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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2달, 전시관람 일정 짜드립니다.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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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사라질 예술과 퀴어예술
개념미술과 읽기·쓰기 예술도
광주·부산 등 전국이 비엔날레
다양성 더해 열두 달 미술 풍년
경기둔화 속에 미술시장(Art Market)은 차가운 조정기를 보내고 있지만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주목하게 하는 올해 미술계 화두는 다양성.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예술 전시는 젠더와 소수자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성까지 돌아보게 할 듯하다. 퍼포먼스 아트 등 비물질적 예술과 1세대 설치예술, 개념미술 등 ‘장르 다양성’도 경험할 수 있는 한 해다.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비엔날레 또한 다채롭게 펼쳐지고 그 안에 담길 주제 의식 또한 다양할 전망이다. 주요 전시들로 1년치 12개월 분량의 ‘전시관람 일정’을 챙겨봤다.

1월-죽고,지우고,사라지는 미학



1월 전시의 주인공 중 하나는 백남준이다. 2006년 1월 29일 타계한 백남준의 20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가 ‘AI 로봇 오페라’를 기획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1월 28~29일 양일간 펼쳐질 ‘AI 로봇오페라’를 통해 백남준 최초의 로봇 ‘K-456’을 부활시킨다. 일찍이 TV를 미술의 매체로 끌어들였고,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념을 창안한 백남준은 1964년 두 발로 걷는 무선조종 로봇 ‘K-456’을 선보였고, 1982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회고전 때는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는 로봇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화 된 기계’에 대한 철학을 드러냈다. 로봇 K-456을 되살리며, 백남준 작업의 정수로 꼽히는 ‘위성 오페라’의 계보를 잇는 ‘AI 로봇 오페라’를 퍼포먼스에는 권병준 작가가 협업한다.

1월에는 또 다른 ‘회고’가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작가 최병소의 작고 후 첫 개인전이 20일 페로탱 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했다. 잡지와 신문 등 인쇄 매체의 텍스트를 연필로 반복해 지워내며, 종이 위 문자를 재처럼 변화시키는 작업 세계를 3월7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고, 뛰어난 작품을 뜻하는 ‘불후의 명작’은 썩지 않는 작품이라는 뜻이건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기획전 ‘소멸의 시학’은 ‘삭는 미술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갖고 1월30일 막을 올린다. 언젠가 썩어갈 운명의 작품,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은 작품, 분해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등을 ’삭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사라지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작품들을 통해 인간중심주의, 첨단의 자본주의, 기술만능주의를 비판적으로 보게할 것이다.

2월-체험으로 더 깊이 새기는 예술



가장 소박한 형태로 가장 숭고한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 개인전이 2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명동성당 예수상, 길상사의 관음보살상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만날 수 있다. 가나아트 한남에서는 추상조각을 대표하는 박석원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오래 구축해 온 조각 작업 뿐만 아니라 최근 집중해 온 한지 기반의 ‘물성 회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상반기 핵심 전시 중 하나인 티노 세갈의 개인전이 한남동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2월26일부터 시작된다. 티노 세갈은 ‘연출된 상황’을 통해 관객과 실시간 상호작용을 만드는 ‘비물질적 전시’의 선구적 작가다. 미술관 측은 ‘키스’를 주제로 한 소장품 관련 퍼포먼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서 작가가 처음 선보인 ‘This Is So Contemporary’의 연출된 상황에 함께할 참여자들을 모집했다. 그림과 조각처럼 영원히 남는 전통적 매체를 넘어, 기록조차 남기고 싶지 않아하는 작가의 태도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확장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산수화를 대하는 태도로 도심 속 자연, 이를테면 노을·나무·강 같은 자연의 파편을 포착해 조각 형태로 구현하는 이정배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2월25일 개막해 4월18일까지 열린다. 그간 ‘사용하는 조각’으로서 꾸준히 제작해 온 조각적 가구들을 집중조명하는 자리라 예술이 생활 속에 머무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또하나의 전시로 ‘작은거인’ 김수철이 첫 대규모 개인전 ‘소리의 추상’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관에서 2월14일 개막한다.

