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 경제연구소 등은 과거 기간의 경제 상황에 대한 각종 분석과 함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경제 전망도 주요 업무로 삼는다. 과거와 현재의 각종 지표를 토대로 작성한 경제 전망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의 근거와 기반이 되고 민간 기업들도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면밀한 정확성이 요구된다. 이런 전망에 기반해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실제로는 전망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거나 큰 오차가 발생한다면 정책의 실패나 사업 손실을 초래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2%(전분기 대비)로 제시했었다. 그나마 이는 연초에 예상했던 0.5%보다 0.3%포인트(p) 내린 것이다. 한은은 4분기(10∼12월)가 절반 이상 지나간 11월 말까지도 이 전망치 0.2%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2개월만인 지난 주에 발표한 작년 4분기 성장률(속보치)은 -0.3%였다. 한은 전망과 달리 역성장(-)이었던데다 전망치보다 무려 0.5%p나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3분기 성장률도 1.3%로 한은의 전망치 1.1%와 0.2%p 차이가 났다.
[그래픽] 경제성장률 추이 |
한은의 전망 오차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성장률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지난 2024년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은 물론 시장의 전망치보다 크게 높은 1.2%였다. 같은 해 8월에 한은은 그해 3분기와 4분기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5%, 0.6%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두 분기 모두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물가 전망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던 지난 2023년 하반기에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곧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상승률이 매월 높아졌다. 심지어 한은은 10월 중순에도 당월 물가가 꺾일 것이란 주장을 펼쳤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3.7%에서 10월 3.8%로 더 높아졌다.
물론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경제전망은 어쩌면 틀리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성장률이나 물가 등 경제지표에 영향을 줄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영향을 다시 예측해 기존 수치를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1년이나 6개월 등의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아니고 불과 1∼2개월 앞, 아니 해당 분기나 해당 월이 됐는데도 전망치가 실제 수치와 이 정도의 큰 오차를 보인다면 전망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큰 오차를 이리저리 수정만 하다 끝나는 전망이 왜 필요하냐는 '전망 무용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쌓인 컨테이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우리 사회 문제들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대입 제도나 저출생, 돌봄 서비스, 수도권 집중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수 인재를 보유한 한은이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통해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한은의 파격적인 제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됐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경제와 통화정책에 집중해야 할 한은이 총재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사회 문제에 비현실적 훈수를 두는 '오지랖'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과 반발만 샀을 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망 실패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전망 오차는 당연한 일이며 과잉 반응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과거 전망 실패 책임론에 대해 "한은이 데이터 얘기를 안 하면 틀리지도 않고 비난도 받지 않겠지만, 총재로서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한은의 경제전망 능력이 개선되지 않고 오차가 계속되면서 이미 시장에선 중앙은행의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은의 전망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한은이 그렇게 전망했을 뿐'이라는 참고 사항으로 전락했다. 전망 오류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과 개선이 없다면 한은이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 채 한눈을 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통화정책부터 경제전망, 환율·물가안정까지 국가 경제에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잃고 '양치기 소년'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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