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지난 세기 중반부터 금세기 초까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캐나다로 꼽는 데 이의가 없었다. 광활한 영토, 아름다운 자연, 풍부한 천연자원에 이웃 미국이 제공하는 완벽한 안보 우산까지 부족한 게 없었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지상낙원'으로 불렸다. 특히 1990년대는 캐나다의 전성기였다. 당시 캐나다와 밴쿠버는 각각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와 도시 1위를 장기 수성했다.
그 황금기를 몸소 체감한 적 있다.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며 대학생 해외연수 붐이 일기 시작하던 세대였던 필자도 밴쿠버에 장기간 머문 적 있다. 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했으며, 물가도 낮고 인심은 후했다. 우린 언제쯤 이렇게 살까 부러웠다. 영국풍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의 평화로운 표정, 잉글리시 베이의 노을과 장엄한 캐나디안 로키의 절경이 선하다. 그랬던 '단풍의 나라'가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주거난, 의료난 등으로 삶의 질이 나빠졌다니 믿기질 않는다.
성장이 정체하고 사회 문제가 급증하니 살기 좋은 나라는커녕 위기론이 엄습했다. 최대 도시 토론토 도심 광장은 번영의 상징이었으나 이젠 노숙자와 마약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치안 악화로 밤거리를 다니기 어렵고 공권력은 우습게 여겨진다. 밴쿠버에선 펜타닐 같은 치명적 마약도 구할 수 있다. 주요 도시 집값 급등으로 중산층도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채 렌트비 내기도 빠듯하다. 무상의료는 이젠 자부심이 아니라 보편복지의 치부로 여겨진다. 응급실 뺑뺑이는 양반이고 장시간 대기가 기본이다. 암 같은 중증질환이 걸리면 기다리다 치료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인재 유출도 심해지고 있다.
국경을 가르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캐나다 영토에 걸린 캐나다와 미국 국기 |
그 황금기를 몸소 체감한 적 있다.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며 대학생 해외연수 붐이 일기 시작하던 세대였던 필자도 밴쿠버에 장기간 머문 적 있다. 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했으며, 물가도 낮고 인심은 후했다. 우린 언제쯤 이렇게 살까 부러웠다. 영국풍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의 평화로운 표정, 잉글리시 베이의 노을과 장엄한 캐나디안 로키의 절경이 선하다. 그랬던 '단풍의 나라'가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주거난, 의료난 등으로 삶의 질이 나빠졌다니 믿기질 않는다.
성장이 정체하고 사회 문제가 급증하니 살기 좋은 나라는커녕 위기론이 엄습했다. 최대 도시 토론토 도심 광장은 번영의 상징이었으나 이젠 노숙자와 마약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치안 악화로 밤거리를 다니기 어렵고 공권력은 우습게 여겨진다. 밴쿠버에선 펜타닐 같은 치명적 마약도 구할 수 있다. 주요 도시 집값 급등으로 중산층도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채 렌트비 내기도 빠듯하다. 무상의료는 이젠 자부심이 아니라 보편복지의 치부로 여겨진다. 응급실 뺑뺑이는 양반이고 장시간 대기가 기본이다. 암 같은 중증질환이 걸리면 기다리다 치료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인재 유출도 심해지고 있다.
변하지 않는 건 없지만 캐나다의 빠른 쇠락 속도는 충격적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장기 집권 중인 중도좌파 자유당의 오랜 실정을 지목한다. 자유당 정부는 급진적 이상주의로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했고 복지 확대에 재정을 과도하게 풀었다. 특히 기업 및 환경 규제를 강화한 게 결정타였다. 연방 탄소세 도입은 젖줄인 에너지 산업의 발목을 잡았고, 규제와 세금이 불어나자 우량 기업들의 미국행 엑소더스가 잇따랐다. 탄소세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니 물가 도미노로 식료품 값까지 폭등했다. 각종 규제에 설비 투자가 실종되니 기업 경쟁력은 추락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마저 주는 악순환이다.