3월-문제적 전시, 뜨거울 미술계



올해 3월, 문제적 전시 두 건이 삼청로에서 나란히 막을 올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국내 첫 회고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 열린다. 동물 사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가 전시하고, 진짜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아넣는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준 작가로,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YBA)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에서도 인기작가인 만큼 전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지난해 론 뮤익 전시가 거둔 53만명의 관람객 동원 기록을 넘어설지도 궁금하다.




또 하나의 논쟁적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3월 20일에 개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 미술전시 ‘스펙트로테시스 서울’이다. 약 70여명의 퀴어예술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트랜스(trans)’를 핵심 키워드로 신체, 인종, 젠더, 생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존재의 조건을 탐구한다. 김아영, 마리아 타니구치, 마크 브래드포드, 박그림, 오인환, 얀 보, 이강승, 신 와이 킨, 정은영 등 주목받고 있는 소장 작가들을 대거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를 지낸 이용우 큐레이터는 기억·장소·형식의 세 축을 통해 급속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묻혀버린 퀴어 주체들의 경험을 아카이브하고, 익선동·낙원동·이태원 등 서울의 퀴어 시공간성을 재해석하며 담론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젠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태도가 시험대에 오를지 관심을 끈다.

한편 호암미술관에서는 3월17일부터 한국 여성 조각 1세대를 대표하는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3월과 4월의 호암미술관은 만개한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니 꽃놀이와 김윤신의 조각, 이우환의 야외설치작품까지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시기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L.강, 갤러리현대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 이우성이 전시를 개막한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해당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한국적 주제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중견작가 박찬경은 9년 만의 국제갤러리 개인전 ‘안구선사’를 준비 중이다.


도산공원 앞 페로탕 서울은 한국 진출 10주년 기념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앤디 피셔, 영국계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엘 아나추이 개인전이 열린다. 강서구 소재 미술관 스페이스K에서는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약 중인 맨디 엘-사예의 개인전이 개막한다.

3월의 아트페어로 26일부터 29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을 챙겨보면 좋겠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올해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페어다.

4월-미술이 꽃피는 계절



가장 기대가 큰 4월의 전시는 6일 개막하는 원주 뮤지엄산(SAN)의 이배 개인전이다. 이배가 다루는 ‘숯’이라는 소재는 나무가 타고 남은 재이며, 동시에 불씨가 되는 새로운 시작이므로 자연의 순환 그 자체를 상징한다. 자연 속 미술관인 뮤지엄산과 더욱 잘 어울리는 이유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이후 한층 깊어진 작가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다른 주요 전시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전 ‘챕터5’가 4월1일 개막해 8월초까지 이어진다. 백남준과 데이비드 호크니, 키키 스미스와 갈라 포라스 킴 등 국내외 미술가 40여명의 작품들로 미술관 수집의 철학과 최근 미술계 트렌드를 동시에 알아볼 수 있다.

한편,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코엑스에서는‘화랑미술제’가 열려 올해 한국미술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4월9일부터 약 2개월간 제13회 서울사진축제 ‘컴백홈’을 개최한다.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됐다 재개하는 서울의 대표 사진축제로, 기억·시간·정체성이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다양한 사진으로 만나게 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방혜자 회고전이 4월24일 개막해 9월27일까지 열린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평생 ‘빛’을 화두고 작업해 온 작가를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다시 불러내는 자리다.

같은 날인 4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풍만한 인체 표현과 남미 특유의 유머러스한 정서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페르난도 보테로 회고전을 개최한다. 유화, 드로잉, 조각 등 11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특별전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4월 23일 ‘글쓰는 예술’ 전시를 시작한다. 미술관에서 글쓰는 예술이라니? 시와 소설, 수필부터 극본과 노래 가사 등에 이르는 다양한 글쓰기가 여러 예술 간 연결과 대화를 이끄는 창작의 과정임에 주목한다.

