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는 기후위기 대응의 한 수단을 넘어, 국가 전략의 문제가 되었다. 이는 국가 에너지체계의 전환이자 산업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미 전 세계 신차 4대 중 1대가 무공해차로 채워지며 전환의 속도는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핏 포(Fit for) 55’를 통해 2030년 승용차 55%, 승합차 50% 감축이라는 강력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내연기관 기술의 본산인 독일조차 합성연료(e-fuel) 등 기존 기술의 활용을 병행하면서도 전동화의 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전동화는 주요 산업국들이 국가 전략을 재구축해야만 하는 실체적 질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전동화를 ‘환경 보호를 위한 산업의 희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인식이다. 전동화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산업의 생존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그룹이 ‘2040년 주요 시장 100% 전동화’를 선언했음에도,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최근 무공해차 전환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에 머문 현실은 냉혹하다. 이는 우리의 이행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환을 미루는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배출 규제 리스크와 매몰 비용을 기업의 장기적 부담으로 전가하는 고비용 청구서일 뿐이다.
정부가 2026년 1월 개정·고시한 ‘연간 저공해 자동차 및 무공해 자동차 보급 목표’는 이러한 전환의 갈림길에서 주목할 만한 조치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책임성과 산업계 부담 완화를 치밀하게 조율한 정책적 안배가 곳곳에 반영돼 있다. 보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되, 하이브리드 전환 인정과 실적 이월 연장 등 유연성을 부여한 것은 산업계의 질서 있는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다.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인정과 중·대형차에 가중치를 부여한 조치 역시 ESG 투자와 감축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준비된 기업에는 기회를, 시장에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전환의 사다리’에 가깝다.
그럼에도 전동화를 ‘환경 보호를 위한 산업의 희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인식이다. 전동화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산업의 생존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그룹이 ‘2040년 주요 시장 100% 전동화’를 선언했음에도,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최근 무공해차 전환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에 머문 현실은 냉혹하다. 이는 우리의 이행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환을 미루는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배출 규제 리스크와 매몰 비용을 기업의 장기적 부담으로 전가하는 고비용 청구서일 뿐이다.
정부가 2026년 1월 개정·고시한 ‘연간 저공해 자동차 및 무공해 자동차 보급 목표’는 이러한 전환의 갈림길에서 주목할 만한 조치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책임성과 산업계 부담 완화를 치밀하게 조율한 정책적 안배가 곳곳에 반영돼 있다. 보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되, 하이브리드 전환 인정과 실적 이월 연장 등 유연성을 부여한 것은 산업계의 질서 있는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다.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인정과 중·대형차에 가중치를 부여한 조치 역시 ESG 투자와 감축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준비된 기업에는 기회를, 시장에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전환의 사다리’에 가깝다.
정책이 흔들릴 때,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럽의 배출 규제가 강화되던 시기, 노후 디젤차가 규제의 빈틈을 타 국내로 유입된 이른바 ‘재고 밀어내기’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무공해차 확대는 환경 정책인 동시에 가계 지갑을 지키는 민생 정책이기도 하다. 무공해차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내연기관차는 규제 대응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휘발유차의 1㎞당 주행 비용이 약 160원인 데 비해 전기차는 약 70원 수준이다. 고물가 시대, 가계의 에너지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2024년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정부 목표를 상회한 9746만t을 기록했다.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7% 이상의 감축이 필요하다. 물론 전환 과정에서 내연기관 부품사들이 겪을 부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전동화 경쟁에서 주도적 생산자로 남으려면 정책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럴 때 시장은 비로소 투자와 혁신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곧 국익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다.
이규진 아주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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