상식 밖 이민·인구 정책은 불타는 집에 기름을 부었다. 노동력 부족을 다문화 이민 수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트뤼도 정부의 발상은 큰 부작용을 낳았다. 자연 증가분을 압도하는 인구 증가율이 느림보로 유명한 캐나다 인프라 증가율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부족이 심화했고 이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거품은 서민과 중산층에 고통을 줬고 가계 부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정도만 봐도 캐나다가 왜 위기를 자초했는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어찌 보면 더 큰 구조적 원인이 있다. 바로 외교 실기다. 사실 캐나다는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는 나라인데, 지난 10여년 간 중국과 밀착하며 이른바 '다자주의'의 기수를 자처해 미국의 미움과 의심을 샀다. 핵심 자원 인프라와 부동산에 침투하는 중국 자본도 방치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나라에 안보·국방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경제적으로도 절대 종속된 나라가 우리 '주적'의 편을 든다면 이를 그냥 놔둘까.
톈안먼 광장에 게양된 캐나다와 중국 국기 |
지금 미국이 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날리고 농산물 전면 개방, 중국과 절연 등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미국은 캐나다를 대놓고 '배신자', '안보 무임 승차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의 뒷문'이란 의심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깎아내리거나, 캐나다 영토 곳곳에 성조기가 걸린 지도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도발하는 데에는 이런 해묵은 감정이 깔려 있다.
일각에선 미국에 한 몸처럼 종속된 캐나다가 언젠가 실제 편입될 가능성을 점치는 다소 과격한 견해도 있다. 캐나다 전체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건 엄포지만, 부분 편입과 잠식을 통해 서서히 언젠가는 이를 실현할 가능성도 없지만은 않다. 실제 앨버타주는 연방 탈퇴 여론이 급등하고 있고 주민들 중 강경파는 대놓고 미국 편입을 외친다. 올가을 탈퇴 여부 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앨버타 주민은 캐나다 전체 원유 생산의 대부분을 맡아 연방 재정에 크게 기여하는데도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탓에 피해를 본다"며 분노하고 있다.
만에 하나 앨버타가 미국으로 넘어간다면 전통적 분리 세력인 프랑스 문화권의 퀘벡도 연방 탈퇴 움직임을 본격화할 수 있다. 가정일 뿐이나 이렇게 되면 캐나다는 서부와 동부에서 각각 큰 이빨이 하나씩 빠지며 연방이 단절되게 된다. 이후엔 연방 전체의 국가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캐나다의 금고'로 불리는 앨버타의 이탈은 연방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에너지 안보에도 구멍이 뚫리게 된다.
캐나다 벤프 국립공원 모레인 호수 |
이처럼 실체로 떠오른 연방 분열 움직임을 잠재울 길은 조기 총선과 보수당의 집권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년 총선에서 트뤼도 정부를 계승한 마크 카니 정부는 송유관 사업 재개, 탄소세 축소 등을 내세워 위기 탈출에 나섰지만, 소수 여당의 한계로 정국 돌파가 어려운 데다 여전한 친중 행보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카니 총리는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사실상 미국을 비판하고 다자주의를 옹호해 굳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했다. 그러자 미국은 설립 추진 중인 새 국제기구 '평화위원회'에 캐나다를 초청했던 의사를 거둬들였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관세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캐나다 수출의 4분의 3 이상인 대미 무역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캐나다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질 확률이 커졌다. 이는 카니 정부엔 악재이므로 보수당 귀환 가능성을 키운다. 보수당은 집권 시 미국과 혈맹 복원, 친중 및 다자주의 폐기, 미국 주도 안보 블록 적극 참여, 탄소세 전면 폐지 등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미국도 굳이 편입 같은 이슈로 캐나다를 흔들 필요성이 사라지며, 캐나다는 미국의 최고 동반자로 정체성을 복원하는 대가로 관세 면제란 실리를 챙기려 할 것으로 보인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