서울대미술관은 개관2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축물로도 유명한 서울대미술관은 지난 20년간 신진작가 발굴과 미술사적 맥락에 대한 연구, 현대 한국미술이 논의 해야할 담론을 제공하며 대학미술관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성북구립미술관은 근대기 한국의 주요 미술교육기관이었던 성북회화연구소와 설립자 이쾌대를 중심으로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해방 이후 성북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회화의 흐름을 ‘1946,성북회화연구소’라는 제목의 전시로 선보인다.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은 진입로 데크 공간에 멕시코 출신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신작을 선보인다. 추운 겨울의 세 벗을 뜻하는 소나무,대나무,매화의 ‘세한삼우’를 주제로 어떤 작업을 내놓을지 기대가 크다.

5월, 이 전시는 꼭 봐야해!



탄생 110주년인 유영국의 최대규모 회고전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5월14일 막을 올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의 첫 프로젝트다.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구성으로 마음 속에 산을 구축해 온 유영국을 제대로 만나는 자리다.

한 곳에서 두루 만나기 쉽지 않은 전시로, 전 세계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들의 선구적 작업을 모은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실험 1956~1976’이 5월을 수놓는다. 빛, 소리, 일상적 소재 등을 활용한 이번 전시는 관객이 직접 설치된 작품이 안으로 들어가 느끼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몰입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예술의 개념과 경험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 여성 작가들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함께 선보이는 전시다.

지난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요코하마미술관과 공동주최했던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이 5월14일 과천관에서 개막한다.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은 강렬한 색조와 납작한 화면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미국 거장 알렉스 카츠의 전시를 기획했다. 같은 갤러리 다른 층에서는 여성 추상작가 그룹전이 예정돼 있다. 삼청로 현대화랑과 갤러리현대에서는 각각 김명희, 캐서린 브래드포드 개인전이 열린다. 학고재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이며 농민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쌀포대 작업으로 유명한 이종구 개인전을 5월20일 개막한다.

한편 5월9일에는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제인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가 현지에서 개막한다.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맡아 최고은, 노혜리 작가와 함께 참가한다.

6월-다양한 장르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분관 성격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서는 ‘퐁피두센터 한화’가 6월에 개관한다. 개관전으로는 조르주 브라크,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작 등을 포함한 ‘입체주의(큐비즘)’ 미술을 준비 중이다.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와 아메데 오장팡의 순수주의, 아르데코에 이르기까지 입체파의 전개를 따라 퐁피두 소장품들을 선보인다. 페르낭 레제,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프란시스 피카비아 등이 포함된다. 퐁피두센터와 양해각서를 채결한 한화문화재단은 앞으로 4년간 한국에서 퐁피두센터 운영권을 보장받아 매년 2회 퐁피두 소장품전, 자체 기획전 2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에 들어서는 퐁피두센터 한화의 리모델링은 루브르박물관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장 미셸 빌모트 건축가가 맡았다. 파리 퐁피두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5년간의 전면 보수공사에 돌입했다.

비슷한 시기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에서의 개념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를 6월19일에 개막한다. 개념미술이란 물질적 형식이나 시각적 완성보다는 개념과 언어, 과정과 맥락을 중시하는데 이것이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자리잡았는지 들여다본다. 곽덕준, 김범, 김순기, 김차섭, 김홍석, 박이소, 안규철, 오인환, 정서영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조각과 회화를 아우르는 거장 문신의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국제갤러리에서는 원로 사진작가 구본창의 기획으로 정물작업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작가들의 그룹전이 예정돼 있다. 국제 한옥갤러리에서는 논쟁적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이 열린다.

7월-빛나는 전시들



1986년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빛’을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설치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이 7월 21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린다. 특정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야 하며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특별한 작업들을 만나는 자리다.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을 비롯해 구정아, 김아영, 필립 파레노, 이반 나바로 등의 작업이 미술관 내·외부 주요 공간에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7월24일부터 ‘올해의 작가상 2026’ 전시가 개막한다. 올해는 이해민선, 홍진훤, 이정우, 전현선이 선정돼 동시대적 감수성과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청담동 지갤러리에서는 전속작가 우한나가 기획한 그룹전이 열린다. 우 작가는 지난 2023년 프리즈 서울의 ‘아티스트 어워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며 실력에 유명세를 얹었다. 패브릭(천)을 주재료로 설치·평면 등 다양한 장르 작업을 선보이며 유한한 신체에 대한 고찰과 초월적 존재에 대한 탐색을 담아낸다. 참신하면서도 트렌디한 안목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7월3일부터 8월1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8월-별들의 전쟁



