외친다.

이러한 영상 증거들이 남을 수 있는 것은 이민 단속 요원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ICE 감시단’ 덕분이다. 현재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은 순찰조를 짜서 이민 단속 요원의 동선을 감시하고, 누군가를 체포하는 모습을 보면 즉시 채팅방 등을 통해 장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순식간에 현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핸드폰으로 이민 단속 요원의 행동을 촬영한다. 시민 한명 한명이 모두 움직이는 CCTV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미 클로버샤 연방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찍은 영상들을 본 수많은 미국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미국 시민에게 “눈으로 보는 것을 믿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당시 ‘바이든 날리면’ 사태를 겪으면서 ‘들리는 것을 믿지 말라’고 강요당했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패턴이다.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 지휘관.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 지휘관. AFP연합뉴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많은 영상 증거로 쉽게 반박될 수 있는 주장을 반복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2020년 대선 조작설을 통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언론과 온라인 여론몰이를 활용해서 특정 이야기를 일찍부터 퍼뜨리고 반복하면, 반대 증거를 믿지 않는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영상을 골라낼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시위대가 연방 요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영상을 보면서 “사망자들은 스스로 죽음에 책임이 있으며, 위협받는 것은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라고 믿고 싶은 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굿의 죽음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민 단속 수위를 더 끌어올린 것도 이러한 효과에 기댄 탓으로 보인다. 이민 단속 요원들은 다섯 살 아이를 ‘미끼’로 삼아 부모를 체포하려 했으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미니애폴리스의 살인적인 추위에도 속옷만 입은 남성을 법원 영장도 없이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미 국방부는 알래스카의 정규군을 언제든 출동 가능 상태로 대기 시켜 놓은 상황이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 고조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성향 도시들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미니애폴리스를 자신의 권한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실험실’로 삼은 것이다. 미니애폴리스의 소말리아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에서 활동하는 압둘라히 파라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이민자들이 무서워서 투표장소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앨릭스 프레티가 국경순찰대 요원에게 사살당하기 직전의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앨릭스 프레티가 국경순찰대 요원에게 사살당하기 직전의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미니애폴리스의 분노가 확산하고 여론이 악화하자,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안팎에서도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에 미니애폴리스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공화당 안팎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이민 단속 정책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의 한 하원의원은 “이 문제가 올해 입법과 선거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행정부에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러한 압박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SJ 인터뷰에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 사건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희생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완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언젠가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떠날 것이다”라며 “우리는 해냈고, 그들(이민단속 요원)은 훌륭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철수 의사를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는 철수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는 미니애폴리스에서의 이민 단속 활동 축소가 ‘좌파’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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