보통 한여름은 휴가철이라 전시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키아프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함께 열리는 ‘키아프리즈’ 주간이 9월 초로 자리 잡으면서 굵직한 전시들이 8월에 막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역대 최대 규모 개인전이 8월28일 개막해 내년 2월7일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라는 주제를 근간으로 공간, 기억, 정체성의 문제를 발전시켜왔다. 초기작부터 대표작, 최초로 공개되는 다량의 드로잉,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까지 총망라한다. 이 전시 역시 ‘얼마나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일까?’ 주목을 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8월6일부터 이대원 전시가 열린다.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천경자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과수원’을 비롯한 풍경화로 유명한 인기작가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미술사적 연구가 부족했기에 유난히 반가운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종로구 평창동 소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오윤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오윤 컬렉션’ 전시를 개최한다. 비슷한 시기 PKM갤러리에서는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윤형근 개인전이 열린다. 학고재갤러리는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배경으로 작업하는 강요배 개인전을 8월12일부터 한 달 간 연다. 사진과 영상, 설치, 공연을 자유자재 넘나드는 정연두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은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세옥과 그의 아들 서도호가 ‘집’이라는 공통의 공간 경험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예술적 행보를 걸어온 과정을 전시를 통해 조망해 한국미술의 세대 간 연속성을 들여다본다.

유망한 젊은 작가를 쪽집게처럼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한 송은미술대상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김영은, 김주리, 노상호, 신민, 오민, 오종, 이아람, 전소정, 조영주, 전현선, 최고은, 탁영준 등 수상작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세계적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드뫼롱의 작업으로 유명한 청담동 소재 미술관 송은에서 8월19일부터 10월24일까지 25주년 기념전이 열린다.

국내 지지기반이 탄탄한 해외작가 전시도 줄을 잇는다. 거꾸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개인전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열린다. 바셀리츠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인으로 꼽힌다. 한불수교 140주년 행사를 다양하게 준비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저에서는 장 미셸 오토니엘과 이배의 전시가 함께 열린다.

8월 말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영상, 퍼포먼스에서 회화,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미술애호가들이 이 시기 부산으로 향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산비엔날레다. 2026부산비엔날레가 8월29일부터 11월1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기관인 서펜타인갤러리에서 오랫동안 큐레이터로 활동한 아말 칼라프와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기획자 에블린 사이먼스가 공동 전시감독으로 선정됐다. 짝수해인 올해는 비엔날래의 해다. 충남 공주를 기반으로 연미산자연미술공원·금강쌍신공원 등지에서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8월에 개막한다. 자연미술을 내걸고 2004년부터 시작된 비엔날레가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주목받는 중이다. 8월25일에는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제주 전역을 달굴 예정이다.

9월- 키아프리즈와 비엔날레, 전시 풍년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서울’이 한국 최대의 아트페어 ‘키아프서울’과 9월 첫 주 같은 곳에서 나란히 열리기 시작하면서 9월은 명실상부 예술의 달(月)이 됐다. 9월2일 코엑스에서 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동시에 막을 올린다. 프리즈서울은 5일, 키아프서울은 하루를 더해 6일까지 열린다. 이 시기 전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한국을 찾는데다 올해는 여러 건의 비엔날레도 함께 열리기에 미술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리움미술관은 제 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구정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을 9월5일부터 12월27일까지 연다. ‘미술은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작가로 향과 자력, 중력과 원심력 등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탐구한다. M2전시장 외에도 로비, 고미술전시관 등 예기치 못한 곳곳에 ‘숨은’ 작품을 찾아 음미하는 재미를 기대하면 좋겠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9월1일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식물을 즐겨 그리는 조나스 우드의 아시아 첫 기획전을 개최한다. 선명한 색채와 패턴, 평면적 원근법으로 일상과 주변 풍경을 그려낸다. 젊은 나이에 가고시안 등 세계 최정상 갤러리 전속으로 활동하며 미술전문 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지난 10년간 작품값 상승폭이 가장 큰 작가’ 1위에 꼽혔고, 2021년 경매에서는 작품이 91억원에 낙찰되는 등 놀라운 기록들을 거듭 만드는 중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드로잉·판화·벽지 작업 등 80여 점으로 지난 20여 년 작업 세계를 망라한다.

프랑스계 갤러리 페로탱 서울은 일본출신의 네오팝 작가 미스터(Mr.)의 개인전으로 미술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계보를 잇는 미스터는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박서보 개인전이 K1,K3 등 3개 전시장에서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김보희와 크리스틴 선 킴 전시를 연다.

신진작가 발굴 플랫폼으로 명성을 쌓아온 ‘아트스펙트럼’이 처음으로 리움미술관이 아닌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에는 파리 팔레드도쿄와 기관 협력으로 공동기획됐고, 호암미술관의 내부 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까지도 전시에 활용될 참이다. 9월1일 개막해 12월27일까지 이어진다.

9월은 비엔날레의 달이기도 하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 권위의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는 광주비엔날레가 9월5일 시작해 11월15일까지 대장정을 이어간다. 올해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싱가포르 출신 작가이자 전시기획자인 호추니엔을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호추니엔의 세계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이 상당한터라 그가 펼쳐보일 예술적 실천과 변화의 연결고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또한 이 시기 개막한다. 창원은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추구한 조각가 문신을 비롯해 박석원·김영원 등을 배출한 곳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큐레이터 중 한 명인 장쥔, 조각을 전공하고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전시 기획을 병행해 온 조혜정이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약 2년의리노베이션을 끝내고 9월에 재개관한다. 특별전 ‘퓨처 뮤지올로지’(가제)는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탐구하고 재개관 이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와 미술:해방에서 한국전쟁까지’(가제)는 해방기의 서사와 역사적 공백을 동시대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구성 한 전시가 될 예정이다. 부산비엔날레 관람 동선에 새단장 한 부산시립미술관을 포함시키면 좋을 듯하다.

10월-차분히 음미하는 전시들



아마도 이맘때 쯤이면 과도한 전시관람 열기에 조금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내자. 아직 봐야할 전시가 더 있다.

좀 색다른 프로젝트로 성북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제1회 2026 성북아트위크’가 지역 기반형 예술축제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이 중심을 잡고 있는 성북동 일대는 간송미술관을 비롯해 최순우 옛집과 권진규 아틀리에를 품고 있으며 김환기가 살았던 수향산방, 조선시대 정원의 모습을 간직한 성락원과 한국가구박물관,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등이 분포한다. 성북구립미술관에 작품을 대거 기증한 윤중식을 비롯해 살던 집을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으로 만들게 한 최만린, 작품과 소장품까지 기증한 서세옥과 서도호, 서을호의 집이 둥지튼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에서 10월1일부터 미국의 원로 여성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60여 년 작업을 조망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정체성, 감시 등을 탐구해 온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공존을 둘러싼 질문을 제기한다.

10월 말에는 젊은 조각가 최하늘의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젊은 작가 정영도의 전시가 PKM갤러리에서 막을 올린다.

이 시기 미술애호가들은 광주,부산 등지에서 한창인 비엔날레 관람 동선을 짜느라 분주할 듯하다. 한국에서의 아트페어 열기가 사그라들 때쯤 10월 14~18일 프리즈런던이 리젠트파크 일원에서, 아트바젤 파리가 10월 21~25일 그랑팔레에서 열린다.

11월-글로벌 미술 속 한국미술



전남도립미술관은 여수 출신 손상기(1949~1988)와 그의 예술세계 및 한국 미술에 영향을 준 1950년대 유럽 앵포르멜의 대표 작가 장 포트리에를 묶어 2인전을 기획했다. 요절 작가, 애잔한 도시풍경의 작가로 인식되는 손상기가 세계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재조명될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의미있는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흔히 ‘꽃의 화가’라 하지만 꽃과 여성성에 갇히기를 거부했던 미국식 모더니즘 아티스트 조지아 오키프(1887~1986)를 중심으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기획한 ‘7인의 미국인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소개하는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가 11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다. 조지아 오키프가 수학했고, 그의 주요 작품이 소장된 시카고미술관과 협력해 열리는 전시이며 이후 지역 미술관 순회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에서는 현대 조각의 지평을 넓히고, 아니쉬 카푸어 등과 함께 영국 조각의 부흥을 이끈 ‘뉴 브리티시 스컬프처’의 핵심 작가 토니 크렉의 개인전이 열린다. 플라스틱,유리병 등 버려진 폐기물을 쌓아 ‘현대적 화석’의 개념을 제시하고, 요동치는 형태로 내적 에너지를 형상화 하는 전설적 작가를 만나는 기회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1세대 추상미술가 이성자 개인전이 11월 현대화랑에서 막을 올린다.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유일한 여성 작가인 이성자는 60년 화업 전반에 걸쳐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인 ‘음양오행’의 개념을 뿌리로 삼았다. 한국 현대 추상조각을 대표하는 조각가 박석원의 대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 앵포르멜 추상 철 조각을 비롯해 스틸·테라코타·나무·돌·한지 등 물질을 행위로서 구조화 하는 작업을 마주하며 한국 현대 조각사를 읽어낼 수 있는 자리다. 성북구립미술관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조각,건축,음악과의 구조적 관계를 탐색하온 여성 조각가 정보원의 개인전을 연다. 미술관의 공공조각 프로젝트인 거리갤러리 전시도 함께 열린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눈여겨 보자.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박민준, 학고재에서 박광수가 개인전을 열고, 청담동 G갤러리에서는 황수연 작가의 기획전이 예정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개최하는 ‘읽기의 기술: 종이에서 픽셀로’는 1970년대 이후 그래픽 디자인의 변천사를 추적하며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를 연구해 온 디자이너의 활동상을 시대별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스위스 취리히미술관 소장품전이 개막한다. 취리히는 다다이즘이 출발한 곳이며, 이 미술관은 ‘절규’로 유명한 뭉크의 작품을 다량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12월-과거를 짚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전시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풍성했던 올해의 대미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파리의 이방인’이 장식한다. 한국전쟁 이후, 파리를 ‘현대예술의 수도’로 여기고 프랑스로 간 작가들 50여 명을 총망라 한 전시다. 한국 미술가 최초로 1925년 파리로 건너간 이종우를 시작으로 1950~70년대 도불한 한국 미술가들을 조명해 타국에서 전세계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권옥연, 김기린, 김순기, 김창열, 김흥수, 남관, 문신, 방혜자, 이성자, 이세득, 이응노, 이우환, 이항성, 임세택, 한묵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여성 거장 제니 홀저를 국제갤러리 한옥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40여 년 간 언어를 주재료로 작업해온 작가는 다양한 원전의 문구를 LED, 대리석, 건물외벽, 의류 등 다채로운 물성과 규모로 펼치며 관람객에게 일깨움을 주어왔다. 한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관람객과의 거리감을 좁혀 속삭이듯 다가오는 작품을 만날지도 모른다.



디자인 가구에 관심 많은 이들이 반가워할 소식. 금호미술관이 디자인 소장품 기획전을 12월에 개최한다. 20세기 모던 디자인이 제시해 온 이상적인 생활의 개념을 현재의 맥락에서 재조명한다. 동시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오늘날의 주거 공간과 생활 환경도 새롭게 제시한다.

부산 을숙도 내 부산현대미술관은 미래지향적 성격의 특별기획전 ‘공생직조(共生織造)’를 12월11일 개막한다. 지속가능한 의복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윤리적 생산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예술적 사유와 초학제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실천 가능성을 제안한다. 웨어러블 컴퓨팅, 바이오 꾸튀르 디자인, 웨어러블 로봇 등 기존의 상상을 넘어선 파격적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시대적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 연례전으로 개최하는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 전시의 일환이다. 미술과 함께, 순식간에 일 년이 갈 듯하다.

■ 영상으로 보는 2026년 전시관람 일정




올해 이 전시는 제발 꼭 보세요! 미미상인 2026 미술 전시회 관람일정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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